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4. 15:03ㆍ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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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당필기 제3권
길림 풍속〔吉林風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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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어제시(乾隆御製詩)》 2집에 〈길림토풍잡영(吉林土風雜咏) 12수〉가 있다.
첫 수는 위호(威呼)를 읊은 것이다. 큰 통나무의 속을 파서 배를 만드는데, 큰 것은 5, 6명, 작은 것은 2, 3명이 탈 수 있다. 나무의 양쪽 끝을 깎아 상앗대를 만들어 한 사람이 잡고 좌우로 노를 젓는데 나는 듯이 빠르다. 와집 가운데에는 산과 계곡이 섞여 있으므로 산삼을 캐거나 담비를 잡는 자가 위호를 가지고 다니다 물을 만나면 타고 건넌다.
제2수는 호란(呼蘭)을 읊었다. 속이 빈 나무를 속을 깎아 곧게 통하게 한 다음 잘라서 외기둥 마냥 만들어 처마 바깥에 세워 구들의 연기를 빼내는데, 위에는 가시나무로 엮은 덮개를 덮는다.
제3수는 법라(法喇)를 읊었다. 수레 비슷하지만 바퀴가 없고, 의자 비슷하지만 다리가 없다. 자리를 덮어 감실처럼 해서 말 몰듯이 끈으로 잡아당기는데 얼음과 눈 위를 다니기 편리하다. 민간에서는 ‘배리(扒犁)’라 부른다.
제4수는 비란(斐蘭)을 읊었다. 아이들이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로 만든 활을 비란이라 하고, 가시나무와 쑥대를 깎아 화살을 만들고 그 화살에 꿩이나 닭의 깃털을 잘라 깃을 붙인 것을 ‘유감(鈕勘)’이라 한다.
제5수는 새비(賽斐)를 읊었다. 나라의 풍속에 음식을 먹을 때 예전에는 나무 숟가락을 사용했는데, 길이가 4치가량으로 굽은 자루에 끝은 둥글넓적하고 크다.
제6수는 액림(額林)을 읊었다. 가로 판자를 문미와 마룻대 사이에 시렁처럼 얹고 경대, 병 등 여러 살림 도구를 얹어 둔다.
제7수는 시함(施函)을 읊었다. 나무를 깎아 통을 만들어서 물을 담거나 술을 빚는 데 두루 사용한다.
제8수는 납합(拉哈)을 읊었다. 흙벽이나 흙담을 쌓을 때 삼풀을 엮어 아래로 드리우고, 가장자리를 따라 흙손질을 한다.
제9수는 하붕(霞綳)을 읊었다. 쑥대와 가시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곡식의 겨를 찧어 기름과 반죽하여 붙여서 촛불을 대신하는데, 새파란 불빛이 형형하고 연기가 구름처럼 맺힌다.
제10수는 활산(豁山)을 읊었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무렵에 낡은 모시와 닥나무의 솜을 찧어 물에 담가 불려서 부드러운 섬유질을 만든 다음 갈대발로 걸러 고르게 펼치고 볕에 말려 종이를 만드는데, 굳세고 질기기가 꼭 가죽 같다.
제11수는 나단(羅丹)을 읊었으니 나단이란 사슴의 발과 다리뼈다. 손 가는 대로 던져서 놀이를 하는데, 엎어지는지 뒤집어지는지 혹은 가로인지 세로인지를 보아 승부를 결정한다. 작은 것은 노루 뼈로 만들고 큰 것은 사슴 뼈로 만들며 옥처럼 반질반질하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모여 앉아 그것을 던지며 논다. 대개 다리뼈 하나에 네 면이 각각 다른 색이니 네 개를 잡고 던져 모두 같은 색이 나오면 사색전(四色全)이 되는데, 대략 이렇게 해서 승부를 가른다. 얇고 둥근 돌로 치는 것은 ‘파격(帕格)’이라 한다.
제12수는 주비(周斐)를 읊었다. 자작나무의 용도는 껍질에 있으니, 두께가 한 치가 되면 벗겨다가 집을 짓는다. 위에 덮으면 기와가 되고 옆에 쓰면 벽이나 문이 된다. 몸체가 가볍고 다루기 쉬어 짐승을 좇아 자주 옮긴다.
살펴보건대 만주는 우리나라 서북쪽 변경과 땅이 닿아 있으므로 열두 가지 풍속 가운데 서로 같은 것이 여덟 내지 아홉이다. 위호(威呼)란 자피(者皮)이고 법라(法喇)란 발고(撥庫)이고 액림(額林)이란 현판(懸版)이다. 호란(呼蘭), 비란(斐蘭), 유감(鈕勘), 시함(施函), 하붕(霞綳) 따위도 역시 모두 있다. 또 서울의 어린이들이 소 다리뼈를 던지며 노는 것을 ‘거독(去毒)’이라 하는데, 이것도 나단(羅丹)과 같은 종류다.
[주-D001] 와집(窩集) :
흑룡강과 길림 일대에서 대규모의 원시림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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