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6. 10:19ㆍ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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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1년 을사(1725) 6월 25일(신묘) 맑음
01-06-25[39] 평안 감사 윤헌주에게 내린 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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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 감사 윤헌주(尹憲柱)에게 내린 교서에,
“왕은 이르노라. 압록강 동쪽부터 대동강 서쪽까지는 심하게 황폐해져 관찰사와 순찰사의 임무를 맡기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제 누구에게 맡겨야 하겠는가. 경에게 중임을 맡기노라. 나라의 관문인 평안도를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번(藩)이로다. 국경은 노룡현(盧龍縣)의 옛터와 접하고 한 줄기 긴 강을 한계로 삼는다. 이 땅은 기자(箕子)의 옛 나라로 그분이 남기신 팔조(八條)의 가르침을 징험할 수 있다. 담비와 인삼, 금과 비단을 구름처럼 실어 나르니 백성이 많고 물산이 풍부한 도회라 이를 만하다. 진(鎭), 보(堡), 성(城), 지(池)가 별처럼 빼곡히 펼쳐져 있으니, 이는 진실로 국가를 지키는 중요한 요새로다.
최근에 기근이 겹친 데다 사신의 행차가 이어져 책응(策應)하는 일이 몹시 많았다. 연로(沿路)에서 제공하는 비용을 견디기 어려운데 재산은 이미 고갈되어 백성들의 시름과 고생이 끝이 없었다. 중요한 번방이 공고해지는 기세가 없고 변방의 방비가 허술하다는 탄식이 있으니, 어진 이를 선택하고 능한 이를 임용하여 모쪼록 온 지역에 교화를 베풀고, 쇠잔한 백성들을 소생시키고 폐단을 제거하여 기필코 구중궁궐의 근심을 풀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직임을 맡는 것이 가장 어려우니, 진실로 적임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은 성품과 행실이 순후하고 근실하며 식견이 해박하고 사려가 깊다. 환로에 올라 양사(兩司)의 반열을 거쳤을 적에는 참으로 옛 간관의 풍모가 있었고, 포상하는 유서(諭書)를 받고서 2품의 관직에 올랐을 적에는 진정한 재상의 계책이 충만하였다. 호서(湖西)의 관찰사가 되어서는 번거롭고 가혹한 정사를 모두 없애 버렸고, 영고(寧考 숙종(肅宗))께서 온천에 행행하던 날에는 모든 조치를 온당하게 하였다. 누가 알았으랴, 북번(北藩)에서 해직되어 돌아와 갑자기 중상모략을 당할 줄을. 반드시 죄를 얽어 법으로 처치하려 한다면 어찌 구실이 없다고 걱정하겠는가. 비록 포승에 묶인 신세가 되었으나 죄가 없었고 스스로 돌이켜 보면 곧았으니, 조사해 보았으나 끝내 죄의 실상이 없었고 자신을 다스리는 청렴함이 더욱 드러났다. 귀양 보낸 것은 결국 무슨 명목이었던가. 이는 저들의 보복하려는 계책이 실현된 것이었다.
내가 왕위를 계승한 초기에 가장 먼저 귀양을 풀어 주도록 명을 내리고, 묘당의 논의를 들어 보고 나랏일을 함께하려고 기약하였다. 그런데 대간의 말이 지나치게 격렬하였으니 어찌 내가 마음속으로 깊이 개탄하지 않았겠는가. 생각건대, 내직에 있으면 필시 위태로울 것이기에 우선 외직을 맡기고자 한다. 이에 경을 평안도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도순찰사 관향사 평양부윤(平安道觀察使兼兵馬水軍節度使都巡察使管餉使平壤府尹)에 제수하니, 경은 삼가 총애하는 명을 받고 훌륭한 계책을 능숙히 펴도록 하라.
뛰어난 재주는 일찍이 두 곳의 번방에서 시험하여 이미 성대한 공적이 드러났고, 그대의 마음은 한결같은 절개를 지키고자 더욱 힘썼기에 아름다운 명성이 손상되지 않았다. 생각건대, 경은 늘 약봉지를 지니고 다녀야 하니 번거롭게 많은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싶지 않다. 경의 재주가 본디 넉넉한 줄 알고 있으니 한 지방을 다스리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반드시 새로운 교화를 널리 펼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그다음에 묵은 폐단을 모조리 제거하라.
천하를 맑게 하려는 맹박(孟博)의 뜻을 따라 출척(黜陟)을 반드시 엄중히 하고, 주(周)나라 시에 나오는 주무(綢繆)의 계책을 체득하여 군사를 잘 다스리라. 칠사(七事)를 권장하는 일은 오직 힘써 행하는 데 달려 있고, 내게 물어 재결을 받아야 하는 두 가지 일에 대해서는 정해진 법을 따라야 한다.
아, 팔좌(八座)와 경재(卿宰)의 반열을 따르는 것은 실로 나라를 지키는 일을 중시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요, 한 지방의 복성(福星)이라는 칭송에 걸맞도록 이곳저곳으로 다니는 수고를 꺼리지 말라.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지제교 홍현보(洪鉉輔)가 지어 올린 것이다.
[주-C001] 신묘 :
원문은 ‘壬辰’인데, 《영조실록(英祖實錄)》 1년 6월 25일의 간지와 《승정원일기》 간지의 차례에 근거하여 ‘壬辰’을 ‘辛卯’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1] 팔조(八條) :
기자의 범금팔조(犯禁八條)를 말하는데, 이중 3개 조(條)만 전하고 나머지는 전하지 않는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을 상하게 한 자는 곡물(穀物)로써 보상(報償)하며,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면 그 주인의 노예가 되는 것이 원칙이나, 속죄(贖罪)하고자 하면 매인(每人)당 50만 전(錢)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주-D002] 뛰어난 …… 드러났고 :
윤헌주(尹憲柱)는 1717년(숙종43)에 충청도 관찰사, 1720년(경종 즉위년)에 함경도 관찰사를 역임하였다. 《承政院日記 肅宗 43年 2月 8日》 《承政院日記 景宗 卽位年 8月 25日》
[주-D003] 천하를 …… 뜻 :
맹박(孟博)은 후한(後漢) 범방(范滂)의 자(字)이다. 범방은 기주(冀州)를 안찰(按察)하라는 명을 받았는데, 이때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잡고는 천하를 맑게 하려는 뜻을 품었다고 한다. 《後漢書 卷97 黨錮列傳 范滂》
[주-D004] 주(周)나라 …… 계책 :
환란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치효(鴟鴞)〉에 “하늘에서 장맛비가 아직 내리지 않을 때에, 저 뽕나무 뿌리를 거두어 모아다가 문을 단단히 얽어 놓는다면, 지금 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감히 나를 업신여길 수 있겠는가.〔迨天之未陰雨 徹彼桑土 綢繆牑戶 今女下民 或敢侮予〕”라고 하였다.
[주-D005] 복성(福星) :
복을 내려 주는 신(神)이라는 뜻으로 한 지방의 일을 총괄하는 관원을 말한다. 송(宋)나라 선우신(鮮于侁)이 절동 전운사(浙東轉運使)로 떠날 때, 사마광(司馬光)이 “지금 동쪽 지역의 폐해를 구제하기 위해선 자준(子駿)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그야말로 한 지방의 복성이라 할 만하다.”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山堂肆考》 자준은 선우신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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