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지역은 땅이 적고 바다가 많아 바다의 수입이 진실로 땅의 수입보다 10배나 된다

2022. 11. 30. 15:40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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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헌기〔敬信軒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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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벗 김장경(金長卿)이 영월(寧越)에 부임했다. 이듬해에 관청 빈 땅에 헌(軒)을 짓고 집무를 보고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 삼으면서 경신(敬信)으로 편액을 걸고 나에게 기문을 부탁했다. 내가 생각해 보니, 동해(東海)를 대표하는 것은 영월이 대주(大州)가 되는데, 이곳과의 거리가 300리나 될 정도로 멀다.

그러나 조령(鳥嶺) 아래 우리 몇 읍(邑) 백성들은 어염을 마련해 바치기 위해서 날마다 동해로 달려가 발길을 왕래하며 영월과 교통하기 때문에 영월 정치의 좋고 나쁨을 우리 몇 읍의 벼슬아치들이 듣는 것보다 먼저 전해지니, 그 실상을 참으로 가리기 어렵다. 그리고 영월은 평소에 재상의 반열에 있는 이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땅으로 대부분 노성(老成)과 중망(重望)들이 벼슬살이하기 때문에 연소배들이나 신진(新進)들이 담당하면 그 성글고 잘못됨을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장경이 처음 부임했을 때 나는 그곳의 서리와 백성들이 편리함을 칭송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오래될수록 더욱 그의 정치에 흠이 없음을 듣게 된 연후에야 나는 장경이 영월을 잘 다스림을 알았다. 지금은 그가 편액으로 건 것을 본 뒤에야 비로소 장경이 정치를 잘 했음을 믿었으니, 아마도 공경히 시행하여 믿을 수 있음〔敬信〕에 힘을 써서 그런 것이리라. 공자가 말하기를 천승(千乘) 나라를 다스릴 적에는 모든 일을 공경히 행하고, 믿을 있게 해야 하며, 씀씀이를 절도 있게 하고, 백성을 사랑해야 하며, 백성을 부리기를 때에 맞게 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나라를 다스림을 말한 것이지 어찌 주(州)를 다스림을 말한 것이겠는가.

그러나 크게는 천하이고 작게는 주읍(州邑)이지만, 그 이치는 하나이다. 성인의 한마디에는 본말과 대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경(敬)은 벼리〔綱〕이고, 네 가지는 조목〔目〕이다. 장경이 그 조목에서 유독 믿음〔信〕만을 칭함은 하나를 들어 세 가지를 포괄한 것이다. 경(敬)이란 무엇인가? 전일함〔一〕이다. 전일함이란 무엇인가? ‘백성을 다스림에 전일하여 다른 생각이 섞이지 않음’을 이르며, 이것을 ‘경(敬)의 근본’이라고 한다. 날마다 엄하게 띠를 묶고 장엄하게 백성들에게 임함은 경의 나머지이다.

세상에는 진실로 구불구불한 나무뿌리와 얽히고설킨 가지를 베어내고 판결(判決)을 잘 하여 엄함과 장려함으로 다스리는 자가 있을 것인데, 이런 사람은 정치를 매우 잘 해서 사람들에게 소문나려는 데 목적이 있으니, 이를 일러 “다른 생각이 섞였다.”라고 한다. 다른 생각이 섞이면 “전일하다.”라고 할 수 없다. 전일하지 못하면 경(敬)이 아니다. 장경은 힘쓸지어다. 장경은 정성스럽고 전일하며 반드시 믿음이 있을진저. 정성스럽고 전일하며 믿음이 있으면, 영월 사람들은 반드시 전일하면서도 믿음이 있을 것이며, 나는 장차 계속해서 소문을 듣게 될 것이다. 장경은 힘쓸지어다.

만약 그 조목으로 논하자면, 믿음〔信〕은 그 하나에 속하고 절약〔節用〕은 그 다음이다. 내가 절약을 영월 사람들에게 가장 요긴한 것으로 삼는 것은 어째서인가? 영월 지역은 땅이 적고 바다가 많아 바다의 수입이 진실로 땅의 수입보다 10배나 된다. 그런데도 국가의 부세는 오로지 땅에서만 거둔다. 대양(大洋)에는 진실로 잣대〔丈尺〕를 더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의 수입은 수령이 독단적으로 얻는다. 그러나 공상(供上)을 그만두기 어렵고 선물을 또한 그만두기 어렵기에 씀〔用〕이 절도에 맞음〔節〕과 절도에 맞지 않음〔不節〕이 있다.

진실로 하나하나 절도에 맞게 하고 건건(件件)마다 절도에 맞게 하면,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 남음을 가지고 토지의 수입을 대신하여 국가의 세금으로 바치면, 영월 백성들은 세금의 부담을 덜 것이다. 《주역》에서 제도로써 절약하여, 재물을 손상하지 않으며,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라고 함은 경신(敬信)의 미룸이며, 사람을 사랑하고 백성들을 잘 부리는 실재일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장경의 씀은 절도에 맞는데, 나는 이미 경신(敬信)의 근본으로 장경에게 알려주었고, 다시 절용(節用)으로 뒷날 이 헌(軒)에 거처할 사람들에게 알린다.

[-D001] 김장경(金長卿) : 

자가 장경인 김하량(金厦樑, 1605~?)을 가리킨다. 그의 본관은 선산, 자는 장경 또는 여임(汝任)이다.

[-D002] 이곳 : 

경북 안동부 성동리, 즉 지금의 문경시 영순면 율리를 가리킨다. 김하량이 영월 부사로 나간 것은 1671년(현종12) 무렵이며, 이때 홍여하는 고향에 산택재(山澤齋)를 짓고 강학에 몰두하였다. 《木齋集 卷5 一善金通政公活慶壽詩序, 卷12 行狀》

[-D003] 천승(千乘) …… 한다 : 

《논어》 〈학이(學而)〉에 보인다.

[-D004] 제도로써 …… 않는다 : 

《주역》 〈절괘(節卦) 단(彖)〉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