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방장군에게 제사드리는 글

2022. 9. 16. 10:51고대사

동문선 109 / 제문(祭文) 

소정방장군에게 제사드리는 [祭蘇頲方將軍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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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李奎報)

 

대개 외국이 중국에 손으로 가지 않은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태종(太宗 당 나라 태종)이 앞으로 만국의 항복을 받아 문(文)과 수레바퀴를 같이 통일하려고 해서, 장군을 시켜 군사를 거느리고 우리 고려(高麗)를 침노하여 짓밟더니, 장군이 불행히도 우리나라에 머물고 돌아가지 못하였음으로 유사(遺祠)가 여기에 있노라. 외국이 손으로서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지금 또 문황제(文皇帝)가 분연히 성을 내어 군사를 괴롭히면서 먼 곳에 스스로 군사를 거느리고 경략(經略)하러 왔으니 장군의 영령은 이것을 알 것이오. 더욱이 동경(東京)은 우리나라에 붙어 있는 고을인데, 감히 거병하여 우리나라를 배반하니, 입을 딱 벌리고 주인을 보고 짖는 행위는 개도 오히려 하지 않는 법인데 장군의 마음에는 어떠하다고 보는가. 엎드려 바라건대, 지금이나 예나 아래 나라를 치는 데는 마땅히 경중을 가려서 해야 하니, 장군은 이것을 알아서 옛날의 범과 매 같은 위엄을 떨쳐 관군으로 하여금 더러운 풍속을 씻어버리고 기일 내로 군사를 돌려서 가도록 하면, 장군이 비록 객혼(客魂)이라 하더라도 여기에서 먹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