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빈현(海濱縣)은 이는 본래 삼한(三韓) 지방이라

2022. 12. 16. 18:34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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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연행록 2 / 무오년(1798, 정조 22) 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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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10리를 가니 눈이 날리는지라. 체마소(替馬所)에 이르러 추위가 심하여 가게 앞에 차를 머무르고 분탕(粉湯) 한 그릇을 사먹으니, 돼지고기 끓인 국에 국수를 만 것을 분탕이라 하는지라. 국수를 옥수수 가루로 만드니, 이름을 ‘그뢰’라 하고, 파와 돼지고기 썬 것을 넣어 말았으니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 빼고는 가장 먹음직하더라.

사하소(沙河所)에 이르러 아침 식사를 하니, 사하소는 또한 중후소(中後所)라 이르고 흙으로 쌓은 성이 길가에 있으니, 둘레가 1리 정도 되더라. 아로새긴 성첩(城堞)이 없고 담 쌓은 모양같으니, 이 또한 저들 몽고 땅이 멀지 않은지라, 가끔씩 이르러 노략질하거늘, 백성이 답답하게 여겨 부자가 이곳 성을 쌓아 스스로 방비한다 하더라. 망해점(望海店)에 이르니, 바다를 바라본단 말이라. 바다의 경치가 이곳에 이르러 더욱 가까우니 겨우 수 리(里) 될러라.

동관역(東關驛)에 다다라 서문(西門)으로 들어가니 문위에 ‘동관역’ 석 자를 쓰고 문루(門樓)가 없으며 성의 자취가 남은 것을 보지 못하니 옛 해빈현(海濱縣)이라. 깨어진 성과 무너진 담이 곳곳에 쓸쓸하니, 대개 요즈음은 생계가 매우 어려워 백성이 버티기가 어렵기에 수년 사이 더욱 쇠잔하였다 하더라. 세가의 집에 숙소를 정하니 담장 하나 사이에 역승(驛丞) 마가(馬哥)의 집이라. 한 소년이 온돌방에 들어와 서 있거늘, 성을 물으니 이곳 역승의 아들이라. 그가 묻되,

“을묘년에 사신 왔던 서 대인(徐大人)이 무사하냐?”

하거늘,

“어찌 아느냐?”

물으니 말하되,

“그때 서 대인이 내 집에 머무르며 나를 불러 글을 읽으라 하고, 상을 많이 주어 사랑하는 뜻이 많았던지라, 내 잊지 못하여 묻노라.”

하더라.

마을 북편에 절이 있으니, 이름은 해비사라. 금(金) 나라 해서가 지은 것이요, 명 나라 만력(萬曆) 연간에 중수(重修)하였으며, 법당(法堂)을 ‘사대천신전(四大天神殿)’이라 하고, 뜰에 비(碑)가 하나 있으니, 비를 지은 사람의 성명은 손방이요, 비에 기록하여 말하되,

‘이는 본래 삼한(三韓) 지방이라.’

하였으니, 삼한은 곧 기자조선(箕子朝鮮) 말년에 나라가 셋으로 나뉘어 마한(馬韓)과 진한(辰韓)과 변한(弁韓)이라 칭하니, 이것이 삼한(三韓)이라. 여기서 압록강(鴨綠江)이 1500리 되니, 그때 조선의 북원(北原)이 넓었음을 알러라. 이날 60리를 가니라. 쇄마구인(刷馬驅人) 김광채가 죽다.

[-D001] 역승(驛丞) : 

우리나라 찰방과 같은 벼슬. 역참을 맡아 보는 벼슬. 마관이다.

 

海濱縣

本文

慕容皝所置集寧縣地。遼置海濱縣。金初封遼主天祚爲海濱侯。元省。故治在今奉天綏中縣南前屯衞城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