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도 신기루가 있다[廣野亦有蜃樓]]
2022. 12. 18. 15:29ㆍ백두산
계곡만필 제1권 / [만필(漫筆)]
[광야에도 신기루가 있다[廣野亦有蜃樓]]
세상 사람들은 단지 바다 위에만 신기루(蜃氣樓)가 있는 줄 알지, 넓은 들판 가운데에도 신기루 현상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한다.
무변(武弁) 출신인 어떤 고관(高官) 한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무변(武弁) 출신인 어떤 고관(高官) 한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젊었을 적에 육진(六鎭)의 변방 고을을 지키고 있었는데, 언젠가 오랑캐 지역을 바라다 보노라니,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자욱하게 일어나는 광막한 사막 한가운데에, 그야말로 바다 위에 나타난다는 신기루처럼 누대(樓臺)와 궁실(宮室) 모습이 이따금씩 보이곤 하였다.”
하였는데, 내가 그때 듣고서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뒤에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를 읽어 보니, “바닷가에서 보면 신기(蜃氣)가 누대(樓臺)의 모양을 만들고, 광야 역시 그곳의 기운이 궁궐의 형상을 이루어 낸다.” 하였으므로, 그의 말이 허망한 것이 아닌 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체로 우리나라는 지역이 협소하여 광야라고 할 것이 없는 반면에, 오랑캐 지역은 광막한 들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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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견제사(主見諸事) / 주견제사(主見諸事)
천기(天氣)
한서(寒暑)가 우리나라보다 심해서 절후가 조금 빠르다. 5월 초열흘에 책문에 들어갔는데, 시절(時節) 산물(産物)로 징험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꽃ㆍ과일ㆍ채소ㆍ콩 등의 이른 것은 반드시 연경산[京産]이라 하는데, 이제 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의 것이 훨씬 이르다. 한서로 말하면, 여름에는 열기가 등에 쬐어 몇 겹의 옷을 입어도 열기가 파고들어 마치 뜸질하는 것 같다. 5월 보름께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우 겹옷을 벗은 때에 불과하여 등에 열기도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길을 떠날 적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갈의(褐衣)를 입은 뒤에야 햇볕을 막아 그늘지는 효과를 보았다.
그런데 5월 말에서 6월 초경에는 태양이 곧바로 머리 위에서 쬐어 눈을 떠도 생기가 없고, 온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흘러서 꼭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같으며, 때때로 호흡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처서(處暑)가 겨우 지나고 나면 찬 기운이 갑자기 생기고, 8월이 오면 벌써 겹 솜옷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때 우리나라 서울 사람들은 오히려 모시옷[紵布]을 입는다. 길가는 행인들은 대부분 추석날부터 두터운 갖옷을 지니고 다닌다. 대개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으면 태양열이 퍼지지 않아서, 수천 리 광막한 평지에 햇볕이 쬐는 것은 반드시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비해 배는 되므로, 여름날의 혹독한 무더위가 먼 곳까지 끝없이 통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이 북쪽에 가까우면 한기가 일찍 이르는 것은 또한 필연적인 것이요, 사철 바람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산해관 밖은 바람이 차기가 관내(關內)보다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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