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물은 우리나라 저자 가운데 가장 짠물과 같이 짠데,

2022. 10. 18. 08:24북경 추정

고전번역서 > 연행록선집 > 연행일기 > 연행일기 제4 > 계사년 > 최종정보연행일기 4 / 계사년(1713, 숙종 39) 13(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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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춥지 않았다북경에 머물렀다.

식후에 장원익(張遠翼) 와서 고하기를,

영원백(寧遠伯이성량(李成樑) 4대손 이정재(李廷宰), 이정기(李廷基 사람이 들어와서 이동배(李東培) 편지와 이여백(李如柏) 화상을 주었습니다.”

하였다.

…………..

 

대개북경에는 문자를 아는 자가 드물어 남방 사람으로 서반을 삼는다옥하관(玉河館)으로 차정하여 보낸 자가 모두 6인인데이들은 모두가 남방 사람이다생긴 모습이 본래 크지 못하고비록 월급이 있다 하나 매우 박해서만리 타향에서 생활이 가난하며 군색한 빛이 면목에 드러난다사행이 올때 서책 매매를 이들이 담당하는데이로써 약간의 이득을 보는 일이 있다또한 우리나라에서 이곳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서반들을 통해서 정보를 알기 때문에 이들은 태반이 거짓 문서를 만들어 역관들에게 되팔고비록 아무 일도 없을 때라도 일이 있다고 하고일이 비록 가벼운 것이라도 무거운 것처럼 말하니이들의 말은 종래로 믿을 바가 못 된다오늘의 문답도 이 가운데 거짓된 말이 있을 것이요그중에 또한 진실과 거짓이 없지 않을 것이다.

박동화(朴東和)가 와서 회회국(回回國참외 반쪽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게 바로 황제에게 진상한 것인데통관 박득인(朴得仁)이 보내 온 것입니다.

하였다그 모양이 남과(南瓜속명 호박 와 같으나 작고껍질은 푸르고 속은 누르고 붉어서 우리나라의 이른바 쇠뿔참외의 빛과 같으나그 씨는 보통 참외와 비슷하고 조금 크다맛은 달며 향기로워 우리나라 참외와는 현격하게 다르고껍질이 두껍기가 수박과 같으나두꺼운 껍질을 깎아 내고 씹으면 단단하면서도 연하고깨물면 소리가 나는데그 맛이 또한 참외보다 기이하다그러나 지나치게 상쾌하여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천단(天壇물을 길어 온 지 이미 나흘째인데이 물과 딴 물에 비하여 낫기는 하나역시 매우 나빠 오늘부터 다시 조양문 밖 팔리포(八里鋪근처의 물을 또 길어 왔다천단 물에 비해서 조금 나은 듯하나 죽을 끓여도 안 된다. 이곳의 물은 우리나라의 저자 가운데 가장 짠물 같이 짠데, 짠맛은 오래 마시면 점점 나아지나, 가장 고약한 것은 짠맛 가운데 단맛이 있어 마실 수가 없었다. 세수를 하면 얼굴이 터지고 손에 거스러미가 일어나며수건으로 문질러 3, 4일이 지나면 수지(水枝)와 같은 것이 이는데그것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정양문 밖 40리쯤에 좋은 물이 있어 연동(蓮洞) 이 상공(李相公)이 왔을 때 늘 이 물을 마셨는데, 비싼 돈은 주어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한다.

오늘 죽통에 넣어 두었던 볶은 장[炒醬]을 꺼내어 먹었다올 때에 역관배들이 볶은장은 맛이 쉽게 변해서 먹을 수 없다 하였으나내가 올 때 큰 대통 한 마디를 둘로 잘라 각각 볶은 장을 넣은 뒤 모두 입을 막고 도로 전과 같이 붙이고 종이로 바깥을 발라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했었는데꺼내어 보니맛이 조금도 변치 않았다.

종들이 점옥(簟屋)에 온돌방을 만들어오늘부터 따뜻한 바닥에 잠자게 되니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다신지순(申之淳)이 관부(館夫)들에게 빌려 벼루와 필통을 얻어 와서 문방구를 대개 갖추었으며주방에서 밤마다 초를 보내어 낮에는 비록 바쁘나 밤이면 전문을 내리고 촛불을 밝히고 앉았으니고초 가운데도 또한 취미가 있다밤이 길어 잠이 안 오면 책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