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천지괴변

2022. 9. 7. 20:53대륙조선 일반

수몽집 6 / 계사(啓辭)

승정원에서 올리는 계사〔政院啓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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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며칠 전 연이어 경상 감사의 장계를 보았는데, 큰 별이 바다에 떨어지고 지진이 발생하여 우레가 치는 것 같았다고 하니 극히 놀라웠습니다. 어제 황해 감사의 장계를 보았는데, 우박이 내리는 변고가 또 4월에 발생하고 폭풍까지 거세게 불어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가고 벼와 곡식이 서리를 맞은 것처럼 손상을 입어 들판에 가득한 통곡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어찌 성스럽고 밝은 전하의 치세에 천재지변이 거듭 일어나 우리 전하를 이토록 놀라게 한단 말입니까.

더구나 이 황해도 전 지역에서 반역의 변란이 일어나서 전후로 체포된 자가 36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성상의 살려 주기 좋아하는 덕에 힘입어 풀려난 자가 태반이지만 그 공초에 연루된 자를 체포할 적에 또한 어찌 억울한 자가 혹시라도 섞여 들어가 화기(和氣)를 상하게 한 경우가 없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더욱 잘 살피고 유념하여 역모 사건에 연루된 자들을 국문할 때 항상 무고한 이가 잘못 화를 입게 될 것을 염려하십시오. 그리하여 죄를 다스릴 때에는 떳떳한 법을 넘지 말고 의심스러운 옥사를 판결할 때에는 무고한 이를 죽이기보다는 차라리 법대로 집행하지 않는 쪽을 택하여, 위로 하늘의 꾸짖음에 답하고 아래로 민심을 안정시키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매우 다행일 것입니다.

신들이 이로 인하여 생각건대 그 수괴를 죽이고 도당(徒黨)을 치죄하여 큰 옥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지만, 이미 죄를 자백한 김제세(金濟世)가 여전히 천지간에 숨 쉬고 살면서 하늘이 혁연히 노여움을 보인 아래에서 더욱 흉악한 속임수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잠깐 사이에도 말을 이리저리 바꿔 가면서 오늘 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내일 또 한 사람을 끌어들이는데, 따져 심문해 보면 말한 것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어서 앞뒤가 모순되고 진위가 잘 판별되지 않습니다. 날마다 많은 사람을 죄에 끌어들여 스스로 목숨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 마치 조정을 농락하는 듯한데, 대신(大臣)과 대간(臺諫) 들이 분통스러워하면서도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월(日月)과 같이 밝은 성상께서 그 정상을 훤히 꿰뚫고 계시지만 그래도 적도(賊徒)가 빠져나갈까 염려하여 일단 그 공초에 거론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도의 민심이 저마다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전혀 진정될 날이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기맥이 점차 쇠약해지는 것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스럽고 밝은 전하께서는 이 역적에게 속히 형벌을 내려서 여러 사람의 분한 마음을 통쾌하게 하고, 옥사를 속히 마무리 짓고 덕음(德音)을 널리 펴서 황해도의 백성들로 하여금 전하께서 위무해 주는 가운데 다시 편안히 살면서 즐겁게 생업에 종사하게 해 주십시오. 이는 비단 신들의 소망일 뿐 아니라, 실로 온 나라 인심이 전하께 함께 바라는 것입니다. 신들이 전하를 매우 가까이에서 모시는 직책을 맡고 있어서 우려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황공함을 무릅쓰고 감히 아룁니다.

 

[-D001] 승정원에서 올리는 계사 :

1612년(광해군4) 2월 황해도 봉산 군수(鳳山郡守) 신률(申慄)이 어보(御寶)를 위조한 혐의로 김제세를 신문하였는데, 김제세가 김백함(金百緘)이 반역을 꾀하였다고 고변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김백함과 그 아버지 김직재(金直哉), 김직재의 사위 황보신(皇甫信)이 처형되었다. 이후에도 김제세는 많은 이를 반란 가담자로 고변하였다. 《燃藜室記述 卷19 金直哉之獄》 이 계사는 당시 도승지였던 정엽이 승지들과 함께 올린 것이다. 《光海君日記 4年 5月 6日》

[-D002] 신들 :

대본에는 앞에 ‘啓曰’이 있다. 문맥에 근거하여 빼고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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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에 갔던 사신이 지은 문견록(聞見錄)에,

“정덕 무인년(1518, 중종 13) 5월 15일에 소주(蘇州) 상숙현(常熟縣)에서 흰 용 한 마리와 검은 용 두 마리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서 입으로 불길을 토하며, 뒤따라 뇌성 번개가 치고 바람과 구름이 휘말아 일어나므로 부근 민가 3백여 호와 배 수십 척이 공중으로 날아 들어가다가 땅에 떨어져 분쇄(粉碎)되었다…….”

하였다. 그날 우리 나라 서울과 지방에 지진(地震)이 크게 일어나 종묘(宗廟)의 기왓장이 날아가고 대궐 안 담장이 무너졌으며, 민가가 혹 무너진 것도 있어 남녀 노소가 모두 밖으로 나와 눌려 죽는 것을 면하였다. 임금이 삼공(三公)ㆍ육경(六卿)ㆍ양사(兩司)ㆍ옥당(玉堂)ㆍ예문관( 藝文館)을 불러 자문하고 밤이 깊어서야 파하였는데, 한꺼번에 들어가지 않고 삼공ㆍ육경이 파하고 나가면 양사가 잇따라 들어가고, 또 옥상과 한원(翰苑 예문관藝文館)이 차례로 입대( 入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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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 제1권 / 천지문(天地門)

지진풍뢰(地震風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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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들이 많고 산이 적어서 예부터 지진이 많았다. 황추포(黃秋浦)가 사절로 갔을 때도 하루도 지진 없는 날이 없었고 관백이 거주하는 5층 건물이 그로 인하여 무너져서 압사한 사람이 4백여 명이고, 풍외주(豊外州)에 있는 큰 부락에서는 3천 4백 호가 꺼져서 큰 못이 되어 버리고, 산 위에 있는 큰 소나무가 겨우 그 끝만 드러났고 죽은 사람이 무수하였다. 그 중 5천 6백 명은 무엇이 집어던지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산 위에 던져졌다.

터진 곳에는 흐린 물이 팥죽처럼 흘러나오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런데, 거기서는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모든 땅속에는 텅 빈 곳이 많았다.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도 종종 깊이를 알 수 없는 석굴이 있는 것을 보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더러는 오랜 세월을 지나서 돌이 깎이고 흙이 무너지면 텅 빈 속에서 소리가 진동한다. 이것이 지진이 되는 것이다. 또는 땅속이 꺼지면서 지면에까지 올라오게 되는데, 이것을 지함(地陷)이라고 한다. 중국에도 이러한 곳이 많이 있다. 힘은 우주에 충만되어 있다. 그러므로 물체가 없는 틈바구니에도 이 힘이 없는 곳은 없다.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내려올 때는 그 속도가 매우 급하다. 그러므로 그 힘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가령 깊은 구덩이에 갑자기 큰 물건을 던져보라. 힘이 반드시 위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땅이 꺼질 때에 사람과 물건이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흐르는 물이 갑자기 끊어지는 곳이 더러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5년 전인 정축년(1577)에 안주의 청천강과 정선(旌善)의 대음강(大陰江)이 수개월 동안 물이 끊어졌다. 이것도 땅속이 텅 비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 텅 빈 곳은 반드시 바다와 서로 통하며 흙과 돌 사이에 지맥이 툭 터져서 물이 그 쪽으로 새어나간다. 오래되면 그 하류가 무너지고 막혀서 본래와 같이 된다. 그러면 꺼진 웅덩이에 물이 다시 채워져 원상대로 흐르게 된다. 또 강물이 붉고 탁한 것도 물에서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에 용이 강을 따라 올라가는데, 천둥이 일어나고 폭풍이 불고 우박이 떨어지며 풀과 곡식들이 하나도 없이 다 없어졌다. 그 넓이는 3~4백 보에 불과하였다. 용이 다시 물로 들어가서 10리쯤 가다가 다시 조령(鳥嶺)을 넘어서 낙동강으로 들어갔는데, 강 동쪽에는 풀 한 포기도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며 한강은 10여 일 동안 붉고 탁한 물이 흘렀다. 시냇물이 흘러갈 때 모래흙을 파내면 물이 흐리게 된다.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 천둥을 하는 것이 이상스럽지마는 그것도 놀랄 것은 없다. 용과 악어와 물 속에 있는 큰 짐승들이 바다와 산 굴속에 있다가 간혹 성을 내어 싸우며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물이 터지고 바람이 사나워 나무가 뽑히며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나 가축이 수없이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매우 많다. 대체로 천둥이라는 것도 하늘이 노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면에서의 거리가 멀지 아니하니, 저 아득한 하늘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아마도 땅의 기운이 쇠하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그 틈을 타서 야로를 부리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이 불길을 나타내는 이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D001] 황추포(黃秋浦) :

황신(黃愼)의 호. 임진왜란에 활약하였으며,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