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8. 11:38ㆍ고대사
허백당시집 제13권 / 시(詩)
황성교를 바라보다〔望皇城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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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강가에 너른 평야 아득하게 펼쳐지고 / 平郊渺渺長江湄
산이 돌고 물 굽이져 경치가 뛰어난데 / 山回水複多淸奇
어느 시대 영웅이 여기 와서 할거하여 / 何代英雄來割據
지금까지 황성의 기내(畿內)라고 불리는가 / 至今猶謂皇城畿
흑룡강의 왕기 마치 철과 같이 견고하니 / 黑龍王氣堅如鐵
속저의 큰 사업이 마침내 쇠퇴했고 / 屬猪大業冬業衰
하찮은 강좌로는 대적할 수가 없고 / 區區江左抗不敵
중원이 복속되어 오랑캐 땅 되었구나 / 中原左衽皆胡夷
왕업의 근거지에 도읍을 정한지라 / 興王之地大都邑
높은 성첩 큰 궁궐이 험한 산에 기댔으니 / 崇墉傑殿憑險巇
백만의 공경들과 장수들 집안에서 / 公侯將種百萬家
부귀영화 누리면서 좋은 시절 만끽했지 / 鍾鳴鼎食春煕煕
흥망이란 순간이라 허무하게 멸망하여 / 興亡一瞥就滅沒
무성한 초목 속에 옛터가 묻혔구나 / 茂林豐草埋遺基
언덕처럼 돌을 쌓아 황제 무덤 만들어도 / 累石如丘作帝冢
목동에게 많은 보물 도굴되고 말았어라 / 金多竟遭牧豎兒
번화했던 자취들은 물어볼 곳이 없고 / 當時蹤跡不可問
천 자나 되는 비만 우뚝하게 서 있구나 / 巋然惟有千尺碑
지척에 강이 흘러 천연적인 해자 되니 / 江流咫尺隔天塹
한스럽게 옛 비석을 읽어 보지 못하누나 / 恨不讀字摩蛟螭
여기 와서 한량없이 옛일을 슬퍼하며 / 我來弔古意不歇
석양에 말 세우고 부질없이 시를 읊네 / 駐馬斜陽空賦詩
[주-D001] 황성교(皇城郊) :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평안도 강계도호부에 속하며 만포(滿浦)에서 30리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또 금(金)나라가 도읍했던 곳이며, 금나라 황제의 무덤이라고 하는 황제묘(皇帝墓)가 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실록, 《성호사설(星湖僿說)》 등에는 모두 황성평(皇城坪)으로 되어 있다. 조선 시대 지도에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만포와 마주 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주-D002] 至今猶謂皇城畿 :
대본에는 ‘至今猶爲謂城畿’로 되어 있는데, 착간으로 판단되어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3] 흑룡강(黑龍江)의 …… 견고하니 :
이 구절은 말갈족의 한 갈래인 생여진(生女眞)이 흑룡강 일대에 근거하여 강성한 힘으로 금나라를 일으키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흑룡강은 과거 전통 시대 중국의 동북쪽 지역으로, 몽고인민공화국 북부와 중국 내몽고자치구의 대흥안령(大興安嶺)에서 발원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이 되며, 중국에서는 헤이룽 강, 러시아에서는 아무르 강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예로부터 왕기(王氣)가 서린 곳으로 일컬어져서, 중국의 마군무(馬君武, 1881~1940)는 〈거국사(去國辭)〉에서 “흑룡강에 왕기가 자욱하게 감도는데, 아득한 중국 땅엔 혁명의 거센 물결.〔黑龍王氣黯然銷 莽莽神州革命潮〕”이라고 한 바 있다.
[주-D004] 속저(屬猪)의 …… 쇠퇴했고 :
송나라가 금나라의 침략을 받아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이 사로잡히고, 고종(高宗)이 남쪽으로 쫓겨 내려가 임안(臨安)에 천도한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속저가 대본에는 ‘蜀猪’로 되어 있는데, 전사(轉寫)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로 판단되어 고쳐 번역하였다. 속저는 송나라 태조와 그 뒤를 이은 태종이 모두 해년(亥年)에 태어났기 때문에 송나라의 별칭으로 쓰인다. 《古今釋林 卷5 歷代方言 釋國》 구절 내의 ‘冬業’ 역시 대본 자체의 오류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근거를 찾지 못해 그대로 두고 전체적인 뜻만 번역문에 담았다.
[주-D005] 하찮은 …… 되었구나 :
송나라가 양자강 남쪽 임안으로 천도하여 영토 회복을 기도했지만, 끝내 금나라를 이어 들어선 몽골족, 즉 원나라에 의해 멸망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주-D006] 丘 :
대본에는 ‘兵’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7] 冢 :
대본에는 ‘家’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8] 천 …… 있구나 :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황성평(皇城坪)에 황제묘(皇帝墓)가 있는데, 전해 오는 말로는 금나라 황제의 묘라고 하는데 돌을 갈아 만들었다. 높이가 10장(丈)이나 되고 안에는 침상이 셋이 있다. 또 황후묘와 왕자묘가 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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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시집 제13권 / 시(詩)
강동의 옛 읍성을 지나다. 이곳은 옛날 양양국이 도읍했던 곳이다.〔過江東古邑城是陽壤國所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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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국의 옛터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 陽壤遺墟草樹平
서너 채 되는 집엔 가시나무 울을 쳤네 / 數家籬落掩柴荊
그 옛날에 왕업을 일으켰던 땅이건만 / 山川自是興王地
성첩은 간곳없고 국명만 남았어라 / 城堞空餘建國名
번성했던 옛 흔적들 이제 모두 적막한데 / 此日繁華皆寂寞
당시에는 주변국과 얼마나 싸웠던가 / 當時蠻觸幾紛爭
해마다 진사봉의 머리에 뜨는 달이 / 年年進士峯頭月
무심하게 수면을 환히 비춰 주고 있네 / 桂影無心照水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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