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옛것만 사랑하네 황제 참칭한 왕망의 화폐, 구부 어지럽혔네 / 莾泉僭賊亂九府

2022. 9. 19. 18:15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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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2 / ()○강북창화집(江北唱和集) 무진년(1868, 고종5)에서 신미년(1871, 고종8)까지이다.

신산북 선생 기영 의 〈선덕로가〉에 삼가 화답하다〔敬和申汕北先生 耆永 宣德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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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들 기이한 것 좋아해 힘써 모으느라 / 時人好奇務蓄聚
시대를 따지지 않고 오직 옛것만 사랑하네 / 不論其世惟愛古
더러운 진나라 비석, 정이와 뒤섞이고 / 秦碑荒穢混鼎彜
황제 참칭한 왕망의 화폐, 구부 어지럽혔네 / 莾泉僭賊亂九府
하물며 관지에는 끌어다 붙인 것 많아 / 况復欵識傅會多
거를 오거로, 정을 조정으로 삼네
 / 
以擧爲伍丁爲祖
자산의 방정이니 핍길의 길이니
 / 
方鼎偪吉
누가 판별했는지, 고생 꽤나 했으리 / 誰其辨之心亦苦
이 항아리만큼 근세의 것이고도 보배일까 / 未若玆
近且珍
이것이 주조됨은 선덕 연간 봄에 있었네 / 鎔鑄乃在宣德春
인온의 원기가 구리를 잉태하여 / 絪縕元氣孕銅母
어디론가 안아 보내니 향기로운 재 내뿜었네 / 抱送誰家噴香塵
당시 삼양의 보필이 있었고 / 當時有若三楊佐
위에는 옷을 드리운 성인이 있었네 / 上有垂衣之聖人
빈풍의 베 짜는 여인에게 어필을 날리니 / 豳風織婦颺宸翰
좋은 길조로 답하여 추우의 어짊 보았네 / 報答嘉瑞騶虞仁
이 항아리를 하나하나 모두 친히 보았더니 / 
一一皆親見
사백년의 일이 마치 어제 일인 듯하네 / 四百年事如隔晨
선생께서 옛것 좋아함 넓고도 곧아 / 先生嗜古博而正
홀동을 감별함, 진나라 거울 같네 / 鑒別
董如秦鏡
집안에 푸른 양탄자 있어 가난하지 않은데 / 家中靑氈頗不貧
유독 이 물건만 사랑하며 목숨처럼 여겼네 / 獨愛此物爲性命
지난날 영조께서 황단에 절하시며 / 憶昔英考拜皇壇
향정에 감개하여 눈물 줄줄 흘리셨지 / 感玆香鼎涕

영묘(英廟 영조(英祖))께서 일찍이 황단에 참배하다 〈비풍(匪風)〉의 감상에 젖어 윤음 내리시길 그치지 않으셨다. 하시는 말씀이 모두 슬펐고, 거듭 탄식하며 우시었다. 끝에서 말하기를 “슬픔 토로함이 다 끝났다.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殿) 위의 향로는 곧 황조의 옛 물건이니, 안에 선덕(宣德) 연호가 새겨져 있다. 아무 해에 아무개가 연경에서 구한 것이다. 북쪽으로 저녁구름 바라보니 눈물 떨어짐을 금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동해로 흘러간 물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 流水東溟去不返
공연히 연월만 남아 관지에서 보이네 / 空留日月款中看
투계 그려진 옛 항아리도 아까운데 / 鬪鷄古缸猶愛惜

주죽타(朱竹坨)의 〈감구집서(感舊集序)〉에 나온다.

하물며 보물 감상을 책상 가까이에서 할까 / 乃珍玩近几席
항아리여 여기저기 떠돌다니 슬프구나 / 兮漂泊縱堪唏
다행히 남쪽 만동이나 북쪽 사막으로 가지 않고 / 幸而不南走蠻峒北走磧
또 다행히 치황에게 떨어지거나 대장간에서 녹지도 않고 / 又幸而不落緇黃遊冶家
이미 지기를 만났으니 다시 무엇이 근심이랴 / 旣遇知己復奚戚
창 밝고 방 조용하여 위치도 좋구나 / 窗明室淨位置佳
청아한 말 토해내 가슴속 흥취를 붙이니 / 吐屬淸雅寄興懷
전연이 하늘하늘 공중으로 피어나네 / 篆烟裊裊空中起
마음은 지는 해에 매달려 하늘 끝을 생각하고 / 心懸落日思天涯
허연 머리로 망자를 애도하며 다시금 근심하네 / 白首悼亡又痒

등불 앞 고음이 얼마나 비통한가 / 燈前苦吟何激楚
항아리여 항아리여 / 

지금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 今世之人殊不然
희롱과 모멸만 더할 뿐 / 但加玩侮
누가 너를 어여뻐하리 / 而誰能憐汝

[-D001] 신산북(申汕北) :

신기영(申耆永, 1805~?)으로 본관은 평산(平山)이며, 산북은 그의 호이다. 경기도 광주(廣州) 두릉(斗陵)에서 살았다. 감역관(監役官)을 지냈으며 정약용(丁若鏞)의 제자이다.

[-D002] 정이() :

고대의 제기(祭器)이다. 상면에 공적이 있는 인물을 표창(表彰)한 문자가 많이 새겨져 있다.

[-D003] 왕망의 화폐 :

원문의 ‘망천(莾泉)’은 왕망전(王莽錢)이라고도 한다. 왕망(王莽, 기원전45~23)이 한나라를 찬탈하여 신()을 세운 후 새로 발행한 화폐이다.

[-D004] 구부(九府) :

주나라 때 재폐(財幣)를 관장하던 관청이다. 태부(太府)ㆍ옥부(玉府)ㆍ내부(內府)ㆍ외부(外府)ㆍ천부(泉府)ㆍ천부(天府)ㆍ직내(職內)ㆍ직금(職金)ㆍ직탕(職幣)이 있었다.

[-D005] 관지() :

고대 정정이기(鐘鼎彝器)에 새긴 문자이다. ()은 각(), ()는 표지(表識)이다. 이밖에 여러 설이 있는데 관은 안에 있는 것, 지는 밖에 있는 것이라는 설, 혹은 관은 화문(花紋), 지는 전각(篆刻)이라는 설 등이 있다.

[-D006] 거를 오거(伍擧)로 …… 삼네 :

이 말은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 권207에 보인다. “본조의 사람들은 예를 들어 유원보, 여여숙, 황장예 등 많은 사람들이 고대 기물관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 고증이 매우 상세하다. 그러나 대부분 고인의 이름을 갖다 붙이길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정 자는 조정이라 여기고 거 자는 오거라 여기며, 방정이 나오면 자중이라 여기고 길이가 나오면 핍길이라 여기는 식이다.〔本朝諸家蓄古器物款識其考訂 如劉原父 呂與叔 黃長睿多矣 大抵好附會古人名字 如丁字卽以爲祖丁 擧字卽以爲伍擧 方鼎卽以爲子仲 吉卽以爲偪姞之類〕”

[-D007] 자산의 방정이니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7년 조에 “한자는 하교에서 제사 지낸 후 진후에게 틈이 있기에 자산거의 두 방정을 하사했다.〔韓子祀夏郊 晉侯有間 賜子莒之二方鼎〕”라고 했다. 방정은 방형(方形)의 식기이며, 주로 제기(祭器)로 쓰였다. 자산거는 정()나라 대부(大夫) 공손교(公孫僑)이다.

[-D008] 길이() :

()는 고대에서 물이나 술을 담은 주전자 모양의 청동기이다.

[-D009] 선덕(宣德) 연간 :

명나라 선종(宣宗)의 연호(1426~1435)이다.

[-D010] 인온(絪縕) :

천지음양(天地陰陽)의 이기(二氣)가 상호 작용하는 모양을 말한다.

[-D011] 삼양(三楊) :

명나라 양사기(楊士奇)ㆍ양영(楊榮)ㆍ양부(楊溥)를 말한다. 세 사람 모두 영락(永樂)ㆍ홍희()ㆍ선덕(宣德)ㆍ정통(正統) 사조 동안 선후로 지위가 대각중신(臺閣重臣)에 이르렀다.

[-D012] 옷을 드리운 성인 :

명나라 선종(宣宗, 1398~1435)을 말한다. 재위 기간 동안 태평시대를 이루어서 인종(仁宗)과 함께 ‘인선지치(仁宣之治)’라고 칭해진다. 수의(垂衣)는 의복의 제도를 제정하여 천하에 예()를 보이는 것이다. 후에 무위(無爲)로써 다스리는 황제를 칭송하는 말로 쓰였다.

[-D013] 빈풍(豳風) :

《시경》의 국풍(國風) 중의 하나로, 모두 7편으로 구성되어있다.

[-D014] 추우(騶虞) :

상서로운 동물 이름을 말한다. 살아 있는 동물을 먹지 않고, 살아 있는 풀을 밟지 않는 어진 동물이라고 한다. 또한 《시경》 〈소남(召南)〉의 편명으로서 문왕(文王)의 교화를 칭송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D015] 홀동() :

오래된 그릇을 말한다.

[-D016] 진나라 거울 :

진 시황이 지녔다는 사람의 선악사정(善惡邪正)과 병()의 유무를 비춰준다는 거울이다.

[-D017] 푸른 양탄자 :

집안에 전해오는 오래된 물건을 말한다. ()나라 왕헌지(王獻之)가 서재에 누워있는데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뒤지자, “석량(石梁)과 청전은 우리 집안의 오래된 물건이니 특별히 놓아두는 것이 어떠한가?”라고 했다고 한다.

[-D018] 황단(皇壇) :

고려 때부터 하늘과 땅에 제사하던 단을 말한다. 지금 서울의 조선 호텔 안에 있다.

[-D019] 비풍(匪風) :

《시경》의 편명이다. 문왕(文王)ㆍ무왕(武王)ㆍ주공(周公)의 정령(政令)을 사모하는 시이다.

[-D020]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

《시경》 〈정료(庭燎)〉의 “밤이 얼마쯤 되었는지, 밤은 아직 새지 않고〔夜如何其 夜未央〕”를 인용했다.

[-D021] 주죽타(朱竹坨)의 〈감구집서(感舊集序) :

주죽타는 주이준(朱彝尊, 1629~1709)을 가리킨다. 청나라 문인으로 자는 석창(錫鬯), 호는 죽타(竹垞)ㆍ소장노조어사(小長蘆釣魚師)ㆍ금풍정장(金風亭長)이다. 수수(秀水)사람이다. 《감구집》은 왕사정(王士禎)이 편찬한 청나라 초의 시가 총서인데, 16권으로 되어있다. 주이준은 〈감구집서〉에서 “술잔은 방초와 투계가 그 위에 그려져 있어서 ‘계강’이라 칭한다.〔酒杯則畫芳草鬪雞其上 謂之雞缸〕”라고 했다.

[-D022] 만동(蠻峒) :

중국 남방 이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D023] 치황(緇黃) :

불교의 승려와 도교의 도사를 말한다. 승려는 검은 옷〔緇衣〕을 입고, 도사는 노란 모자〔黃冠〕를 쓴다.

[-D024] 전연(篆烟) :

전자(篆字) 모양으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