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6. 10:51ㆍ백두산
동문선 제108권 / 상량문(上梁文)
대창니고 상량문(大倉泥庫上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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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李奎報)
아랑위야, 곳집이라 하는 것은 실상 곡식을 저장하는 근원이요, 이것이 하늘에 있어서는 별이 되니 대개 별은 곳집의 상징이다. 나라에 있어서 이 곳집은 가장 중대한 것이니, 그 제도는 의당 굉장하리라. 우리 나라가 만세의 도읍을 정하고 사방의 공(貢)을 받을세, 식량이 제일 중하다는 것을 알아 이천 칸이나 되는 곳집을 지어 여기에 저장하게 되었도다. 싣고 오는 그 모습 강언덕에 대는 배꼬리[舟尾]가 서로 이어 있고, 육지에는 짐발이 수레바퀴가 서로 부딪치더라. 백성들에게 부세를 적게 취해서 공전(公田)의 10분지 1을 받아도 전체의 부세는 한 해에 한없는 수이더라. 그러나 이것을 노적(露積)해 둠이 많았으니, 그 저장이 허술하였으나 어쩔 수 없어 그냥 지내왔도다.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성상폐하(聖上陛下)께서는 정치를 부국에 먼저 힘쓰고 일을 시기에 편리하게 하였도다. 옛부터 내려오면서 비록 둥근 균(囷)과 모난 유(廋)가 있었으나, 오래 지탱할 꾀를 도모하려면 높은 담으로 높이 짓는 것보다 못할세라. 이에 유사(有司)에게 명령하여 불일간에 완성하라고 하였도다. 나무 하나를 끌매 티끌이 백리에 덮이고, 돌 하나를 떨어뜨리매 우레가 만산에 울리도다. 경영함이여, 장하고 화려하도다. 공이 이와 같으니 비록 공수(公輸 춘추시대 노(魯) 나라의 유명한 목수)가 먹줄을 튕겨 짓는다 하더라도 이보다 잘 지을 수 없고, 곡식 용량이 얼마냐는 예수(隸首)를 시켜 계산하게 하더라도 다 셀 수 없을 것이다. 여기 좋은 날을 택하여 긴 들보를 들어 올림에 있어서 공경히 칠위(七偉)의 소리를 떨쳐서 육방에 송(頌)을 하노라.
아랑위야, 들보 동쪽을 쳐다볼세, 바로 창룡(蒼龍)과 각미(角尾)를 가리키는구나. 해마다 춘야(春野)에 임금께서 친히 경전(耕田)의 법을 강하니 묵은 곡식이 썩어 누렇게 뜬 것을 보겠도다.
아랑위야, 들보 서쪽을 쳐다볼세, 머리를 돌이켜 바로보니 화악산(華岳山)이 낮구나, 계빈(罽賓 나라이름)이 두려워서 상취(象翠)를 가져오고 신독(身毒 나라이름)이 이에 또 이서(犛犀)를 바치도다.
아랑위야, 들보 남쪽을 쳐다볼세, 바로 숭산(嵩山)을 대하고 있으니 여기에 왕기(王氣)가 함축되어 있구나. 백성들이 즐겁게 노래하고 있으니 이는 덕이 멀리 뻗쳐 훈풍이 민심을 푸는 것임을 알겠도다.
아랑위야, 들보 북쪽을 쳐다볼세, 위엄이 안문(雁門) 땅의 편발(編髮)들을 항복 받는구나. 높고 높은 것이 얼마나 되느냐 묻지 말라. 금을 쌓아 북두칠성에까지 이른들 어찌 이 곳집에 차겠는가.
아랑위야, 들보 위를 쳐다볼세, 햇빛을 가리우고 안개를 끼게 하는 그 높이가 백장(百丈)이나 되는구나. 공전(公田)이 풍년 들지 않는 것을 어찌 걱정하리요. 천고(天庫) 같은 곳집에 곡식이 가득 찼네.
아랑위야, 들보 아래를 내려다 볼세, 대궐문이 통창하여 만 필의 말들이 드나들 수 있겠구나. 말을 타고 바다와 육지에 멀리 달리니 사방으로 공(貢)을 바치는 사람들이 아송(雅頌)을 노래하는구나. 엎드려 비노라. 상량한 뒤에 신명이 깊이 돕고 복록이 이르러서, 하늘은 좋은 때를 낳고 땅은 재물을 낳아 삼농(三農)은 풍년지게 하고 남자는 곡식을 생산하고 여자는 길쌈하여 만 백성들이 편하며 곳집에 곡식이 가득 차서 나라가 공고해지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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