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풍토기-정월이면 모를 심어 4월이면 수확하며, 5월에 또 심어 8월에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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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잡기 제4권

패관잡기 4

가정 임인년에 제주(濟州) 사람 박손(朴孫) 등이 표류하여 유구국(琉球國)에 이르러 4년을 머무르고 다시 중국으로 보내져서 돌아오게 되었다. 유대용(柳大容)이 그들의 말을 채집(採集)하여 《유구풍토기(琉球風土記)》를 지었는데, 그 대략에 이르기를, “국도(國都) 가운데 중산(中山)이 있는데, 왕궁을 그 위에 지었으므로 유구국 중산왕이라고 일컫는다. 산 위가 판판하고 나무는 소나무와 삼(杉)나무가 많다. 매양 정월이면 모를 심어 4월이면 수확하며, 5월에 또 심어 8월에 수확한다. 일기는 항상 따뜻하고 몹시 추운 겨울이라야 우리 나라의 8월과 같다. 소와 말은 항상 푸른 풀을 먹고 모든 나무는 묵은 잎이 떨어지기 전에 새 잎이 난다. 서리ㆍ우박ㆍ얼음ㆍ눈이 없고, 사람이 사는 집은 모두 판자로 다락을 만들고 온돌을 만들지 않으며, 겨울 옷은 모두 겹옷이고 솜저고리의 제도가 없으며, 여름에는 초포(蕉布)나 저포(苧布)를 짜서 옷을 만드니, 초포는 파초(芭蕉)의 올을 가지고 짜는 것이다. 남녀의 갓은 모두 야자수 잎을 엮어서 만든다. 남자의 갓은 우리 나라의 중의 굴갓 같은 것으로, 혹은 보자기로 머리를 싸기도 하고 혹은 상투를 내놓고 다닌다. 여자의 갓은 우리 나라의 둥근 광주리와 같아서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볼 수 없는데, 오직 조관(朝官)의 아내만 쓰고 그 나머지는 입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남자는 홑바지가 있고 여자는 다만 홑치마로 두 겹을 두르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같다. 남녀가 모두 방망이 같은 상투를 하는데 남자는 오른쪽에 하고 여자는 뒤에 한다. 오직 귀한 자만 짚신을 신고 나머지는 모두 맨발이다. 대개 남자는 수염 긴 사람이 많고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이 많다. 그 풍속이 수레와 가마 등속이 없고 집에서 개를 기르지 않으며, 들에는 범ㆍ이리ㆍ여우ㆍ삵괭이ㆍ뀡ㆍ솔개ㆍ올빼미ㆍ까치가 없고, 반찬은 해산물이 많고 나물은 미나리가 없다. 탁주를 만드는 데는 누룩을 쓰지 않고 다만 쌀을 씹어서 침과 섞어 그릇에 담아 하룻밤을 묵히면 달기가 꿀과 같다. 모든 물건을 사고 파는 데는 모두 동전을 쓰고, 그 땅에서 금과 은이 많이 나는데도 귀신이 꺼린다는 데에 구애되어 사용하지를 못한다. 만일 일본에서 산출된 것이라면 사용을 허가한다. 학당을 세우지 않고 아이들이 절 중에게 나아가서 번문(番文)을 배우고, 경서(經書)를 배우는 자는 모두 복주(福州)에 입학한다. 매년 정월 초하룻날과 8월 15일에는 그 선조를 제사하고, 정월 8일부터 15일까지는 밤이 새도록 등불을 켜고 남녀가 놀고 구경하느라 길이 메워진다. 3월 3일에는 선비와 서민(庶民)들이 서로 모여 잔치를 벌여 마시고, 5월 5일에는 용의 모양의 배를 만들고 남자 아이를 배 한 척에 각각 20명씩 뽑아서 금과 은으로 채색하여 만든 꽃을 꽂고 돛대를 잡고 놀이를 한다. 7월 15일에는 집집마다 등불을 켜고 남자는 여복을 하고 여자는 남복을 하고서 왔다 갔다 하며 놀이를 한다. 동지 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또 사람이 죽으면 귀하고 천한 사람할 것 없이 부유한 자는 돌을 파서 관(棺)을 감추고, 가난한 자는 돌 구멍에 감추는데, 모두 비갈 같은 것은 없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