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30. 13:52ㆍ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고전번역서 > 환재집 > 환재집 제9권 > 서독 > 최종정보
환재집 제9권 / 서독(書牘)
윤사연에게 보내는 편지 1 기유년(1849, 철종 즉위년)〔與尹士淵 己酉〕
[DCI]ITKC_BT_0632A_0100_010_0010_2018_003_XML DCI복사 URL복사
산릉(山陵)의 일이 끝나고 졸곡(卒哭)도 어느새 지나갔습니다. 우리 선대왕(先大王)의 성명(聲明)과 문물(文物)이 천고에 영원히 묻히게 되었으니, 하늘을 우러러 통곡해도 원통한 눈물은 미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관직에 매인 몸이라 상엿줄을 잡으려던 계획이 어긋나 길러주신 은혜를 저버리고 말았으니, 나는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
어느덧 한 해도 저물어 눈이 깊게 쌓인 즈음에, 어버이를 모시는 형의 체후(體候)는 두루 편안하신지요? 관산(關山 변방)에서 홀로 떨어져 지내자니 요즈음 참으로 괴로운데, 어찌하여 오랫동안 한 통의 편지도 보내 주지 않으십니까? 생각나실 때마다 편지를 적어 계동(桂洞)의 집으로 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인편이 있다는 소식을 기다렸다가 편지를 쓰신다면, 그 인편을 얻기가 아마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다섯 달 동안 오랜 이질(痢疾)에 시달렸으니,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편안해졌지만 원기(元氣)의 손상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공적인 사무와 사적인 일이 어지러이 얽히고설켰으니, 이는 당연한 형세이므로 다시 어찌 하겠습니까.
이곳은 춥고 더움이 특이한 기후라서, 여름에 해당하는 달이라도 서풍(西風)이 불면 곧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아마 ‘북극(北極)에 가깝기 때문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겨울에도 남풍(南風)이 조금 불기만 하면 곧 찌는 듯한 더위를 견딜 수 없는 것이 영외(嶺外 영남(嶺南))에 있을 때보다 심합니다. 형께서는 이것이 무슨 이유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대만(臺灣)과 유구(琉球)로부터 곧장 이 지역에 도달하기까지 만 리의 푸른 바다에 막힌 것이 없어서, 남풍이 한 번 불면 적도(赤道)의 열대(熱帶)가 높은 산이나 거대한 고개 밖으로 흩어지거나 머물지 않고 순식간에 곧장 이곳까지 도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형은 이런 저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곳은 극출(極出)이 39도 반강(半强)이 되는데, 동짓날 측정해 본 것입니다. 한양에 비해 2도가 더 높으며, 겨울 해는 짧고 여름 해는 기니 당연히 일각(一刻 15분)이 서로 차이가 나겠지만, 아직 확인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삼계도(三界圖)〉에 나오는 이곳의 북극 고도와 연경(燕京)으로부터의 편동(偏東 경도(經度))이 몇 도인지 부디 적어 보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곳이 중국 산동(山東)의 어느 주부(州府)와 수평선상으로 일치하는지도 적어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인편은 믿을 만한 사람이니 〈삼계도〉의 첩(帖)을 곧장 보내 주신다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읍지(邑誌) 한 권을 만들고자 합니다만, 옛 사적을 수집할 방법이 없고 또 빼어난 유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시골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황당하여 웃음만 나오는 것들이니, 어쩌겠습니까.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에 낙랑군(樂浪郡)의 속현(屬縣) 가운데 증지현(曾地縣)이 있는지 꼭 조사해 주십시오. 지난번에 김산천(金山泉)과 작별하고 문을 나서 말에 올라타니 그분이 멀리서 말하기를 “그곳이 바로 한(漢)나라의 증지현이네.”라고 하셨는데, 갈 길이 바빠 미처 다시 여쭙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에는 분명히 근거가 있을 것이니, 형께서 고증하여 알려줄 수 있을는지요?
옛사람들이 임금에게 아뢸 때 매양 ‘모직에서 대죄합니다.〔待罪某職〕’라고 칭한 것을 읽을 때마다, 단지 겸손하고 조심하겠다는 관례적 표현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한 고을의 수령이 되고 보니, 옛사람들의 그 말이 실심(實心)과 실정(實情)에서 나온 것임을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옛사람들이 글을 지을 때 한 글자도 대충대충 소홀히 하지 않았음이 이와 같습니다.
배불리 먹고 편히 앉아 관례에 따라 도장이나 찍으며 크게 놀랄 만한 일이건 조금 괴이한 일이건 간에 모두 제쳐놓고 심리(審理)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진실로 죄가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방법과 정반대로 하고자 하더라도 이 또한 죄를 얻음이 적지 않을 것이니, 형께서는 무슨 방법으로 저를 가르쳐 주실는지요?
지금 막 들으니 칙사(勅使)가 오늘 압록강(鴨綠江)을 건넜다고 하므로 즉시 행장을 준비해 역참으로 마중 나가야하기 때문에 온 고을이 물 끓듯 소란스러워 마음이 바빠 회포를 다 쏟아낼 수가 없습니다. 새봄에 하늘의 복을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주-D001] 윤사연에게 보내는 편지 1 :
1849년(철종 즉위년) 연말에 쓴 편지로, 이때 환재는 그의 첫 벼슬인 용강 현령(龍岡縣令)을 맡고 있었다.
'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흥진 굴항도 수로공사 (1) | 2022.09.30 |
---|---|
경상도 의성현(義城縣) 얼음이 없는 계절의 얼음 빙산(氷山) (1) | 2022.09.30 |
‘중원(中原)을 도와서 호위한다.’ (0) | 2022.09.27 |
바다를 끼고 호수를 거점으로 삼아 호부(虎符)로 수천 리의 보장(保障)이 되는 지역을 지켜 왔다 (0) | 2022.09.20 |
낙양(洛陽 상주)의 역마(驛馬)의 경우에는 규정을 어기고 (0) | 202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