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합마산(盍馬山)을 오르고 달문(闥門)의 연못을 구경하였으며 서쪽으로 압록강(鴨綠江)에서 배를 타고 하삭(河朔)의 요해지(要害地)를 가보았고

2023. 1. 6. 21:20백두산

 국역 海鶴遺書   >   『해학유서(海鶴遺書) 7권(卷)』: 문록(文錄) 오(五) 서(序)·발(跋)·증서(贈序)   >   이병만에게 보내며 주는 글(送李士盈炳萬序)

이병만에게 보내며 주는 글(送李士盈炳萬序)

 

경진(庚辰)

내가 「산해경(山海經)」 서명(書名), 18권, 중국 상고(上古)의 지리서(地理書). 산(山)과 바다의 이물(異物) 및 날짐승의 종류를 서술하였음. 하우(夏禹) 때 지은 책이라고 하나 주(周)·진(秦) 사이에 저술한 것으로 예측되며 전한말(前漢末)의 류수(劉秀)가 편찬하고 진(晋)의 곽한(郭漢)이 주석(註釋)을 붙였음. 편자주 과 「여지지(輿地志)」 미상 편자주 등을 읽어 보니 그 산천(山川)·인물(人物)·조수(鳥獸)·초목(草木) 등 토산물(土産物)이 하나뿐이 아니었으며 지방민(地方民)도 동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과 눈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을 때는 집과 처자(妻子)를 버리고 그 곳으로 가서 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비상(非常)하고 기위(奇偉)하여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선비이다.

이군(李君) 병만(炳萬)이 이런 일을 하였다. 그는 북쪽으로 합마산(盍馬山)을 오르고 달문(闥門)의 연못을 구경하였으며 서쪽으로 압록강(鴨綠江)에서 배를 타고 하삭(河朔)의 요해지(要害地)를 가보았고 동쪽으로는 금강산(金剛山)과 오대산(五臺山)을 넘어 박가(博家)의 험한 경치를 보았으며 남쪽으로는 지리산(智異山)에 오르고 대해(大海)에서 배를 타고 놀다가 지금 돌아왔다. 그 후 경진(庚辰)년(1850) 10월에 그는 아호포(鵝湖浦)에 사는 나의 친구를 방문하였다. 그의 나이 24세(歲)로 매우 젊었지만 그는 시서(詩書)와 제자서(諸子書) 등 많은 서적(書籍)을 보았고 지방의 풍속과 토양(土壤)·물산(物産) 등을 해박하게 알고 있었으니 그는 내가 말한 바와 같이 비상(非常)하고 기위(奇偉)하여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선비가 아닐까? 후일 들은 말에 의하면 「속산해경(續山海經)」과 「여지지(輿地志)」를 집필(執筆)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군(李君)이라고 한다. 나는 다행히 그 책을 읽어 보았으므로 그가 돌아온 후에 이것을 의탁하여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