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0. 10:24ㆍ대륙조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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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9권 / 어제대찬(御製代撰)○서(序) 1편
《국조보감속편》 서문 무신년(1908, 융희2) 〔國朝寶鑑續編序 戊申〕 나는 찬집관(纂輯官) 겸 교정관(校正官)으로서 어제(御製) 서문(序文)을 대신 찬술하라는 명을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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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보감(國朝寶鑑)》이라는 책은 광묘(光廟 세조) 정축년(1457)에 처음 편집되기 시작하여 정묘(正廟 정조) 임인년(1782)에 크게 정비되었으며, 이어 삼조(三朝)의 《보감》이 헌종(憲宗) 무신년(1848)에 완성되었다. 이에 열성(列聖)께서 전해오신 심법(心法)과 정사에 관한 계책이 찬연히 갖추어지고 질서가 잡혔으니, 후세에 영원히 드리워 보이기에 족하였다. 그러나 헌종ㆍ철종 대의 《보감》만은 미처 연이어 찬집하지 못하였다.
선왕의 대업을 이어갈 책임이 우리 후인에게 있으니, 소자인 내가 어찌 그 일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서경》에 이르기를, “선왕이 이루신 법을 귀감 삼아 영원히 허물없게 하소서.”라고 하였고, 《시경》에 이르기를, “타박하지도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으면서 선왕의 옛 법을 잘 따르겠다.”고 하였으니, 후왕들이 왕통을 잇고 전대(前代)의 성취를 지켜낼 방도는 오로지 선왕이 이룩하신 법을 귀감 삼고 옛날의 헌장(憲章)을 잊지 않는 데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먼 데에 있는 것을 귀감 삼는 것은 가까운 데 있는 것을 귀감 삼는 것만큼 마음에 와 닿고 절실하지 못하다. 그것은 자신의 이목으로 보고 기억한 것이며, 풍교로써 몸에 젖은 것이므로, 상상해야할 필요도 없이 절로 보고 느끼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 우리 헌종(憲宗)ㆍ철종(哲宗) 두 임금의 크신 공로와 성대한 덕업은 모든 사람이 능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헌종께서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왕권을 잡고 어진 이를 우대하고 외척을 멀리하심에, 조정이 깨끗하고 밝아졌다. 철종께서는 오랜 세월 외지에서 고생하시어 농사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계셨던 터라, 온화한 마음으로 백성을 측은히 여기는 내용의 조서가 사책에 끊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30여 년 동안 바람과 비가 제때 불고 내려 해마다 풍년이 들었으며, 변방이 조용하여 백성들이 기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어린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 성스러운 교화를 노래하면서 여전히 주현(朱絃)과 녹죽(菉竹)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가까운 것으로 귀감 삼을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혹자는 두 임금께서 길게 재위하지 못하시어 백성들에게 오래토록 은택을 내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삼가 살펴보건대, 주(周)나라의 성왕(成王)ㆍ강왕(康王), 한(漢)나라의 효문제(孝文帝)ㆍ효경제(孝景帝), 명(明)나라의 인종(仁宗)ㆍ선종(宣宗)과 같이 훌륭한 임금이 뒤를 이어 태평성세라 일컬어지던 때에도, 그 재위 기간을 따져보면 10년 혹은 3, 40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유풍(遺風)과 선정(善政)은 백성들의 마음에 젖어들어 국운(國運)을 수백 년 동안이나 면면히 이어가게 하였다. 지금 우리 두 임금도 재위 기간을 합하면 겨우 29년에 불과하지만, 어진 이를 가까이하고 이로움을 즐거워하게 하신 교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억만년토록 끝없이 이어질 이 나라의 기틀을 열어주신 공로는 성왕ㆍ강왕에 필적할 만하고 한나라ㆍ명나라를 뛰어넘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내 이미 관각(館閣)의 원로 신하들에게 명하여, 일록(日錄)을 채록하고 유문(遺聞)을 모아 두 임금의 《보감》을 찬술함으로써 전대의 《보감》을 잇게 하는 한편, 전의 것을 약간 산삭 보완하여 하나의 통일된 책으로 만들라 하였는데, 몇 달이 지나 판각이 완성되었다. 책은 모두 90권이다.
아, 두 임금의 교화가 허공에 구름 지나가듯 그 자취를 찾아볼 길 없었는데, 만약 이 책이 없었다면 소자인 내가 무엇을 거울삼을 수 있었겠는가. 이에 서문을 써서 스스로 격려하는 뜻을 부친다.
[주-D001] 선왕의 …… 책임 :
원문은 ‘당구(堂搆)’로, 아버지의 사업을 아들이 이어받음을 말한다. 《서경》 〈대고(大誥)〉에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고 모든 방법을 강구해 놓았는데 아들이 집터를 닦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집을 얽어 만들 수가 있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不肯堂 矧肯構〕”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02] 선왕이 …… 하소서 :
《서경》 〈열명(說命)〉에 보인다.
[주-D003] 타박하지도 …… 따르겠다 :
《시경》 〈대아(大雅)〉에 보인다.
[주-D004] 왕권을 잡고 :
원문은 ‘건강(乾剛)’으로, 《주역》 〈잡괘전(雜卦傳)〉의 “건은 굳세고 곤은 부드럽다.〔乾剛坤柔〕”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천도의 강건함을 뜻하는 말인데, 후에 제왕의 강건한 결단력 혹은 군주의 권위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주-D005] 주현(朱絃) :
주현은 종묘 제향에 쓰이는 금슬(琴瑟) 등의 악기를 일컫는 말인데, 왕업을 도울 기량이 있는 훌륭한 신하를 뜻한다. 《禮記 樂記》
[주-D006] 녹죽(菉竹) :
녹죽은 《시경》 〈기욱(淇澳)〉의 “저 기수가를 보건대 푸른 대가 성하도다.……우아한 군자여 마침내 잊지 못하리라.〔瞻彼淇澳 綠竹猗猗……有斐君子 終不可諠兮〕”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임금의 성덕(盛德)과 지선(至善)을 백성들이 잊지 못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綠’은 ‘菉’ 자와 통하므로 주희(朱熹)의 주(注)에서는 푸른 대나무로 해석하였다.
[주-D007] 어진 …… 교화는 :
이 구절은 주희(朱熹)의 《대학장구》 전 10장의 주석에서 따온 말이다. “이 장의 뜻은 백성과 호오를 같이하면서 이로움을 독차지하지 말도록 힘쓰라는 데 있다. 이는 모두 혈구지도를 넓혀나가라는 뜻이다. 능히 그리할 수 있다면, 어진 이를 가까이하고 이로움을 즐거워하는 것이 모두 조화로워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다.〔此章之義 務在與民同好惡而不專其利 皆推廣絜矩之意也 能如是 則親賢樂利各得其所 而天下平矣〕”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이주해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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