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5. 16:53ㆍ이성계의 명조선
세종실록 1권, 세종 즉위년 8월 11일 戊子 1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근정전에서 즉위 교서를 반포하다
임금이 근정전에 나아가 교서를 반포하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태조께서 홍업(洪業)을 초창하시고 부왕 전하께서 큰 사업을 이어받으시어, 삼가고 조심하여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충성이 천자(天子)에게 이르고, 효하고 공경함이 신명(神明)에 통하여 나라의 안팎이 다스려 평안하고 나라의 창고가 넉넉하고 가득하며, 해구(海寇)가 와서 복종하고, 문치(文治)는 융성하고 무위(武威)는 떨치었다. 그물이 들리면 눈이 열리듯이 대체가 바로 서매 세절(細節)이 따라 잡히어, 예(禮)가 일어나고 악(樂)이 갖추어져 깊은 인애와 두터운 은택이 민심에 흡족하게 젖어들었고, 융성(隆盛)한 공렬(功烈)은 사책(史冊)에 넘치어, 승평(昇平)의 극치(極致)를 이룸이 옛적에는 없었나니, 그러한 지 이에 20년이 되었다.
그런데 근자에 오랜 병환으로 말미암아 청정(聽政)하시기에 가쁘셔서 나에게 명하여 왕위를 계승케 하시었다. 나는 학문이 얕고 거칠며 나이 어리어 일에 경력이 없으므로 재삼 사양하였으나, 마침내 윤허를 얻지 못하여, 이에 영락 16년 무술(戊戌) 8월 초10일에 경복궁 근정전에서 위에 나아가 백관의 조하(朝賀)를 받고, 부왕을 상왕으로 높이고 모후를 대비(大妃)로 높이었다. 일체의 제도는 모두 태조와 우리 부왕께서 이루어 놓으신 법도를 따라 할 것이며, 아무런 변경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거룩한 의례에 부쳐서 마땅히 너그러이 사면하는 영을 선포하노니, 영락 16년 8월 초10일 새벽 이전의 사건은 모반 대역(謀叛大逆)이나 조부모나 부모를 때리거나 죽이거나 한 것과 처첩이 남편을 죽인 것, 노비가 주인을 죽인 것, 독약이나 귀신에게 저주하게 하여 고의로 꾀를 내어 사람을 죽인 것을 제하고, 다만 강도 외에는 이미 발각이 된 것이나 안 된 것이거나 이미 판결된 것이거나 안 된 것이거나, 모두 용서하되, 감히 이 사면(赦免)의 특지를 내리기 이전의 일로 고발하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을 그 죄로 다스릴 것이다. 아아, 위(位)를 바로잡고 그 처음을 삼가서, 종사의 소중함을 받들어 어짊을 베풀어 정치를 행하여야 바야흐로 땀흘려 이루어 주신 은택을 밀어 나아가게 되리라."
하였다. 처음에 임금이 지신사(知申事) 이명덕(李明德)을 보내어 상왕께 아뢰기를,
"원컨대 존호(尊號)를 태상황(太上皇)으로 올리고자 하나이다."
하니, 상왕이 말하기를,
"상왕을 태상왕으로 높히고, 나는 상왕으로 함이 마땅하다. 내가 겸양하는 것이 아니다. 천륜(天倫)으로 말하는 것이니, 주상이 나에게 효도하고자 할진댄, 모름지기 내 말을 좇아야 할 것이라."
하고, 상왕도 또한 사람을 보내어 말하기를,
"태상(太上)의 칭호는 내가 감당할 바가 아니다."
하여, 이에 태상왕으로 높이는 예는 거행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6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戊子/上御勤政殿頒敎曰:
恭惟太祖草創洪業, 惟父王殿下纉承丕緖, 小心翼翼, 敬天愛民, 忠誠格于天子; 孝悌通於神明。 中外乂安, 倉廩富實, 海寇賓服, 文治以隆, 武威以振, 綱擧目張, 禮興樂備、深仁厚澤, 洽於民心; 隆功盛烈, 溢於史冊, 昇平之極, 古所未有, 垂二十年于玆矣。 近以宿疾, 倦于聽政, 命予嗣位, 予以學問疎淺, 少未經事, 辭至再三, 竟不蒙允。 乃於永樂十六年戊戌八月初十日, 卽位于景福宮 勤政殿, 受百官朝賀, 尊父王爲上王, 母后爲大妃。 一切制度, 悉遵太祖及我父王之成憲, 無有變更。 屬玆盛禮, 宜布寬條。 自永樂十六年八月初十日昧爽以前, 除謀叛ㆍ大逆、敺及殺祖父母ㆍ父母、妻妾殺夫、奴婢殺主、蠱毒魘魅、謀故殺人, 但犯强盜外, 已發覺、未發覺, 已決正、未決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 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於戲! 正位謹始, 以奉宗祧之重; 施仁發政, 方推渙汗之恩。
初, 上遣知申事李明德, 啓於上王曰: "願上尊號爲太上皇。" 上王曰: "當以上王爲太上王, 予爲上王。 予非謙讓, 以天倫也。 主上欲孝於我, 須從我言。" 上王亦遣人曰: "太上之號, 非予所敢當也。" 於是, 尊太上王之禮不擧。
'이성계의 명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유(金庾)가 우는 왕씨(王氏)가 아니라는 것을 황제에게 말했다가 도리어 죽음을 당했으므로 (1) | 2023.03.05 |
---|---|
태조 고황제께서는 한 치의 땅이나 한 명의 백성이라는 기반도 없이 마침내 화란을 평정하고 천하를 소유하셨으니 (0) | 2023.03.05 |
조선국은 옛 고려국인데 홍무 2년에 국왕(國王)이 사신을 파견, 표문을 보내어 즉위(卽位)를 축하하였으며 (0) | 2023.03.04 |
명나라를 막아내고 왜구를 무찔러 커다란 공훈을 세운 崔瑩 장군은 목을 베어버렸다. (1) | 2023.01.31 |
원나라 순제(順帝)의 황후(皇后) 기씨(奇氏) [후비(后妃)] (0) | 2023.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