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西京)으로 말하면, 동쪽의 노(魯)나라 지역과 근접해 있어 아무런 막힘이 없이 그곳의 산해(山海)가 그대로 바라다 보이는 특수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2022. 9. 14. 00:22대륙조선의 일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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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집 1 / 상량문(上梁文) 

평양부(平壤府문묘(文廟) 상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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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이제나 어느 통존(通尊)을 막론하고, 난리를 당한 시대에 하루라도 편안했던 날이 어찌 있을 수 있었겠는가. 옛 사당 건물을 새 건물로 바꿔 더욱 길이 모시려고 시작한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 어언 십 년의 세월을 또 기다려야만 하였다. 이제 무지개 같은 들보를 올리게 되매 환호성이 연하(燕廈)를 진동시키고 있다.

삼가 생각건대, 거룩하신 우리 부자(夫子)께서는 상천(上天) ()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 분이시다. 충서(忠恕) 일이관지(一以貫之)하신 것을 증삼(曾參) 듣고서 계합(契合)했고, 요순(堯舜)보다도 훨씬 훌륭하시다는 것을 재아(宰我) 보고서 깨달았었다. 그 당시에 드높은 지위에 오르시지는 못하였으나, 백세(百世)의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야말로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래서 위로 만승 천자(萬乘天子) 자신이 무릎을 꿇고서 제사를 드리게 되었는가 하면, 구주(九州) 어느 곳이나 묘궁(廟宮)을 세워서 제향을 모시게끔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외복(外服)에 속한 나라들도 모두 중화(中華)의 전범(典範)을 준행하게 되었는데, 인현(仁賢)께서 교화를 끼치신 우리나라를 능가하는 나라는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우리 서경(西京)으로 말하면, 동쪽의 노(魯)나라 지역과 근접해 있어 아무런 막힘이 없이 그곳의 산해(山海)가 그대로 바라다 보이는 특수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일찍이 거이하루(居夷何陋)의 말씀을 하신 일이 있고 보면 이 역시 석전필합(釋奠必合)의 행사를 펼치기에 합당한 곳이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본부(本府)에서 문묘의 제향을 합당하게 거행하는 것을 본조(本朝)에서도 특히 중시하며 뜻 깊게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봄과 가을의 석전을 항상 이곳에서 거행하면서 바로 여기에서 재계(齋戒)를 하고 제향(祭饗)을 올렸는데, 임진년과 계사년의 병란으로 인하여 그 건물이 파괴되면서 약간만 남아 있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천하의 도가 어찌 사라져 없어질 수야 있겠는가. 이는 마치 땅속의 물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과 같다고도 하겠다. 그동안 시설이 잠시나마 갖추어지지 못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바치는 정성만큼은 앞으로 성대하게 거행할 때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승(李政丞)이 처음에 계획을 세우고 경영하면서 뒷사람에게 물려주었던바, 서 방백(徐方伯)이 이를 완성하려고 도모한 것이야말로 힘써야 할 일을 제대로 안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해서 대동강(大同江) 상류에서 재목을 끌어모아, 을밀대(乙密臺)의 전경(前景)이 툭 터진 옛터에다 세우기 시작하였는데, 장인(匠人)들은 각자 빼어난 솜씨를 발휘하면서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었고, 백성들은 공사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도 피곤한 줄을 알지 못하였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백성의 힘을 빌릴 때에는 반드시 농한기를 이용하였으니[使必以時], 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대한 성인의 가르침을 혹시라도 어길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시인(詩人)은 하루도  되어 완성했다[不日成之]고 노래하였지만, 그 말을 어찌 그대로 다 믿을 수야 있겠는가.

이제 꿈속에 앉아 계셨다는  마룻대 사이와 흡사하게 되고,   높이의 담장과 방불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인의 제자(弟子)들 역시 모두 차서(次序)에 따라 배종(配從)하게 되었으며, 유사(有司)들이 주선하며 오르내리는 길도 각각 통로를 달리하였다.

지금 중국 조정에서 행하는 대로 따라서 부자(夫子)의 왕명(王名)을 바꿨으니, 이는 사도(師道)를 높여 숭상하기 위함이요, 기자(箕子)의 신전(神殿) 역시 이와 함께 계속 혈식(血食)을 받들게 하였으니, 이는 인풍(仁風)을 다시 고취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노동요(勞動謠)의 방식에 따라 아랑위(兒郞偉)의 노고를 함께 하는 뜻으로 노래 하나를 바치고자 한다.

 

여보게들 들보 동쪽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東
성 동쪽에 대동강 물 있지 않던가 / 大同江水在城東
미친 듯 뒤집혀 흘러가게 하지 말고 / 丁寧莫使狂瀾倒
백번 천번 휘둘러서 필히 동쪽 향하도록 / 百折千回會向東
여보게들 들보 남쪽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南
성 남쪽에 정전이 아직 남아 있지 않나 / 井田遺俗最城南
골목마다 글 읽는 소리 들리게 하면 / 如今閭巷惟絃誦
우리 인재 어찌 호남 영남에 뒤지리요 / 肯使人才讓兩南
여보게들 들보 서쪽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西
동악을 돌아보게 홀연히 서쪽에 있지 않나 / 顧瞻東嶽忽焉西
태산(泰山) 오르시어 천하를 작게 여기신  / 登臨己自小天下
다시금 뗏목 타고 서쪽  생각  내시리 / 却復乘桴不欲西
여보게들 들보 북쪽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北
별들이 향하는 북극성이  북쪽에 있지 않나 / 衆星環向辰居北
당시엔 천하가 인자(仁者) 귀의를  했으나 / 當時天下未歸仁
이젠 봄가을 향불 올려 영원히 북면(北面)하리로다 / 香火春秋長面北
여보게들 들보 위쪽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上
더 이상 위가 없이 일월처럼 높으신 분 / 高哉日月無踰上
극기복례(克己復禮) 그 공부 과연 어떠한고 / 着功克復果何如
안연은 못 되어도 상을 들을  있으리라 / 不爲顔淵更語上
여보게들 들보 아래에 떡을 던지세나 / 兒郞偉抛梁下
아래를 밟지 않고 누가 위로 오르겠나 / 誰能上達非由下
학생들은 언어 문자만 좇지를 말고 / 諸生莫趁語言間
내 발 아래에 도가 있음을 모쪼록 알지어다 / 要識道存吾脚下

 

삼가 바라건대, 상량(上梁)한 이후로는 ()나라가   변하여 ()나라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 동방에 시서(詩書)와 예악(禮樂)의 명성이 사방에 흘러넘치고, 부자(父子)와 군신(君臣)의 아름다운 법도가 찬연히 빛나게 되었으면 한다. ()ㆍ은()ㆍ주(삼대(三代) 바른길을 곧게 행한다면, 누구인들 성실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겠는가.  곳의 사람들이 심복하지 않을 경우에도 문덕(文德)으로 교화시켜 우리에게 오도록 해야  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우리를 감히 모욕하는 자가 있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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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06] 인현(仁賢) : 

기자(箕子)를 가리키는 말이다.

[-D007] 서경(西京) : 

평양(平壤)의 별칭이다.

[-D008] 거이하루(居夷何陋) : 

공자가 동이족(東夷族)의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하자[居九夷], 어떤 사람이 누추한 곳이라고 걱정을 하니, “군자가 살고 있다면 그 땅이 누추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君子居之 何陋之有]”라고 대답했던 고사가 있다. 《論語 子罕》

[-D015] 정전(井田) : 

기자(箕子)가 평양(平壤)에 와서 정전법(井田法)을 실시했다는 토지를 말한다.

[-D016] 동악(東嶽) : 

태산(泰山)의 별칭이다.

[-D017] 태산(泰山) ……  :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공자가 동산(東山)에 올라가서는 노(魯)나라를 작게 여기었고,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기었다.”라는 말이 있다.

[-D018] 다시금 ……  내시리 : 

공자가 우리나라에 왔다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내지 않았으리라는 말이다.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공자가 세상에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것을 탄식하면서,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 항해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적이 있으며, 《논어》 자한(子罕)에서 아무리 누추한 곳이라도 군자가 살고 있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우리 동이(東夷) 땅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다.

 [-D025] ()나라가 …… 것처럼 : 

《논어》 옹야(雍也)에 “제(齊)나라가 한 번 변하면 노(魯)나라에 이르고, 노나라가 한 번 변하면 도(道)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였고, 태백(泰伯)에 “주(周)나라의 덕이야말로 지극했다고 할 만하다.” 하였다.

《논어》 계씨(季氏)에 나오는 말이다.

대동강

열수(洌水), 패수(浿水), 패강(浿江), 왕성강(王城江)大同江

성격
유형 지명
면적 유역면적 1만 6673㎢, 길이 438㎞
소재지 평안남도, 평양직할시, 남포특별시, 황해북도, 황해남도
분야 지리/자연지리

요약 평안남도 북동부 낭림산맥의 서쪽에서 발원하여 남서류하다가 남포특별시 부근에서 황해로 흘러드는 강.



[Daum백과] 대동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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