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6. 10:54ㆍ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동문선 제102권 / 발(跋)
제 김안렴 시권 후(題金按廉詩卷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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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충(李達衷)
내가 계축년 가을에 산중으로부터 오니, 벗 김군 경지(敬之)가 즐겨 객사에 찾아와서 말하기를, “내가 관동(關東)을 안찰함에 있어 교유하던 벗들이 서(序)와 시로서 나의 이별길에 은총과 영광을 빛나게 하였으나, 오직 그대만은 서로 기러기와 제비처럼 어긋나서 한 마디 말도 얻지 못하였으니, 자못 마음에 한스럽고 불만하다. 청컨대 권축(卷軸) 뒤에 발을 해달라.” 하고, 소매 속에서 한 두루마리를 내어 보이는데 다 한때의 거필(鉅筆)들이다. 우리 경지의 재능과 덕의 아름다움과 여러분의 높이 포상하고 면려하는 뜻에는 이미 미진한 것이 없으니, 누가 다시 그 사이에 말을 하리요. 그러나 일찍이 듣건대, “바다를 본 자에게는 물을 말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놀던 자에게는 말을 하기 어렵다.” 하였거니와, 경지가 공훈 있고 덕을 쌓은 가문에서 성장하고, 도덕 문장의 숲속에서 한가롭게 마음껏 놀았는데, 이제 관동지방의 사명을 받들어 회우(淮右) 일대를 관광하게 되었으니, 흉금이 더욱 활짝 열리고, 그 기상이 웅대하고 호탕함을 더할 것이니, 우리 제배들이 눈을 씻고 그의 귀환을 기다려야 할 것은 대개 속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내 어찌 감히 소 발자국의 물을 가지고서 넓고 큰 물을 말하며, 개미집 두둑을 가지고서 높은 산을 말하며, 거칠은 음식을 가지고서 진미를 말하며, 갈대 피리를 가지고서 비단 비파를 말하리요. 백치가 아니면 곧 미치광이라고 반드시 괴탄할 것이다. 내가 장차 글을 쓰려다가 문득 다시 그치고 했던 까닭은 바로 이것이었다. 경지의 청탁이 두어 차례 이르러 이것으로써 책임을 면하고자 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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