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의 주인이라 칭하고 남경에서 거사를 치른다

승정원일기 > 고종 > 고종 8년 신미 > 12월 24일 > 최종정보

고종 8년 신미(1871) 12월 24일(기묘) 맑음

08-12-24[17] 정기현 등에게 이필제에게 시행한 법조문을 적용할 것 등을 청하는 대사헌 강난형 등의 차자

[DCI]ITKC_ST_Z0_A08_12A_24A_00180_2004_041_XML DCI복사 URL복사

○ 대사헌 강난형(姜蘭馨), 대사간 박효정(朴孝正), 집의 송규호(宋奎灝), 사간 김유행(金裕行), 장령 윤시영(尹時榮), 지평 기관현(奇觀鉉)ㆍ조병필(趙秉弼), 헌납 어윤중(魚允中), 정언 민재진(閔載晉)ㆍ윤석규(尹錫圭) 등이 상차하기를,
“방금 전에 국청(鞫廳)에서 옥사를 처결한 것을 보건대, 죄인 이필제(李弼濟)ㆍ정기현(鄭岐鉉)ㆍ정옥현(鄭玉鉉) 등에 대해서 참작하여 조처한다는 거조가 있었는데, 신들은 서로 돌아보면서 놀랐으며, 걱정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개 이 세 도적은 모두가 극악무도한 역적입니다. 이들은 본디 서캐나 이 같은 천한 무리들로서 항상 제 어미를 잡아먹는 올빼미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에 우매한 백성들을 선동하여 스스로 산동(山東)의 주인(主人)이라 칭하였고, 잡다한 무리들과 결탁해서는 남경(南京)에서 거사할 것이라고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자취를 호서와 영남 지방에 숨기고는 감히 변란을 일으키려고 하였습니다.
초운(樵雲)이 시(詩)를 지어 집어넣자 그를 자신들의 속셈을 이루어줄 보배로 여겼으며, 초곡(草谷)의 모임에서는 무기를 탈취할 계획을 꾸몄습니다. 뱀이나 지렁이처럼 똘똘 뭉쳐서는 불궤(不軌)를 도모할 계획을 키웠는데, 그들의 흉악한 심보와 역적질한 속셈이 이미 모두 드러났습니다. 그런즉 정기현ㆍ정옥현과 이필제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입니다.
그들의 죄악은 이미 가볍고 중한 구별이 없으니, 왕법을 시행함에 있어서 마땅히 서로 다름이 없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성상의 덕으로 갑자기 주범과 종범을 구별하라는 처분을 내리셨습니다.
정기현과 같이 흉악 무도한 역적의 우두머리에 대해서 단지 모반 대역(謀反大逆)의 죄만을 적용하고, 정옥현과 같이 역적질을 하는 데 갖가지로 호응한 자에 대해서 단지 역적질하는 실상을 알고도 고하지 않은 죄만을 적용하는 데 그치어 삼척(三尺)의 법을 제대로 펴지 못하였으므로, 사람들의 울분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삼가 정기현과 정옥현에 대해서 모두 이필제에게 이미 시행한 법조문을 적용하며, 또한 이괄(李适)과 심상운(沈翔雲)에게 이미 시행했던 규례와 같이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차자를 보고 잘 알았다. 정기현ㆍ정옥현에 대해 참작하여 조처하라고 처분한 것은 이미 알맞게 처리한 것이다. 다시 형률을 더할 필요가 없으니, 번거롭게 아뢰지 말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