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땅 서남쪽 가는 하늘도 없고 땅도 없이 물뿐인 큰 바다였네

2022. 9. 14. 00:23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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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언 57 산고속집 / () 사언, 오언, 칠언, 장구 등 

고시(古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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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년(1681, 숙종7) 경뢰절(驚雷節)에 이 이조(李吏曹 이관징(李觀徵))가 지난해 귀양을 떠났다가 풀려나 돌아가면서 제군(諸君)들과 함께 서해안을 유람하며 서로 수창(酬唱)한 시와 서(序)가 도합 11편이었다.  나 또한 일찍이 남부여(南扶餘)의 해안 1천여 리를 유람한 적이 있는데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제 일같이 눈에 선하다. 

 

내가 옛날 만력 말년에 / 昔我萬曆末

남쪽으로 유람 가서 사수(泗水)에 들렀는데 / 南遊過淸泗
백제 땅 서남쪽 가는 / 百濟西南畔
하늘도 없고 땅도 없이 물뿐인 큰 바다였네 / 大壑無天地
끝없이 광활하여 천지사방을 분간할 수 없고 / 蕩漭迷六合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영이한 기운을 토하며 / 噓噏吐靈異
커다란 우주를 포괄하여 / 包括宇宙大
낮은 곳에 처한 큰 그릇이었네 / 居卑以爲器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달이 떠서 / 朝日而夕月
해와 달이 제 위치를 바로잡고 / 兩曜各正位
삼신산 서쪽의 백해까지 / 白海三神西
만리가 한눈에 들어왔네 / 萬里收一視
부경이 바닷가에 나고 / 浮磬出海濱
도이가 베옷을 입기도 하며 / 島夷或衣卉
서주에서 빈주를 바치고 / 徐州貢
백어를 제사에 올리네 / 白魚供祀事
우뚝 솟은 전횡의 이여 / 峌𡸣田橫島
천하가 그 의를 칭송하네 / 天下誦其義
구이와 팔만의 밖은 / 九夷八蠻外
너무나 넓어 다 쓰기 어렵구나 / 泱漭難悉記
 번을 거듭 통역하여 진이를 바치니 / 重譯獻珍異
각처에서 명물을 가져왔네 / 各以名物致
하남은 온조 나라이니 / 河南溫祚
옥야(沃野)가 천 리에 뻗쳐 있고 / 葆澤一千里
양호(兩湖)에서도 가장 비옥한 땅이라 / 兩湖爲上腴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 마음껏 누리네 / 衣食恣好美
어물과 생선 풍요로우니 / 取給饒魚鹽
많은 장사치들 여기에서 이득을 취하고 / 多賈仰幾利
나라의 풍속이 부유하고 화려함을 숭상하며 / 國俗尙富麗
장부들은 유희를 좋아하네 / 丈夫喜遊戲
구주의 남쪽을 대강 논한다면 / 槩論九州南
형초와 풍속이 비슷하네 / 荊楚俗相類
지금 내 나이 구십이라 / 今我九十老
정신 혼망하여 부끄럽기 그지없네 / 昏忘多慙愧
호해의 일을 대략 들어서 / 略擧湖海作
한두 가지 일을 적어 보낸다 / 一二贈相示

[-D001] 백해(白海) : 

원나라 이후에 백해군(白海軍)이니 백해주(白海州)니 하는 지명이 기록에 등장하고, 원 세조(元世祖) 17년에 백해에 행궁(行宮)을 짓고 19년에는 이 행궁에 행행(行幸)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원나라 때에 만들어진 지명이며, 다른 자료에도 발해(渤海)나 낙타산(駱駝山)이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발해만(渤海灣) 지역을 가리키는 듯하다. 《元史 卷160 王思廉列傳》

[-D002] 부경(浮磬) : 

물속에 있는 돌인데 윗부분이 물 위로 돌출하여 나와 있기 때문에 물에 떠 있는 돌처럼 보이고, 이 돌로 경쇠〔磬〕를 만들기 때문에 부경이라고 한다. 《서경(書經)》 〈우공(禹貢)〉에 서주(徐州)에서 생산된다고 하였다. 백제 서남쪽 바닷가에서 바라보이는 중국의 위치가 서주이기 때문에 인용한 것이다.

[-D003] 도이(島夷) …… 하며 : 

《서경》 〈우공 양주(楊州)〉에 “도이는 훼복을 입는다.〔島夷卉服〕” 하였는데, 채침(蔡沈)의 주(註)에 “도이는 중국 동남쪽 섬에 사는 오랑캐이고, 이들이 입는 옷감이 갈포(葛布)와 부들로 짠 베와 목면 등속이다.”라고 하였다.

[-D004] 서주(徐州)에서 …… 올리네 : 

《서경》 〈우공 서주〉에 “회이는 조개와 진주와 어물을 바친다.〔淮夷蠙珠曁魚〕”라고 하였는데, 채침의 주에 “어물은 제사에 쓰는 것인데, 지금 호(濠), 사(泗), 초(楚)가 모두 회수(淮水)의 백어(白魚)를 바치니, 이 또한 예로부터 내려오는 제도이다.” 하였다.

[-D005] 전횡(田橫)  : 

한왕(漢王) 유방(劉邦)이 천자가 되자, 제왕(齊王) 전횡은 주살될까 두려워 그 무리 500명을 거느리고 해도(海島)로 들어갔다. 고황제(高皇帝)가 사신을 보내 부르니 전횡이 할 수 없이 그 객(客) 두 사람과 함께 낙양(雒陽) 근처 30리 지점에까지 와서 신하의 신분으로 한왕을 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여 자결하고 그 객에게 자기 머리를 황제에게 바치도록 하였다. 황제가 듣고 눈물 흘리며 왕자(王者)의 예로 장례하게 하였는데, 장례를 마치고 나자 두 객도 전횡의 무덤 곁을 파고 들어가 자결하였다. 고황제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사신을 보내 섬에 남은 그 무리를 불러오게 하였는데, 사신이 섬에 도착해 보니, 이 소식을 들은 섬에 남은 무리 500명도 모두 자결하였다. 《史記 卷94 田儋列傳》

[-D006] 구이(九夷) 팔만(八蠻) : 

《주례(周禮)》에는 사이(四夷)와 팔만으로 나오고, 《서경(書經)》과 《이아(爾雅)》에는 구이와 팔만으로 나오는데, 이에 대한 설은 선유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아》 이순(李巡)의 주(註)에는 구이와 팔만을 하나하나 거론하고 있지만 그 진위는 알 수 없다. 여기에서는 중국 구주(九州) 밖의 여러 만이(蠻夷)를 통틀어 말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D007]  번을 거듭 통역하여 : 

주(周)나라 성왕(成王) 때에 남방(南方)의 월상(越裳)이 세 번 통역을 거쳐 와서 입조(入朝)한 일이 있다. 남방은 중국과 언어와 풍속이 달라 여러 단계의 통역을 거쳐야만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尙書大傳 卷4》

[-D008] 하남은 온조(溫祚) 나라이니 : 

고구려 동명성왕(東明聖王)의 아들인 비류(沸流)와 온조가 열 명의 신하와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한산(漢山)에 이르러 정착하려 하자 열 명의 신하가 하남(河南)은 북쪽으로 한수(漢水)를 두르고 있고, 동쪽으로 고악(高岳)에 의거하며, 남쪽으로 옥택(沃澤)을 바라보고, 서쪽으로 대해(大海)가 막혀 있으므로 천험의 지리(地利)라고 하면서 도읍하기를 청했으나 비류가 듣지 않고 미추홀(彌雛忽)로 돌아가 정착하였다. 이에 온조가 하남 위례성(慰禮城)에 도읍하고 열 명의 신하를 보익(輔翼)으로 삼아 국호를 십제(十濟)라고 하였다. 《三國遺事 卷2 紀異 第2》

 

기언 57 산고속집 / (사언(四言)ㆍ오언(五言)ㆍ칠언(七言)ㆍ장구(長句) 등 여러 체다. 

고시(古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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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년(1681, 숙종7) 경뢰절(驚雷節)에 이조 판서 이관징(李觀徵)이 지난해 귀양에서 풀려나 여러 친우들과 서해상(西海上 호서(湖西) 지역 연안을 말함)을 유람하면서 지은 시가 서(序)까지 합쳐서 11편이다.
궁벽한 지역에서 먼 곳 친우들이 모여 놀 수 있는 즐거움이란 하늘의 뜻이라고나 할까, 사람의 일로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그 시를 나에게 보여 주는데 어찌 거기에 대하여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있겠는가마는, 나 자신이 죄를 짓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처지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시를 읊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도 일찍이 남부여(南扶餘) 해안(海岸) 1천여 리를 유람하였다. 그것이 지금 60년이 되었으나 기억은 어제 일같이 생생하며, 더욱이 보내온 여러 작품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련한 감회를 느끼게 하는지라, 해역(海域)의 풍토(風土)ㆍ요속(謠俗)ㆍ고사(古事) 등을 대략 기술하여 저 멀리 서쪽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풍(古風) 18구(句)를 지어 사의(謝意)를 표한다.

 

지난 만력 말엽에 / 昔我萬曆末
남쪽으로 사비수(泗沘水)를 유람하였네 / 南遊過淸泗
백제의 땅 서남쪽에는 / 百濟西南畔
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바다뿐이다 / 大壑無天地
넘실대는 그 물결 천지에 가득하고 / 蕩漭迷六合
무궁한 신비를 삼켰다 토하였다 / 噓噏吐靈異
그 큰 우주의 전체를 포괄하여 / 包括宇宙大
낮은 곳에 있으면서 큰 그릇이 되었네 / 居卑以爲器
아침 해와 저녁달이 / 朝日而夕月
각각 그 궤도에 제 기능 지킨다 / 兩曜各正位
백해가 있는 삼신산 서쪽까지 / 白海三神西
만리의 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 萬里收一視
바닷가에 부경 나고 / 浮磬出海濱
 오랑캐 훼복(卉服입네 / 島夷或衣卉
서주에선 빈주를 공물로 바쳤고 / 徐州貢蠙珠
그곳의 고기는 제사에 제공된다 / 白魚供祀事
우뚝하게 높이 솟은 전횡도를 가리켜 / 峌嵲田橫島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의리를 칭송하네 / 天下誦其義
구이 팔만 그 밖에 / 九夷八蠻外
넓고 큰 그 상태를 다 기록하기 어려워라 / 泱漭難悉記
중역을 통하여 바치는 명물은 / 重譯獻珍異
각지에서 생산된 진기한 것들일세 / 各以名物致
온조가 세운 나라 하남의 땅은 / 河南溫祚
초목이 우거졌던 일천 리였네 / 葆澤一千里
호서와 호남땅이 제일 기름져 / 兩湖爲上腴
의복과 음식을 마음껏 입고 먹네 / 衣食恣好美
고기잡이 소금 생산 한없이 풍요하여 / 取給饒魚鹽
많은 상인들이 이익을 추구한다 / 多賈仰幾利
부귀와 화려함을 숭상하는 나라여서 / 國俗尙富麗
장부들은 오로지 유희를 좋아하네 / 丈夫喜遊戱
대체로 구주의 남쪽을 논해 보면 / 槩論九州南
그곳의 풍속은 형초와 비슷하다 / 荊楚俗相類

지금의 나는 구십 된 늙은이 / 今我九十老
너무 혼망하여 부끄럽기 그지없다 / 昏忘多慙愧
호서 지역 일들을 대략 열거하여 / 略擧湖海作
하나 둘 간추려서 보내 드리오 / 一二贈相示

[-D001] 바닷가에 부경(浮磬나고 : 

《서경(書經)》 우공(禹貢) 서주(徐州)에, “사수(泗水) 물가에 부경이다.[泗濱浮磬]” 하였는데, 물가에 드러난 돌이 물에 떠 있는 것같이 보이기 때문에 부경이라 한다.

[-D002]  …… 입네 : 

《서경(書經)》 우공(禹貢) 양주(揚州)에, “섬 오랑캐는 훼로 한 옷이다.[島夷卉服]” 하였는데, 훼는 풀로서, 솜ㆍ갈포(葛布) 등을 말한다.

[-D003] 그곳의 …… 제공된다 : 

《서경(書經)》 우공(禹貢) 서주(徐州)에, “회이는 빈과 주와 어다.[淮夷蠙珠曁魚]” 한 주(註)에, “여기서 말한 어는 제사에 쓰이는 것으로 회수의 백어(白魚)를 씀은 예부터 내려온 제도이다.” 하였다.

[-D004] 전횡도(田橫島) : 

제(齊) 나라 전횡이 피난하여 있던 섬을 말한다. 《사기(史記)》 전담열전(田儋列傳)에, “전횡이 그의 무리 5백여 명과 바다 가운데 섬에 들어가 있었다.” 하였다.

[-D005] 중역(重譯) : 

이중 통역을 말한다. 먼 지역에서 공물(貢物)을 바칠 때 여러 나라를 경유하기 때문에 통역을 여러 번 거치게 된다.

[-D006] 구주의 …… 비슷하다 : 

구주의 남쪽 즉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가 형초(荊楚)와 비슷하다는 것인데 형초는 형주(荊州)로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