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횡(田橫)의 5백 의사(義士)를 위하여 혹 노래를 짓기도 하고,

2022. 11. 25. 14:44대륙조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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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일기(錦溪日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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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아객(衙客)이 말하기를,

“오늘이 곧 단오(端午) 명절이라, 대강(大江 황하수(黃河水)) 이남의 오(吳)ㆍ초(楚)ㆍ민(閩)ㆍ광(廣)ㆍ사천(四川)ㆍ운남(雲南) 등지의 풍속에, 모두들 굴원(屈原)을 위하여, 곳곳의 강ㆍ호수ㆍ못에서는 5월 1일부터 다 같이 경도선(競渡船)을 타고서 각반(角飯)을 던지고 죽지곡(竹枝曲)을 부르면서 주야로 놀며 잔치하니, 그 가절(佳節)의 기관(奇觀)이 이보다 더 성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각 아문(衙門)의 대인ㆍ소인ㆍ귀인ㆍ천인과 각 영문(營門)의 여러 장사와 온 성 안의 노소 및 학교의 학생들이, 혹은 성 위로 오르고, 혹은 높다란 언덕으로 올라가 서로 다투어 가경을 즐기는데, 전후 좌우에 어깨가 부딪히고 발자취가 잇대었으니 천하의 기이한 광경입니다. 귀국에도 이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므로, 나는 대답하기를,

“천 리(千里)만 떨어져도 민풍(民風)이 다르고, 백리(百里)만 멀어도 풍속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에는 죽지곡과 같은 원통한 노래는 없습니다. 다만 전횡(田橫)의 5백 의사(義士)를 위하여 혹 노래를 짓기도 하고, 혹 아름다운 장편의 시구를 짓기도 하여, 군문(軍門)에서 대장이 병졸들을 음식 먹이고 위로할 때 장사들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해서 사기를 돋우는 일은 있습니다. 그리고 단오절에는 방방곡곡에서 다만 그네뛰기를 합니다.”

하였다. 이에 아객은,

“그네는 3월 답청일(踏靑日)에 하는 것이오.”

하였다.

[-D001] 아객(衙客) : 

원을 찾아 와 관아에서 묵는 손.

[-D002] 경도선(競渡船) : 

배를 타고 다투어 나아가는 시합. 초 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5월 5일 멱라수(汨羅水)에서 빠져 죽으매, 그곳의 어부들이 다투어 굴원의 시체를 건진 일에서 유래한 유희임. 그래서 중국인은 단오날에 보트 시합을 하는 풍습이 있음. 《事物紀原 歲時風俗部 競渡》

[-D003] 각반(角飯) : 

편수와 비슷한 떡. 솔잎에다 찹쌀떡을 싸서 뿔모양으로 만들었으므로 그런 명칭이 생겼음. 각서(角黍)라고도 함. 초 나라 사람들이 굴원의 투신자살을 슬퍼하여, 물고기한테 굴원의 시체를 뜯어 먹지 말라고 대통에다 쌀을 넣어 물에 던지며, 소태나무 잎으로 이 편수떡을 파고 채색실로 붙들어 매고 교룡(蛟龍)끼리 이런 떡을 먹으며 굴원의 시체를 뜯어 먹지 말라고 하였음.

[-D004] 죽지곡(竹枝曲) : 

악부(樂府)의 이름. 파유사(巴諭詞)라고도 함. 원래 파유란 지방에서 발생했으므로 파유사라고도 하는 것임. 당 나라 정원(貞元) 중에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완상(浣湘) 지방에 있었는데, 그곳 마을의 노래가 너무 비속해서, 굴원의 구가(九歌)를 모방하여 죽지사(竹枝詞) 19장(章)을 지어 동리 아이들로 하여금 부르게 한 데서 유래한 것임. 《樂府詩集 近代曲辭 竹枝》

[-D005] 전횡(田橫) : 

진(秦) 나라 말의 적(狄) 사람. 본래 제왕(齊王) 전영(田榮)의 아우였다. 전영이 죽자 전횡이 대신하여 그 무리를 이끌고 항우(項羽)를 쳐 제 나라 옛 땅을 회복했다. 그리고서 전영의 아들 전광(田廣)을 제왕으로 삼고 자신은 재상이 되었다. 그후 유방(劉邦)에게 나라를 빼앗기자 전횡은 그의 무리 5백 명을 거느리고 바다의 섬으로 도망했다. 유방이 회유하자 그는 낙양(洛陽) 30리 밖에 이르러, “전에 내가 유방과 같이 남면하여 왕이라 칭하였는데, 지금 어떻게 유방을 받들 수 있겠는가?” 하고 자살하니, 섬 속의 5백 명의 무리도 이 소식을 듣고 모두 자살했다. 《前漢書 卷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