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9. 16:57ㆍ백두산
농암집 제11권 / 서(書)
자익에게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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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에 지난 24일과 28일날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고 부모님을 모시면서 한편으로는 또 여러 가지 공부를 한다는 소식을 모두 듣게 되어 어찌나 흐뭇하고 마음이 놓이며 가슴이 활짝 펴지는지 마치 직접 마주 대한 것 같았다네. 요즘 들어 비로소 가을 날씨로 접어들고 있는데, 부모님을 모시는 자네의 근황이 어떠한지 궁금해지네. 편지를 줄곧 받기는 했지만 이어지는 그리움은 그칠 때가 없다네.
나는 여러 진(鎭)을 두루 다니며 순찰하고 저 끄트머리에 있는 서수라(西水羅)에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그곳 서수라는 우리나라의 영토가 끝나는 곳으로서 동쪽으로는 큰 바다와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사막을 바라보고 있다네. 천하에 이보다 더한 장관이 없을 것이니 박망후(博望侯 한(漢)나라 장건(張騫))가 저 용문(龍門)에 여행했던 것이 과연 이보다 나았을지 모르겠네. 다만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서 한두 시구로 실제 경관을 기록해 두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네. 가는 곳마다 경치를 시로 옮겨 놓았다는 소릉옹(少陵翁 두보(杜甫))이 매번 생각났다네.
시 짓기를 탐닉하던 자네의 버릇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하니 이는 정말 좋은 소식이네. 나는 시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게을러져서 근래 몇 달 동안은 10여 수도 짓지 못했네. 경치 좋은 곳에 갈 때마다 애써 시를 짓느라 괴로움을 면치 못하면서도, 시 짓기를 떨쳐버리지 못하니 한탄스럽네. 여행의 피로가 마구 몰려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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