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8. 12:34ㆍ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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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21년 갑신(1884) 3월 20일(을미) 맑음
21-03-20[34] 내정을 닦고 외적을 물리치기 위한 자치 정사 9가지 강목에 대해 진달하는 경상도 진사 송은성의 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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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폐는 이런 뜻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대저 융성하던 삼대 때에는 뭇 어진이가 다 사진(仕進)하고 임금이 자손을 위하여 좋은 계책을 끼쳐 주었으니, 소비(小比)와 대비(大比)를 설행함에 상서(庠序)와 학교를 설치하여 가르쳤고 현학(縣學)에 올리고 주학(州學)에 올림에 덕행과 도예(道藝)를 살펴서 올렸습니다. 양한(兩漢) 때에도 그 유법(遺法)이 있어서 대궐에서 현량(賢良)한 선비를 책시(策試)하고 군현(郡縣)에서 효렴(孝廉)한 사람을 천거하였습니다. 그러나 수(隋)ㆍ당(唐) 이래로는 오로지 사과(詞科)를 썼으니, 그것은 대개 동한(東漢)의 홍도부(鴻都賦)에서 비롯하였는데, 채옹(蔡邕)이 노름과 같다고 한 것이고 주자가 공자가 다시 태어나더라도 응시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 동방은 신라 유리왕(儒理王) 때에 비로소 과법(科法)을 세웠으니 고려의 성균시(成均試)는 그 지류(支流)입니다. 본조 중엽 이전에는 문장의 조리가 순후(淳厚)하여 옛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나 근래에는 이름을 보이지 않게 가린 채 등록(謄錄)하는 폐단과 은혜를 바라고 천거를 구하는 버릇이 빠른 물결과 끓는 물처럼 풍미하고 풍속이 무너져서 엄한 분부가 있어도 뇌물이 행행하고 출방(出榜) 전에 성명이 먼저 드러나는가 하면, 혹 공평을 지킨다는 자는 글자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여 어(魚) 자와 로(魯) 자를 가리지 못하고 동(彤)과 융(肜)을 혼동하다 보니 다만 성명이 매우 소원하고 행적이 없는 자를 뽑아 구차하게 해액(解額)을 채움으로써 뭇사람의 눈을 속일 뿐입니다. 정시(庭試)로 말하면 한두 시(時)에 한정하고 수많은 시권(試券)을 거두는데, 글제가 겨우 내걸리자 투식을 완전히 갖춘 부(賦)를 갑자기 춘대(春臺)에 내고 장옥(場屋)이 파하기 전에 낙제한 시권을 시전(市廛)에 내어가니, 뛰어난 문재(文才)가 있더라도 완편(完篇)을 이룰 수 없고 또한 청명한 감식이 있더라도 전축(全軸)을 평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고금 천하가 어찌 이렇게 선비를 뽑은 예가 있겠습니까. 또 국가에서 선비를 뽑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기량과 식견이 있는 선비를 간택하는 것은 등용하여 묘당의 직임을 주려는 것이고, 재지와 학문이 있는 선비를 뽑는 것은 임금의 글을 꾸미게 하려는 것인데, 요즘에 입격하는 무리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자가 아니면 육갑도 꼽지 못하는 자이니, 혹 묘당에 큰일이 생기면 어떻게 지탱하겠으며, 급히 글을 보내거나 격문을 기초하려면 누가 담당하겠습니까. 전하께서 이 폐단을 깊이 염려하고 특별히 향공(鄕貢)을 행하게 하여 큰 선비를 구하시니, 이것은 한(漢)ㆍ당(唐) 이래로 처음 보는 성대한 일입니다. 수년 사이에 사기가 조금 떨쳐졌으나, 은둔하여 글을 읽는 자들은 아직도 소외되고 있다는 한탄을 품고 있으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응달의 초목이 미처 무성하게 꽃 피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고, 천하를 비추는 일월이 엎어진 동이 속을 비추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며, 천거가 반드시 공정한 것만은 아니어서 그럴 것이고, 시취(試取)가 반드시 인재다운 인재를 뽑는 것만은 아니어서 그럴 것입니다. 예전부터 과폐를 논한 선비들은 많아도 끝내 바로잡아 고치지는 못하였습니다마는, 구양수(歐陽脩) 같은 자를 얻어 주시(主試)로 삼고 소식(蘇軾)과 매성유(梅聖兪) 같은 자를 얻어 참상관(參詳官)으로 삼으며 조변(趙抃)과 포증(包拯) 같은 자를 얻어 금란관(禁亂官)으로 삼는다면 과폐가 절로 고쳐져서 훌륭한 인재를 놓치는 한탄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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