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6. 10:38ㆍ백두산
속동문선 제12권 / 서(書)
답 남추강 서(答南秋江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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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직(金宗直)
추강(秋江) 족하(足下)여, 내가 호남(湖南)에서 서울에 온 지가 거의 반 년인데, 이상하게도 추강의 편지가 한 번도 오지 아니하였으니, 정녕 추강이 지난 해에 호남ㆍ영남을 두루 노닐며 진한(辰韓)ㆍ변한(弁韓)의 유적을 남김없이 다 보았으니, 지금은 추강이 반드시 철령(鐵嶺) 이북이나 혹은 패강(浿江) 이서에 있어, 두만강을 거슬러 물길(勿吉)ㆍ읍루(挹婁)의 옛터를 바라보며, 마자(馬訾)에서 배를 타고 국내성(國內城)ㆍ환도성(丸都城)의 지역을 찾아서 방황하고 지체하여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이다지도 소식이 없을 수 있을까 하던 중, 오늘 새벽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더니 문득 깨끗한 종이에 간정한 해서(楷書)로 써서 마치 공고(公孤 삼공(三公)ㆍ삼고(三孤)를 말한 것임)의 문에 보내는 것 같은 편지를 얻어 펴본즉 바로 우리 추강의 편지였소.
아, 추강이여, 나를 어찌 그리 박대하십니까. 나는 쇠퇴한 증세가 날로 심하여 변폭(邊幅)을 수식하지 않은 지가 오래였는데, 어떻게 군자의 헛된 칭찬을 감당하리오. 자술(自述)한 만사(輓詞) 네 편을 편지 외편에 실었기에, 세 번 읽고서야 비로소 추강이 멀리 노닌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이 되는 것은 거년 가을ㆍ겨울 이래 나도 역시 병이 들어 10일이면 9일은 누워 있었으므로 한 번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선 이 만사를 보니 족히 도연명(陶淵明)ㆍ진소유(秦少游)를 이어받았다 할 만하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또 족히 우리 추강의 수명이 한량 없음을 알 수 있소. 저 두 사람의 노래는 모두 목숨이 끊어질 임시에 지은 것이기 때문에, 도연맹은 세상을 달관하고 진소유는 인생을 슬퍼하는 것 등으로 그치고, 다시 여운을 남긴 맛이 없는데, 우리 추강은 세상의 여섯 가지 액을 슬퍼한 것 같지만 마침내는, “36년을 지나는 동안에, 언제나 사람들의 시기를 받았다.” 하였으니, 그 자찬이 매우 깊다 하겠고, 또 못내 이 세상을 잊지 못하는 생각이 있으니, 이를 어찌 갑자기 아침 이슬처럼 사라질 사람의 소리라 하겠습니까. 추강 같은 이에 대해서는 이수(二竪 병의 이칭)가 제 아무리 육신을 괴롭힐망정 어찌 능히 그 수명을 조종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대수(大數)가 조석에 박두했단 말은 녹명(祿命)을 따지는 것과 근사하니, 추강으로서 마땅히 믿을 바 아닌 듯싶습니다.
나는 일찍이 듣건대, 옛사람은 흔히 미리 자기 묻힐 자리를 만들어 놓은 일이 있었다 하고, 또 일찍이 보니, 시골 노인이 스스로 관을 만들고 의금(衣衾) 염습(斂襲)의 물건까지도 빠짐없이 다 준비하고, 항상 그 관속에 누워도 보며 죽도록 그렇게 하였는데, 이는 다만 미리 준비해 둔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더러는 은연히 오래 살기를 기양(祈穰)하는 것이라고 비웃는 자도 있습니다. 지금 추강의 자만시(自挽詩)도 이런 유가 아닙니까. 이 말은 농담입니다.
정월이라 일기가 따뜻하여 온갖 물건이 소생하는데, 자친을 위하여 심중히 몸조심하시기를 빌며 갖추지 못합니다.
[주-D001] 변폭(邊幅)을 수식 :
겉치레 꾸미는 것을 말한다. 공손(公孫)이 쫓아가서 국사(國士)를 영접하지 않고 도리어 변폭(邊幅)을 수식하여 우형(偶形)같이 앉았다 하였고, 그 주석에 포백(布帛)의 변폭을 다듬은 것과 같다 하였다.《後漢書 馬援傳》
[주-D002] 자술(自述)한 만사(輓詞) :
자기가 죽을 것을 미리 각오하고 자기 스스로가 만장(輓章)을 짓는 것이다. 이것은 옛날에 진(晋) 나라 도연명(陶淵明)과 송(宋) 나라 진소유(秦少游)도 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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