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짠물과 한양의 짠물

2022. 9. 8. 10:46북경 추정

고전번역서 > 연행록선집 > 연행일기 > 연행일기 제4 > 계사년 > 최종정보

연행일기 4 / 계사년(1713, 숙종 39) 1

3(신사)

[DCI]ITKC_BT_1418A_0040_010_0030_2004_004_XML DCI복사 URL복사

맑음. 춥지 않았다. 북경에 머물렀다.

식후에 장원익(張遠翼) 와서 고하기를,

영원백(寧遠伯) 이성량(李成樑) 4대손 이정재(李廷宰), 이정기(李廷基)  사람이 들어와서 이동배(李東培) 편지와 이여백(李如柏) 화상을 주었습니다.”

하였다.

…………..

 

대개, 북경에는 문자를 아는 자가 드물어 남방 사람으로 서반을 삼는다. 옥하관(玉河館)으로 차정하여 보낸 자가 모두 6인인데, 이들은 모두가 남방 사람이다. 생긴 모습이 본래 크지 못하고, 비록 월급이 있다 하나 매우 박해서, 만리 타향에서 생활이 가난하며 군색한 빛이 면목에 드러난다. 사행이 올때 서책 매매를 이들이 담당하는데, 이로써 약간의 이득을 보는 일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이곳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서반들을 통해서 정보를 알기 때문에 이들은 태반이 거짓 문서를 만들어 역관들에게 되팔고, 비록 아무 일도 없을 때라도 일이 있다고 하고, 일이 비록 가벼운 것이라도 무거운 것처럼 말하니, 이들의 말은 종래로 믿을 바가 못 된다. 오늘의 문답도 이 가운데 거짓된 말이 있을 것이요, 그중에 또한 진실과 거짓이 없지 않을 것이다.

박동화(朴東和)가 와서 회회국(回回國) 참외 반쪽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게 바로 황제에게 진상한 것인데, 통관 박득인(朴得仁)이 보내 온 것입니다.

하였다. 그 모양이 남과(南瓜속명 호박 와 같으나 작고, 껍질은 푸르고 속은 누르고 붉어서 우리나라의 이른바 쇠뿔참외의 빛과 같으나, 그 씨는 보통 참외와 비슷하고 조금 크다. 맛은 달며 향기로워 우리나라 참외와는 현격하게 다르고, 껍질이 두껍기가 수박과 같으나, 두꺼운 껍질을 깎아 내고 씹으면 단단하면서도 연하고, 깨물면 소리가 나는데, 그 맛이 또한 참외보다 기이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쾌하여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천단(天壇) 물을 길어 온 지 이미 나흘째인데, 이 물과 딴 물에 비하여 낫기는 하나, 역시 매우 나빠 오늘부터 다시 조양문 밖 팔리포(八里鋪) 근처의 물을 또 길어 왔다. 천단 물에 비해서 조금 나은 듯하나 죽을 끓여도 안 된다. 이곳의 물은 우리나라의 저자 가운데 가장 짠물 같이 짠데, 짠맛은 오래 마시면 점점 나아지나, 가장 고약한 것은 짠맛 가운데 단맛이 있어 마실 수가 없었다. 세수를 하면 얼굴이 터지고 손에 거스러미가 일어나며, 수건으로 문질러 3, 4일이 지나면 수지(水枝)와 같은 것이 이는데, 그것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정양문 밖 40리쯤에 좋은 물이 있어 연동(蓮洞) 이 상공(李相公)이 왔을 때 늘 이 물을 마셨는데, 비싼 돈은 주어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한다.

오늘 죽통에 넣어 두었던 볶은 장[炒醬]을 꺼내어 먹었다. 올 때에 역관배들이 볶은장은 맛이 쉽게 변해서 먹을 수 없다 하였으나, 내가 올 때 큰 대통 한 마디를 둘로 잘라 각각 볶은 장을 넣은 뒤 모두 입을 막고 도로 전과 같이 붙이고 종이로 바깥을 발라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했었는데, 꺼내어 보니, 맛이 조금도 변치 않았다.

종들이 점옥(簟屋)에 온돌방을 만들어, 오늘부터 따뜻한 바닥에 잠자게 되니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다. 신지순(申之淳)이 관부(館夫)들에게 빌려 벼루와 필통을 얻어 와서 문방구를 대개 갖추었으며, 주방에서 밤마다 초를 보내어 낮에는 비록 바쁘나 밤이면 전문을 내리고 촛불을 밝히고 앉았으니, 고초 가운데도 또한 취미가 있다. 밤이 길어 잠이 안 오면 책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