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8. 12:48ㆍ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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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64권 / 기(記)
신라 가야산 해인사 결계장기(新羅迦耶山海印寺結界場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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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崔致遠)
듣기로, 대일산(大一山) 석씨(釋氏)는 귀중한 말을 인용하여 불교도에게 경계하기를, “대지가 생성하고, 유지하는 것과 같이 경계하여라.” 하였으니, 대개 마음과 업을 발하라는 뜻이다. 대경(大經)에 이르기를, “이 세상에 있을 때나 이 세상을 떠나서나 모든 선근(善根)을 지은 자들 모두 가장 좋은 것인 시라(尸羅)의 땅에 의지하라.” 하였다. 그런즉 땅의 이름이 서로 들어맞아야 하늘의 말씀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라의 명칭을 시라라 한 것은 실로 바라제(波羅提)가 법을 일으킨 곳이어서이며, 산을 가야(迦耶)라 한 것은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곳과 같아서이다. 하물며 경내는 이실(二室)보다 훌륭하며 산봉우리는 오대산보다 높이 솟았다. 엄연히 이곳은 높은 지역으로 기이하며 맑고 시원하면서도 수려한 곳이다. 문에 해인(海印)이라고 써 붙였으니, 구름은 정의를 보호하는 용처럼 뭉게뭉게 일어나고, 깊은 산신령을 기대었으니, 바람은 계율을 지키는 범처럼 무섭도다. 좋은 경지에서 불법을 일으키었으나 자리 잡은 것은 겨우 1백년에 불과하였다. 다만 절터가 워낙 험하기 때문에 창건한 것이 규모가 작았다. 다시 짓자는 여론에 따라 나라에서 확장할 것을 허락하였다. 드디어 건녕(乾寧) 4년 가을, 90일 동안 참선한 끝에 땅을 넓히고 사찰 건축하기를 기다렸다. 땅의 신이 마음으로 정성을 드리며 하늘의 신도 눈으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하물며 산중에 있는 좋은 경지가 정말 해외(海外)의 복 받는 도장이 될 것임에랴. 그러나 부처님의 사원을 세우기는 쉬우나 도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마음에는 있으나 거두어들이지 않는다면 날개가 없이 날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몸이란 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산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으며, 계(戒)를 지키는 것은 달빛이 바다에 비치는 것과는 달라서 이지러지면 반드시 둥글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지금 불법은 장차 쇠퇴하려 하며 마귀의 군대는 다투어 일어난다. 볼수록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염려되는 것은 연기가 짙다가 불이 타오르는 것이다. 도가(道家)의 교훈에 이르기를, “편안하여야 유지하기가 쉽다.” 하였고 유가(儒家)의 글에 이르기를, “조심하지 않는 것을 사나운 것이라 이른다.” 하였다. 제약(制約)하는 것이 오직 사람이 행할 도리이니, 노력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지역의 4면을 구획하여 모두 책정하기를 다음과 같이한다. 진실로 이른바 3층의 집을 짓고 4층의 누(樓)를 올리는 것이다. 좋을시고, 이야말로 산이 높아서 쳐다보기가 쉬운 곳이니, 바라건대 엎어진 물을 거두기 어려운 사정은 없으리로다. 곧 이 지역은 금강석처럼 단단하며 우뚝히 솟은 옥 같은 사찰이로다. 위엄이 세속을 억누르니 유(庾)씨의 티끌이 곧 끊어질 것이요, 덕이 요물(妖物)을 이겨내니, 장각(張角)의 안개가 침노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마음을 깨끗이 한 것을 재(齋)라 하며, 걱정을 방지하는 것을 계(戒)라 한다. 유교에서도 이렇게 말하는데, 불교에선들 어찌 쓸데없이 넘기리요. 잡귀가 방해함을 피하려 하면 노력하여 신(神)의 보호를 구하라. 때는 당(唐)의 건녕(乾寧) 5년 정월이다.
[주-D001] 이실(二室) :
중국 숭산(崇山)에 있는 태실(太室)과 소실(少室) 두 산을 가리킨다.
[주-D002] 유(庾)씨의 티끌 :
유씨는 유량(庾亮)을 가리킨다. 유량은 권세가 대단하여 왕의 권력보다도 셀 정도였다. 어느 날 바람이 불자 왕이 부채로 먼지를 날리며 말하기를, “유량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히는구나.”라고 하였으니, 이는 그의 권세가 위협적인 것을 꺼려서 한 말이다. 이 이후로 유진(庾塵)이라 하면 권세가 대단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주-D003] 장각(張角) :
후한(後漢) 때 거록(鉅鹿) 사람으로 황건적의 우두머리이다.
[해동고승전 (順道, 亡名, 摩羅難陀, 阿道 外 , 圓光 外)]
摩羅難陀
……………
三韓東南隅海內有倭國。即日本國也。倭之東北有毛人國。其國東北有文身國。其國東二千餘里有大漢國。其國東二萬里有扶桑國。
宋時有天竺五僧。遊行至此。始行佛法此皆海中在。惟日本國僧。往往渡海而來。餘皆未詳。
夫三韓者。馬韓.卞韓.辰韓.是也。寶藏經云。東北方有震旦國。或云支那。此云多思惟。謂此國人思百端故。即大唐國也。然則三韓在閻浮提東北邊。非海島矣。佛涅槃後六百餘年乃興。中有聖住山。名室梨母怛梨(唐言三印山)峻峰高聳。觀世音菩薩宮殿在彼山頂。即月岳也。此處聖住未易殫書。然百濟乃馬韓之謂矣。
宋僧傳云。難陀得如幻三昧。入水不濡。投火無灼。能變金石。化現無窮。時當建中。年代相拒而不同。恐非一人之跡也。
삼한(三韓)의 동남쪽 바다 안에 왜국(倭國)이 있는데 이는 곧 일본국이고, 왜국의 동북쪽에 모인국(毛人國)이 있었고, 또 그 나라의 동북쪽에는 문신국(文身國)이 있었고, 그 나라의 동쪽 2천 리에 대한국(大漢國)이 있었고, 다시 그 나라의 동쪽 2만 리에는 부상국(扶桑國)이 있었다.
송나라 때에 천축(天竺)의 다섯 승려가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불법을 행하였다. 이 나라들은 모두 바다 가운데 있었는데 오직 일본국의 스님만이 왕왕 바다를 건너 왔었고, 그 밖의 나라들은 모두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대저 삼한(三韓)이란 마한(馬韓)․ 변한(弁韓)․ 진한(辰韓)이 그것이다. 보장경(寶藏經)에 이르기를, 동북쪽에 진단(震旦)이란 나라가 있었는데 혹은 지나(支那)라 하기도 하고, 여기서는 다사유(多思惟)라고 하는 바, 이 나라 사람들은 생각을 많이 하는 까닭이며, 곧 대당국(大唐國)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그러한즉 삼한(三韓)은 염부제(閻浮提; 閻浮提鞞波 또는 贍部洲라고 하는 須彌四洲의 하나로 須彌山의 남쪽에 있다.)동북쪽에 있고 해도(海島)가 아니다. 부처님께서 열반(涅槃)하신 뒤 600여 년 만에 일어났다. 가운데에는 성주산(聖住山)이 있는데 이름을 실리모달리(室梨母怛梨)라 하고, 준봉(峻峰)이 높이 솟았는데 그 산정(山頂)에는 관세음보살 궁전이 있는데, 곧 월악산(月嶽山)이다. 이곳 성주(聖住)에 대해서는 쉽게 모든 것을 적을 수는 없지만, 백제는 곧 마한을 이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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