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9. 18:24ㆍ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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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2권 / 시(詩)○북산집(北山集) 계유년(1873, 고종10)에서 정해년(1887, 고종24)까지이다.
7월 5일 칠성암에 올랐다. 모인 사람이 여섯이었는데 모두 경당의 벗들이었다. 술이 반쯤 취하자 모두 경당이 그리워져 지난 가을에 경당과 함께 이곳에 놀러온 일을 추억했다. 지금 경당은 영춘 산중에서 수령이 되어서 민사를 친히 다스리고 장부를 살피면서 종일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면서, 오두미에 매인 채 산속 원숭이와 학으로 하여금 혜장이 빈 것을 원망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한탄할 일이로다. 이에 각자 율시 1수씩을 읊어서 위수강운의 정회를 적었다. 이것은 첫 번째 모임이다. 〔七月五日登七星庵會者六人皆絅堂友也酒半皆思絅堂因想去年秋與絅堂共遊于此今絅堂作宰于永春山中親民事校簿書流汗終日未必如吾輩之脫灑而乃爲五斗所縻使山中猿鶴共怨蕙帳之空是可歎也於是各賦一律以寫渭樹江雲之懷 此是第一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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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고파도 볼 수 없어 협곡 구름만 긴데 / 思君不見峽雲長
멀리 걸린 새 달에 맑은 인품 떠올리네 / 新月遙懸想霽光
의대 차려입고 소나무 골짜기 그리워하겠지 / 束帶應憐松架壑
계획 전하며 국화주 술잔 추억하리라 / 傳籌回憶菊斟觴
반평생 만에 겨우 박한 회양 얻었으니 / 半生纔得淮陽薄
서늘한 경수 한 자락을 그 누가 다툴까 / 一曲誰爭鏡水凉
죽림칠현에 하나가 빠진 것을 모두 한탄하며 / 共歎竹林成少一
만전에 먹 향기를 적어 부치네 / 蠻牋寄與墨華香
[주-D001] 오두미(五斗米) :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 현령으로 있을 때 녹봉 오두미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고 벼슬을 버리고 귀거래(歸去來) 하였다.
[주-D002] 혜장(蕙帳) :
휘장의 미칭이다. 남조(南朝) 제(齊)나라 공치규(孔稚珪)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장이 비니 밤에 고니가 원망하고, 산인(山人)이 떠나가니 새벽에 원숭이가 놀란다.”라고 했다.
[주-D003] 위수강운(渭樹江雲) :
멀리 있는 벗을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시(春日憶李白詩)〉에 “위수 북쪽엔 봄날 나무, 장강 동쪽엔 날 저녁 구름. 언제나 술동이 하나 앞에 놓고, 다시 만나 자세히 문장을 논할까?〔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했다.
[주-D004] 맑은 인품 :
원문의 ‘제광(霽光)’은 광풍제월(光風霽月)의 줄임말이다.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周敦頤)의 인품을 평한 데서 유래한다.
[주-D005] 회양(淮陽) :
한나라 급암(汲黯)은 절의가 있고 청렴했으나, 우직하여 남과 잘 화합하지 못하여 회양 태수로 관직을 마쳤다.
[주-D006] 경수(鏡水) :
당나라 현종이 하지장에게 조칙으로 감호일곡(鑑湖一曲)을 사여하여 감호를 하감호라고도 칭한다. 감호는 일명 경호(鏡湖)라고도 하며, 여기서 경수라고 말한 것 역시 감호, 즉 경호를 가리킨다.
[주-D007] 죽림칠현(竹林七賢) :
중국 위(魏)나라와 진(晉)나라 시절 완적(阮籍)ㆍ혜강(嵆康)ㆍ산도(山濤)ㆍ상수(向秀)ㆍ유령(劉伶)ㆍ완함(阮咸)ㆍ왕융(王戎)을 가리킨다. 당시 정치권력에 불만을 품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세월을 보냈다. 여기서는 작가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 모였으므로 칠현에서 한 사람, 즉 시의 대상인 경당이 빠졌음을 아쉬워하며 끌어온 비유다.
[주-D008] 만전(蠻牋) :
당나라 때 고려(高麗)나 촉지(蜀地)에서 생산된 고급 종이를 지칭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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