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0. 10:36ㆍ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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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집 제5권 / 시(詩)○영도고(瀛島稿) 정유년(1897, 광무1) 12월부터 신축년(1901, 광무5) 5월까지이다.
상선 해룡선을 타고 적소로 가다〔搭乘商輪海龍船赴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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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염황 너머에서 / 杳杳炎荒外
살아 돌아올 날 언제일까 묻노라 / 生還問幾時
헛되이 진령을 바라보며 / 徒勞秦嶺望
초수의 슬픔 길이 느끼네 / 長作楚囚悲
자신을 도모함에 졸렬함을 스스로 한하니 / 自恨謀身拙
세상살이 위태로움 이제야 알겠네 / 方知處世危
영주가 멀지 않으리니 / 瀛洲應不遠
약초 캐러 안기생을 찾아가야지 / 採藥訪安期
죄수 두 사람 서로 마주앉아 / 兩囚相對坐
묵묵히 추운 밤을 보내네 / 嘿嘿度寒宵
창문 어두우니 외려 달빛 맞이해 / 窓暗猶迎月
등불 잦아들어도 아침인 줄 모르겠네 / 燈殘不辨朝
온 세상 바야흐로 분열되고 / 瀛寰方決裂
나의 신세 홀로 표류하는구나 / 身世獨漂搖
만 가지 생각 모두 던져버리고 / 萬慮都拋却
거센 바람 바다 물결 타고 가노라 / 長風駕海濤
배를 타고 겨우 이틀 밤 지냈건만 / 行舟纔兩宵
도성과의 거리가 이미 천리로구나 / 去國已千里
별자리 두우성에 가까우니 / 星接斗牛躔
물결은 오나라 월나라 물에 통하리 / 波通吳越水
군산엔 폐기한 창고 있고 / 群山有廢倉
목포엔 새 저자 개장했지 / 木浦開新市
지나온 여정 역력히 기억하며 / 歷歷記行程
한라산을 지척까지 왔네 / 拿山來點指
뱃전에 기대 돌아보니 마음 어떤가 / 倚舷回首意如何
고향산천 잠깐 사이에 지났구나 / 故國山川一瞥過
육십 평생 일정한 거처 없었는데 / 六十年來無定處
탐라가 이제부터 나의 집이 되었구나 / 耽羅從此是吾家
키질하여 허공에 날리는 좁쌀 한 톨처럼 / 地簸天揚一粟微
돛대머리 솟았다 잠기니 나그네 넋이 나가네 / 檣頭出沒旅魂飛
외딴 섬에 갇혀도 외려 죄가 남으니 / 謫囚孤島猶餘罪
다시 양후 시켜 위협하네 / 更遣陽侯報虐威
[주-D001] 염황(炎荒) :
남쪽의 덥고 거친 곳을 가리킨다.
[주-D002] 진령(秦嶺) :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 가까이 있는 종남산(終南山)을 가리킨다. 이 시에서는 서울의 남산을 비유하였다.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조주(潮州)로 귀양갈 때 지은 시 〈좌천되어 남관에 이르러서 질손 상에게 보여준 시〔左遷至藍關示姪孫湘詩〕〉 가운데 “구름은 진령을 가로질렀는데 집은 어디 있는가? 눈이 남관을 가로막아 말이 가지를 못하네.〔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라고 한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韓昌黎集 卷10》
[주-D003] 초수(楚囚) :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이 군색한 처지에 빠져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晉)나라에 포로로 잡혀가서 거문고로 초나라 음악을 연주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종의(鍾儀)를 가리킨다. 《春秋左氏傳 成公9年》
[주-D004] 영주(瀛洲) :
바다 속에 있다는 전설 속의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는 제주를 가리킨다.
[주-D005] 안기생(安期生) :
선인(仙人)의 이름이다. 진(秦)ㆍ한(漢) 시기 제(齊)나라 낭야(琅琊) 사람으로 하상장인(河上丈人)에게 배웠으며 해변에서 약초를 팔았다. 늙도록 벼슬하지 않았으며 천세공(千歲公)으로 불렸다. 진 시황이 동쪽을 순수했을 때 그와 3일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무수히 많은 금과 옥을 하사했는데, 안기생은 후에 모두 버리고는 몇 년 후에 나를 봉래산에서 찾으라고 했다 한다. 후에 진 시황은 서불 등을 보내 불사약을 찾게 하였으나 실패했다고 전한다.
[주-D006] 두우성(斗牛星) :
이십팔수(二十八宿) 가운데 두성과 우성을 가리킨다. 그 분야가 중국 남방의 오(吳)와 월(越) 지역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멀다는 의미이다.
[주-D007] 양후(陽侯) :
수신(水神)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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