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0. 20:55ㆍ대륙조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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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14권 / 교서(敎書) 6수(六首)
효충분의익사 공신(效忠奮義翼社功臣) 평안도 관찰사 정사호(鄭賜湖)에게 내리는 교서
[DCI]ITKC_BT_0299A_0150_020_0050_2007_003_XML DCI복사 URL복사
왕은 말한다. 의로움을 굳게 잡고서 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신하된 자가 충성을 바치는 것이고, 공로에 대해 표창하여 커다란 상을 내리는 것은 제왕이 미더움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周)나라에서 온(溫) 땅의 난리를 평정하자 진후(晉侯)가 남양(南陽)의 땅을 받았으며 한(漢)나라에서 연왕 단(燕王旦)의 옥사(獄事)를 다스리자 두연년(杜延年)이 건평(建平)의 봉작(封爵)을 받았는데, 이 사실을 산하(山河)를 두고 맹서하고 간책(簡策)에 기록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에 성대한 예를 거행하여 옛 법전을 편다.
생각건대 경은 자질과 성품이 강직하고 방정하였으며, 재주와 계책이 민첩하고 노련하여, 과거(科擧)의 선발에 뽑혔으며, 추관(樞筦)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백(臺柏)의 자리에 있으면서 곧다는 명성이 일찌감치 드러났고, 군부(郡符)를 차고서는 치적이 성대하게 드러났다. 이에 영고(寧考)께서 다스리던 때에 선발되어 드디어 아경(亞卿)의 자리에 잇달아 있게 되었으며, 역시 일찍이 탁지(度支)에서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았고, 재차 병한(屛翰)의 자리를 맡아서 풍속을 살폈는데, 간사와 거짓이 나라 안팎에서 혁신되었으며, 털끝만치도 총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가 왕위를 이어받은 처음에는 실로 직임을 맡김이 독실하였다. 정성은 갈수록 더 가다듬어졌고, 명망은 갈수록 더 높아져, 수극(樹棘)의 높은 반열을 맡았으며, 이어 집금(執金)의 직을 겸하였다. 그런데 어찌 대처하기 어려운 변고가 갑작스럽게 망극한 가운데에서 나올 줄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다행히 여러 현신들이 공평하게 처리하는 데 힘입어서 잔당들이 속히 처형을 받는 데에 이르렀다. 정상을 이미 얻었으나 더욱더 나의 가슴속은 답답하고, 근로함이 이미 많으니 참으로 공들에게 몹시 부끄럽다.
근래에 나랏일이 많았던 탓으로 인해 오랫동안 종정(鍾鼎)에 명(銘)을 새겨 공훈을 기록하는 일이 늦어졌다. 좋은 날짜를 따져 보매 마침 아름다운 때를 만났다. 이에 그대에게 삼등(三等)의 공을 책훈하여 효충분의익사 공신으로 삼고는, 광산(光山)의 옛 땅을 떼어 주고, 연각(烟閣)의 새 영광을 트이게 한다.
아, 태만함도 없고 황잡함도 없는 것은 내가 종시토록 나의 마음속에서 깊이 유념할 것이니, 오래가게 하고 크게 되도록 함은 경이 자손들에게 계책을 잘 남겨 주어야 할 것이다. 영원토록 다른 생각을 품지 않을 마음을 견지하면서 함께 끝이 없이 영원할 복록을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과 같이 교시하니,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주-D001] 주(周)나라에서 …… 받았으며 :
온(溫)은 지명이고, 진후(晉侯)는 진 문공(晉文公)이며, 남양(南陽)은 태행산(太行山) 이남과 황하(黃河) 이북의 지역을 말한다. 노(魯)나라 희공(僖公) 25년에 온 땅에서 대숙(大叔)이 반란을 일으키자, 진나라 문공이 온 땅을 포위한 다음 주나라 천자를 맞이하였는데, 주나라 천자가 대숙을 잡아 죽였다. 이듬해에 진 문공이 천자에게 알현하자, 천자가 진 문공에게 양번(陽樊), 온, 원(原), 찬모(欑茅)의 토지를 하사해 주었으므로, 진나라가 비로소 남양 지방으로 영토를 넓힐 수가 있었다. 《春秋左氏傳 僖公25年》
[주-D002] 한(漢)나라에서 …… 받았는데 :
두연년(杜延年)은 한나라 소제(昭帝) 때 사람으로, 자가 유공(幼公)인데, 간대부(諫大夫)로 있을 적에 상관걸(上官桀)과 연왕 단(燕王旦)의 모반(謀反)을 고한 공으로 건평후(建平侯)에 봉해졌다.
[주-D003] 추관(樞筦) :
추관(樞管)과 같은 말로, 중앙 정부의 중요한 정무를 처리하는 관직을 말한다.
[주-D004] 대백(臺柏)의 …… 드러났다 :
정사호(鄭賜湖)가 1586년(선조 19)에 안동 부사(安東府使)가 되었고, 1599년에 대사헌을 지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5] 역시 …… 살폈는데 :
정사호가 호조 참의와 황해도 관찰사를 지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6] 수극(樹棘) :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뜻으로, 구경(九卿)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뜻한다. 주(周)나라 때 외조(外朝)에다 회화나무와 가시나무를 심어 조신(朝臣)들이 서는 자리를 만들었다. 회화나무가 있는 곳에는 삼공(三公)이 자리하였고, 가시나무가 있는 곳에는 고(孤)와 경(卿)과 대부(大夫)가 자리하였다. 여기서는 정사호가 광해군이 즉위한 해에 병조 참판에 제수되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7] 집금(執金) :
의금부 관원의 별칭으로, 정사호는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를 지냈다.
[주-D008] 그런데 …… 하였겠는가 :
익사 공신(翼社功臣)은 1609년(광해군 1)에 일어난 임해군(臨海君)의 옥사(獄事)를 처리한 신하들에게 내린 공신호인바, 여기서는 임해군의 옥사를 가리킨다. 임해군은 선조(宣祖)의 서자(庶子)였지만 서열상으로는 첫째이므로 당연히 세자(世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성질이 난폭하여 아우인 광해군에게 세자 자리를 빼앗겼다. 그 뒤 선조가 죽자 세자 봉작(封爵)에 대한 서열 문제가 명(明)나라에서 다시 거론되어 사신이 나오기까지 하였는데, 광해군을 지지하는 일부 대신들의 주청에 의해 진도(珍島)에 유배되었다가 다시 강화(江華)의 교동도(喬桐島)에 이배(移配)되었으며, 이듬해인 광해군 1년에 죽었다.
[주-D009] 연각(烟閣) :
능연각(凌烟閣)으로, 옛날에 공신들을 기리기 위하여 공신들의 화상(畵像)을 그려서 봉안한 높은 누각인데, 당나라 태종(太宗)이 장손무기(長孫無忌), 두여회(杜如晦), 위징(魏徵) 등 24명의 화상을 그려 봉안한 능연각이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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