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엉터리 한자음...을 하는 이유

2022. 9. 14. 00:44대륙조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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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집 후집 6 / 잡지(雜識)

십삼산변〔十三山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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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삼산(十三山)은 광녕(廣寧) 서쪽 90리에 있는데 거주민들은 혹 ‘석산참(石山站)’이라고도 하니, 이는 십삼산의 중국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운서(韻書)를 상고해 보면, 십(十)과 석(石), 삼(三)과 산(山), 산(山)과 참(站)은 각기 다른 음이다. 우리나라의 음 또한 고운(古韻)이 그러하듯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판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대체로 비슷하게 발음하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성인(聖人)이 소리를 율(律)로 만들어 말을 하면 모두 운(韻)을 이루고 또 오성(五聲 궁상각치우)으로 구분하여 책에 기록했는데, 그 중에 경전에 나온 것으로 말하면 상평성(上平聲)과 산운(刪韻)과 하평성(下平聲) 담운(覃韻)을 통운하여 협운이 되는 것은 없으며, 입성(入聲) 맥운(陌韻)과 집운(緝韻)을 통운하여 협운이 되는 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그 각각의 소리를 똑같이 발음하여 차이가 없으니 괴이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궁벽한 외방에 있어 말에 조리가 없어 음률(音律)을 논할 수는 없는 듯하나 고운을 참고해 보면, 십삼산과 석산참의 발음이 다른 것은 멍청하든 똑똑하든 누구라도 구별할 수 있다. 이는 고운의 소리와 맞는 듯하니 어째서인가.

우리나라 문자는 기자(箕子)에게 받았으니 은(殷)나라와 주(周)나라로부터 전해진 것이며,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았다. 또한 한(漢)나라, 당(唐)나라, 송(宋)나라 때 수로(水路)로 중국 강남(江南)과 통하였다. 강남은 합구성(合口聲)을 사용하는데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음은 곧 삼대(三代)의 유음(遺音)이니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의 음에 질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는 진(晉)나라, 육조(六朝), 오계(五季), 원(元)나라 3, 4백년을 거쳐오는 동안 때로 이적(夷狄)이 어지럽혔으니 예악과 풍속도 오히려 보전하기 어려웠는데, 하물며 구구한 음운(音韻)에 있어서 어찌 삼대의 옛 것을 보전할 수 있었겠는가.

어떤 이는 중앙과 지방 내지 수도와 시골을 가지고 말이 순수한지 불순한지 나누고, 오랑캐와의 거리가 먼지 가까운지 따지지 않는데, 이는 몹시 불가하다. 지금 순천부(順天府)는 예전에 원나라의 수도였던 것을 그대로 따라서 천하의 북쪽에 있는데 이곳의 말을 관화(官話 표준어)라 하고 강남의 말을 지칭해서 향담(鄕譚 사투리)이라 한다. 저 강남이란 곳은 또한 중앙과 지방 내지 수도와 시골의 구분에 구애되어 감히 자기들이 정통이라고 하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강남의 운(韻)이 아직 옛 것을 보존하고 있는 줄 알았는가. 이것은 근본이 도리어 잘못된 것을 따라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성인께서 운서를 만들면서 오성(五聲)과 육률(六律)을 조화롭게 해서 그 음이 서로 비슷한 것을 각기 하나의 운(韻)으로 나누셨다. 만약 시(矢)와 시(寺)처럼 십(十)과 석(石)이 같은 소리라면, 옛날 성현은 십(十)과 석(石)을 각기 지운(紙韻) 치운(寘韻)에 두었을 것이며, 만약 산(山), 삼(三), 참(站)이 모조리 산운(刪韻)과 같은 소리라면, 옛날 성현은 마땅히 상평성(上平聲) 합쳐 놓았을 것이니, 구태여 운서에서 구분해 놓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대체로 중국이 운학(韻學)에 자세하지 못한 것은 근래에 더욱 심하다. 내가 산해관(山海關)에 당도했을 때 어떤 사람이 《천자문 음주(千字文音註)》를 팔고 있는데 ()’ ‘()’으로 발음하고 있었다. 혹시 중국에서 음을 안다고 하는 것이 대개 이러한 따위인가.

내 생각에 《시경》 삼백 편에서 전해온 음은 시부(詩賦)에 가깝다고 하겠는데, 중국에서는 수백 년간 시부로 선비를 뽑지 않아 선비 중에 글공부를 한다는 자들은 단지 과거문에만 전력하게 되어 삼백편의 운화(韻話)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 저 선비들도 그러하거늘 어리석은 백성이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느냐. 우리나라의 선비는 어려서부터 시를 짓는데 운을 놓는 것이 옛 소리와 딱 들어맞게 하니 저 집운(緝韻)의 ‘십(十)’과 맥운(陌韻)의 ‘석(石)’과 산운(刪韻)의 ‘삼(山)’과 담운(覃韻)의 ‘삼(三)’은 비록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완연히 구별할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에 기자 때의 구음(舊音)이 아니라고 한다면 한마디 말도 같지 않으니, 중국음이 어떻게 스스로 맞을 수 있겠으며, 어떻게 스스로 옛 성현의 운서에 맞을 수 있겠는가.

[-D001] 십삼산(十三山) : 

중국 요령성 금현(錦縣) 동쪽 75리에 위치한 산으로 봉우리가 13개라 ‘십삼산(十三山)’이라 한다. 대명사행(對明使行)의 주요 경로이다.

[-D002] 산운(刪韻) : 

‘산(山)’은 상평성(上平聲) 산운(刪韻)에 해당된다.

[-D003] 담운(覃韻) : 

‘삼(三)’은 하평성(下平聲) 담운(覃韻)에 해당된다.

[-D004] 맥운(陌韻) : 

‘석(石)’은 입성(入聲) 맥운(陌韻)에 해당된다.

[-D005] 집운(緝韻) : 

‘십(十)’은 입성 집운(緝韻)에 해당된다.

[-D006] 합구성(合口聲) : 

한자음 중에서 입술을 붙여 내는 소리이다. 갑(甲), 엽(葉), 감(甘), 합(合) 등 입성에 해당하는 글자이다. 우리나라 한자음에서는 그대로 합구성으로 발음되는데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달라졌다.

[-D007] 순천부(順天府) : 

명조(明朝)의 북경지구(北京地區)를 말한다.

[-D008] 지운(紙韻) 치운(寘韻) : 

‘시(矢)’는 상평성 지운에 속하며, ‘시(寺)’는 거성(去聲) 치운에 속한다.

[-D009] 산운(刪韻) : 

‘산(山)’은 상평성 산운에 해당된다.

[-D010] 상평성(上平聲) …… 것이니 : 

‘산(山)’이 상평성 산운에 해당되기에 이른 말이다.

[-D011] () …… 있었다 : 

‘천(天)’은 하평성 선운(先韻)이고 ‘첨(添)’은 하평성 염운(鹽韻)으로 다룬 운임에도, ‘천(天)’이 ‘첨(添)’으로 음주(音註)되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