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2. 19:45ㆍ백두산
미암집 부록 제19권
제문〔祭文〕 예문관 봉교(藝文館奉敎) 정유청(鄭惟淸)ㆍ김한(金僴), 검열(檢閱) 홍세영(洪世英)ㆍ민여경(閔汝慶)ㆍ김첨(金瞻)ㆍ홍인서(洪仁恕) 등 [정유청(鄭惟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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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령께서는 / 惟靈
예스러운 모습과 마음에다 / 古貌古心
도와 덕까지 갖추었네 / 有道有德
사물을 접할 때는 온화하고 / 接物以溫
몸의 행실은 정직하였네 / 行己以直
세 조정에서 예우를 받아 / 三朝知遇
특별한 은총 거듭 내렸네 / 荐紆殊渥
경연에서 시강하기도 하고 / 或侍經幄
진언책임을 맡기도 하였네 / 或任言責
강직하게 조정에 서서 / 謇謇立朝
충언을 바치기에 힘썼네 / 務貢忠讜
혼란은 세 원수로 말미암고 / 亂由三怨
재앙은 일망타진에 걸렸네 / 禍嬰一網
남쪽 제주 황야로 건너가고 / 南渡炎荒
북쪽 종성 사막에 다달았네 / 北抵沙漠
채각엔 이미 피가 흐르고 / 蔡脚已血
유발은 오히려 칠을 하였네 / 劉髮猶漆
충심과 신의로 행할 수 있으니 / 忠信可行
오랑캐 땅인들 어찌 더러우랴 / 蠻貊何陋
쓸쓸한 흙집에 머물면서 / 蕭條土室
좌우를 도서로 채웠다네 / 圖書左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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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암집 제1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시월의 즉흥시〔十月卽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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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겨울 깊어 음기가 모이니 / 沙漠冬深陰氣屯
회오리바람 흑룡강가에서 불어오네 / 凶飈來自黑龍濱
강가의 나비들 허공에 튀는 돌이요 / 江邊蝴蝶騰空石
굴속의 자라 거북 목 움츠린 사람이라 / 窩裏黿龜縮頸人
땅에 물어 매번 경이라 부름에 놀라고 / 詢地每驚呼子慶
하늘을 즐겨 길이 춘이라 불러줌을 탄식하네 / 樂天長嘆錫名春
어느 때에 다시 남쪽의 기러기 좇아 / 何時郤逐南賓鴈
어머니께 돌아가 절하고 힘들다 말할까 / 歸拜萱堂說苦辛
[주-D001] 땅에 …… 탄식하네 :
‘경(慶)’은 유희춘의 아명(兒名)이거나 인중(仁仲) 이전의 자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춘(春)’은 본인의 휘(諱)인 ‘희춘(希春)’의 한 부분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부모님은 봄처럼 경사스럽게 살기를 바랐는데, 북풍한설에 겨울처럼 고생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내었다.
미암집 제1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문인들이 시를 지어 내 병이 나음을 축하하니 시로써 사례하다〔門人作詩賀余病愈謝以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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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보지 못하였나, 배협이 공부 대부 되어 / 君不見裵俠工部大夫官
오경의 북소리 듣고 병이 절로 나음을 / 五更鼓聲病自㦨
또 보지 못하였나, 장서가 강릉부 참군일 때 학질에 걸려 / 又不見張署痁作椽江陵
스스로 죽을 날 기약하며 눈물 줄줄 흘렸음을 / 自期殞命淚潸潸
남아의 형세는 막힘과 통함이 있는 것 / 男兒氣候有否泰
어찌 빈궁과 영달 따라 강하고 약해지겠나 / 豈隨窮達爲强孱
나는 먼 변방 사막으로 귀양 왔으니 / 我來沙漠禦魑魅
마치 흘간산에 있는 참새 같구나 / 有如雀寄紇干山
여윈 몸은 본디 귀신도 경시하니 / 羸形固爲鬼所欺
여러 전염병이 허약함 틈타 농간질하여 / 九瘟乘虛來作姦
처음에는 얼음 같다가 금방 불덩이 되어 / 初如凝氷旋炎火
여섯 달 동안 입술이 타고 코피가 났었네 / 脣焦鼻衄六月間
청심원이 갑작스레 기이한 효험 보이니 / 奇功忽收淸心圓
조화 소아는 어디로 돌아갔는가 / 造化小兒何處還
정성 다한 두세 제자들에게 고맙거니 / 感荷慇懃二三子
아침저녁 간병하며 그 괴로움 잊었네 / 朝候夕診忘其艱
세한 지조 어찌 유곤만이 특별하겠는가 / 歲寒奚獨庾衮異
동양 태수 눈 무릅쓰고 따를 만하네 / 東陽冒雪堪追攀
기쁘게도 내 정신은 날로 소생하니 / 嘉我精神日蘇醒
책 잡고 신나게 이야기 하고 싶어라 / 欲把黃卷談官官
격문 읽은 것도 두풍 낫게 하였으며 / 讀檄尙可愈頭風
망천의 그림도 사람의 병 낫게 하네 / 輞川圖亦平人癏
호연지기로 천지를 가득 채울 수 있다면 / 浩氣苟能塞天地
병마가 어찌 다시 내 몸을 엿보겠는가 / 二豎寧復窺吾關
미암집 제1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종성(鐘城)에서 간행한 초간본
꾀꼬리 시 한 수로 허연을 떠나보내며〔黃鸝一首送許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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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온 꾀꼬리인가 / 黃鸝來何處
좋은 노래로 사막을 놀래키네 / 沙漠驚好音
한강물에서 훨훨 날다가 / 翺翔漢江滸
흘간산의 참새와 해후하였네 / 邂逅紇干禽
날개 짓 새매와 대등히 배워 / 學習侔鷹隼
숲에서 산꼭대기까지 날아오르고 / 從叢飛上岑
맑고 고운 소리 봄바람에 전하니 / 晛晥隨春風
온갖 새들 다투어 날아 모이네 / 百禽皆盍簪
어찌 깃들 나무 없으리오마는 / 豈無捿托木
버드나무 그늘에 홀로 의지 하였네 / 獨依楊柳陰
모양은 다르나 기미는 통하니 / 形殊氣味契
겸궐을 어찌 부러워하리오 / 鶼蟨何足欽
한스럽구나, 너 안정을 벗어나면 / 恨爾出安定
등림에 모일 길이 없으니 / 無由集鄧林
난새와 봉황새 좇아갈 수 없는데 / 鸞凰不可追
어찌 훈풍금에 화답하리오 / 那和薰風琴
삼 년을 종산에서 맴돌았으니 / 三載遶鍾山
듣는 이들 모두 마음 기뻐하리 / 聞者盡歡心
고향의 학은 오랫동안 원망하고 / 故山鶴久怨
백구와의 맹세 홀연히 찾았네 / 鷗盟今忽尋
원거가 본래 눈물 흘리지만 / 鶢鶋元涕淚
너를 보내며 다시 슬피 읊노라 / 送渠轉悲吟
어느 때나 모여 재잘거릴까 / 何年會嚶嚶
아스라한 남쪽 바다 물가에서 / 渺渺南海潯
[주-C001] 종성(鐘城)에서 간행한 초간본 :
유희춘은 1547년(명종2) 양재역 벽서사건(良才驛壁書事件)에 연루되어 제주(濟州)로 유배되었다가 고향 해남(海南)과 가깝다는 이유로 함경도 종성으로 이배(移配)되어 1565년 12월까지 종성에서 지낸다. 《미암집》
미암집 제1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경술년(1550, 명종5) 윤6월 보름 밤에 일을 기록하여 세 문생에게 보이다〔庚戌閏六月十五夜記事示三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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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어떤 밤인데 오동잎 떨어지는가 / 今夕何夕桐葉落
가을 신이 절서 살펴 모진 더위 거두니 / 蓐收按節暑歛虐
나의 친구 두세 사람과 함께 / 連翩吾友二三子
바퀴 같은 둥근달을 구경하네 / 與我共翫滿輪魄
하늘은 그대 위해 실구름조차 걷고 / 上穹爲君卷纎雲
담담히 맑은 곳에 둥근달 떠올라 / 湛湛淸地騰一璧
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간담을 깨우니 / 淸寒瑩骨肝膽醒
수정궁 속에 몸을 의탁한 듯하여라 / 水精宮裏身如託
술 한잔으로 너에게 노래 권한 적 없지만 / 雖無一盃勸爾歌
크게 부른 노래마다 금석 소리 나오고 / 高唱聲聲出金石
노래 마치고 옛사람의 시 낭랑히 읊조리니 / 歌闋朗吟古人詩
단산의 외로운 봉황이요 구고의 학이로다 / 丹山孤鳳九臯鶴
한유의 용용함 어찌 좋지 않으리오 / 昌黎舂容豈不好
주자의 청묘 음악 다시 울려 퍼지네 / 紫陽更有淸廟樂
상쾌한 바람과 가을 달 모두 가없어 / 光風秋月共無邊
무릎 치며 세 번 탄식하니 귀신도 놀라네 / 三嘆擊節神鬼愕
글귀 모아 서로 읽으며 빼어남 비교하고 / 集句競誦較輸贏
흠 지적하고 머리 치며 마음껏 해학하니 / 指瑕叩頭恣諧謔
밤 깊어 누고 소리 지나도 흥은 더욱 넘쳐 / 侵更歷漏興悠然
나그네 가슴에 만 섬 시름 풀어지누나 / 羈愁萬斛消胸膈
아, 나는 남쪽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지내다 / 嗟我飮啄南海濱
삼천 리 밖 사막에 던져져 / 三千里外投沙漠
흙집에서 목 움츠린 지 어언 삼 년 / 縮頸土屋已三秋
구름 보고 달 대하며 공연히 가슴을 치네 / 望雲對月空撫擗
신선같은 아름다운 문생들 없었다면 / 不有蹮蹮媚學子
누가 초가집 찾아주어 위로하겠나 / 誰遣跫音慰蓬藋
인생에서 뜻과 기개 맞음이 귀하니 / 人生意氣貴契合
백두나 경개에 어찌 손익이 있을까 / 白頭傾蓋奚減益
미암집 제3권 / 서(書)
김후지 인후에게 쓴 편지 종성 귀양살이 중에 〔與金厚之 麟厚 書 鐘城謫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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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늘 끝에 던져진지 이제 이미 10년이라 옛 친구의 소식이 바다처럼 막히니 그리운 생각이 꿈속에 나타나 괴롭습니다. 이 속에 쌓인 회포는 한 줄의 글로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연이어 부모의 상(喪)을 당하여 기체가 강건하지 못하다는 소식을 늦게 듣고 걱정과 한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조용히 조리하시니 마침내 회복되실 겁니다.
저는 모래바람 불고 추위가 매서운 곳에서 비록 잔천(殘喘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만, 제 어머님 연세가 76세로 서산에 지는 해와 같아 항상 끝없는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근래에 누이와 조카가 서로 이어 죽었다는 소식을 만 리 밖에서 늦게 듣고 간장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번거롭지만 수심과 적막 속에서 그대의 주옥같은 시를 얻어 음미하며 근심을 잊고자 하니 장편 10여 수를 지어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옛날에 동파(東坡)가 미원장(米元章)에게 이르기를 “영해(嶺海 귀양지)에 8년 동안 있으니, 우리 원장의 씩씩하게 구름을 꿰뚫는 기상과 청아하고 웅대하여 세속에 뛰어난 문장과 고매하게 신의 경지에 든 필체를 어느 때나 보아 이 장독(瘴毒)을 씻어낼 수 있을까.”했으니, 이것이 곧, 오늘날 저의 심정입니다. 허다한 회포를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주-D001] 김후지 인후 :
1510~1560. 후지(厚之)는 김인후(金麟厚)의 자이다. 본관은 울산(蔚山), 호는 하서(河西)ㆍ담재(湛齋)이다. 1540년(중종35)에 문과에 급제하고, 설서ㆍ부수찬을 거쳐 옥과 현령을 지냈으나,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낙향하여 성리학 연구에 전념하였다. 유희춘과는 사돈간이다. 저서에 《하서집》ㆍ《주역관상편(周易觀象篇)》 등이 있다.
훗날 산수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 他年迢遞山水隔
그리워하다가 하늘의 흰 달 보리라 / 相思應看天心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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