2022. 9. 19. 10:09ㆍ백두산
매산집 제14권 / 서(書) 이심부정리 에게 답함 계묘년(1843, 헌종9)〔答李審夫 正履○癸卯〕 [DCI]ITKC_BT_0609A_0140_010_0070_2017_006_XML DCI복사 URL복사
정월 초하루가 되었는데, 체후는 매우 좋으신지요? 변방에 벗이 없어서 관사가 쓸쓸한 것이 여관의 외로운 등불과 다름이 없을 것이니, 생각건대 집과 나라에 대한 연연함을 견디지 못하고 계실 것입니다. 적이 생각건대 올해는 환갑이 되는 해로 나이와 덕망이 모두 훌륭하고 이름과 실제가 순수하여 환하게 우리 당의 광채가 되시니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근간에 아드님께서 찾아와 자손을 낳은 경사가 있다고 하니, 기쁘고 다행스러운 마음이 간절합니다. 다스리고 계시는 읍은 옛날의 이름난 고을이고 산천과 풍토가 좋습니다. 노형께서 수령이 되었으니 장차 시서(詩書)와 인의(仁義)의 가르침을 시행하여 사람마다 사서(四書)를 외우고 집집마다 오례(五禮)를 행하여 풍교가 진동해 누추한 풍속이 계몽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 이 한 가지 일이 어찌 노봉(老峯 민정중(閔鼎重))만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한 고을에만 국한되고 두루 펴지 못하니 이것이 한스러울 따름입니다. 북쪽의 풍속이 노둔하기는 하지만 종종 천기를 잃지 않은 자가 있어서 진옹(秦雍)의 풍기와 거의 비슷하니 이것이 가르칠 만한 이유입니다. 풍속을 교화하는 것은 다스림을 펴는 기본이 되는데 세속의 관리들이 이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긴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노형께서는 이 일에 관해 본래부터 애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의춘(宜春)에서 시작하여 청해(靑海)까지 두루 미쳐서 돌화살촉을 쓰는 숙신(肅愼)의 땅을 변화시켜 거문고를 타고 글을 외는 추로(鄒魯)의 지방으로 만드신다면 다만 문옹(文翁)이 그 훌륭함을 독차지하지 못하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만 두 손 모아 기다리겠습니다. “육진(六鎭)을 장쾌하게 유람하니 마음과 눈이 모두 상쾌해진다.”라고 하신 말씀은 병든 자의 정신을 소생시켜 마치 새벽 종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매번 세 치의 붓을 잡고서 천고의 안목을 펴고자 하나 마음에만 국한되어 보는 바가 광달하지 않는데, 노형께서는 구름 위에 몸을 올려 대해의 밖에서 가슴을 씻으시니 바로 천지음양의 기운이 자신의 가슴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깨달으실 것입니다. 차례로 남 선생(南先生)과 임 선생(林先生) 두 징사(徵士)를 방문하여 다소 의기투합해서 세교에 보탤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하시니, 그분들이 깊이 수양하고 많은 공부를 하셨다는 것을 징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탄복합니다. 저는 두 분과는 일면식도 없는데도 편지를 받아서 마음으로 나누는 교유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얼굴을 가리고 진짜 모습을 손으로 더듬는 것과 같으니 어찌 영공이 직접 만나서 소리와 기운을 서로 교감하는 것과 같겠습니까. 영공께서는 진실로 이미 좋은 책들을 다 읽으시고 또 좋은 산천을 유람하며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실 수 있으니 평생의 세 가지 소원을 이루었다고 할 만합니다. 또 부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학송(鶴松)의 여러 현인들의 사업을 이을 만한 사람이 없음을 영공께서 개탄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돌아보면 명리(名利)가 하늘까지 가득 차서 공자(孔子)와 주자(朱子)의 글을 외우고 본받는 자가 있다는 말을 전혀 들을 수가 없으니, 어찌 북방 고을의 준걸한 선비들을 탓하겠습니까. “조세를 재촉하는 일에 시달려 쉴 틈이 없다.”라고 하시니 이는 거듭된 흉년의 여파로 조세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경(西京)의 조세 절반을 감해주는 법에 대해서는 비록 아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감히 논할 바가 아니지만 조금 변화하면 조금이라도 유익하니 중도에 그만두라는 명을 다소 늦출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식을 먹이는 어미가 쓴맛을 실컷 맛보는 것을 알겠네.〔應知乳子母甘苦飽經嘗〕”라고 하셨으니, 이것은 노형께서 저에게 보여 주신 시인데 다시 노형을 위하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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