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삼한(三韓)을 편안케 만들고 백제(百濟)를 다시 편안하게 하라.

2023. 3. 6. 17:29역사적 사실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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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12년 경신(1620) 11월 21일(갑오)

12-11-21[02] 황제의 조선 국왕에 대한 칙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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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사(陳奏使) 이정귀(李廷龜) 등이 경사(京師)에서 돌아오자 왕이 교외에 나아가 칙서를 맞이했다. 황제의 조선 국왕에 대한 칙유(敕諭)는 다음과 같다.

“짐(朕)은 운세가 통태하여 하늘의 넉넉한 도움을 받았고 그대는 그대 나라를 다시 세워 비로소 황급한 걱정을 풀었다. 그런데 어리석은 저 오랑캐들이 변지에서 난을 일으켰는데, 그대 현왕(賢王)의 힘을 입어 함께 북벌(北伐)을 했다.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안전한 군대가 갑자기 중군(中軍)을 잃게 될 줄. 이에 군사의 사기가 떨치지 못하고 오랑캐들은 배나 악독해져 험난한 압록강도 겁내지 않고 드넓은 바다를 뒤집으려고 들었다.

그때 현왕은 배신(陪臣)을 본국에 보내 구원병을 청했는데,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위태로운 자를 돕고 싶은 의기가 강한 짐으로서 생각해볼 때, 그대 나라가 지난번 일본의 침략을 당했을 때는 다행히 우리 국경이 편안했기에 전군(全軍)을 보내 구제해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막강한 오랑캐의 유린을 당한 지금은 때마침 우리 국경도 시끄러워 겨우 일려(一旅)를 주선해서 이미 경리에게 위촉하였다. 그리하여 빨리 일부의 군대를 소집하여 관전보(寬奠保)에서 진강(鎭江)까지 수자리하고 지키면서 아울러 기각(騎角)의 형세를 이루고 각기 응원 태세를 갖추게 하였다. 그대 나라를 보호하고 우리 변방도 든든하게 하는 길은, 오직 이번 거사에 달려 있겠기에 지금 특별 칙서를 내려 선유하고 아울러 탕은(艋銀) 2만냥으로 그대의 장사(將士)들을 위로함으로써 사랑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대 나라는 문치(文治)는 넉넉하나 무공(武功)은 굳세지 못하기에 짐이 누차에 걸쳐 진심으로 신유(申諭)해 왔던 바이니, 그대는 그대대로 군대 양성에 노력하고 외적을 막는 방법도 강구할 것이다. 그리하여 전사들을 고무하여 열이 천을 당하게 만들고 군사 기밀도 잘 짜서 백에 하나 실수가 없도록 하라. 강가의 요해처에는 군대를 매복하여 방어하고 국경지대의 관진(關津)에는 염탐을 철저히 하라. 오랑캐가 움직이면 혹은 그 선봉을 무찌르기도 하고 혹은 그들 후미를 괴란하기도 하여 그들로 하여금 뒤돌아보느라 전진을 못하게 할 것이며, 오랑캐가 후퇴를 하면 혹 그들의 태만한 틈을 노리기도 하고 혹은 돌아가는 부대를 요격도 하여 노루처럼 제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하라. 공격과 수비를 때에 따라 하고 기병[奇]도 쓰고 정(正)도 쓰고 하여 사나운 오랑캐들을 섬멸함으로써 국치(國恥)를 깨끗이 씻으라. 그리하여 삼한(三韓)을 편안케 만들고 백제(百濟)를 다시 편안하게 하라.

그대 나라의 군신과 우리 문무 장리(將吏)는 마음을 함께하고 같이 노력하여 이역에서 한 배를 타고서 불후의 명예를 수립하고 이전에 없었던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이 일에 그대는 노력하라. 그리하여 이렇게 선유하는 것이다.”

【원전】 33 집 355 면

【분류】 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陳奏使李廷龜 還自京師。 王出郊迎勅書, 皇帝勅諭朝鮮國王: "朕光膺泰運, 正當熙洽之庥, 爾再造封, 甫釋劻勷之慮, 蠢玆醜虜, 發難東郵, 賴爾賢王, 同仇北伐, 何圖左次, 驟失中權, 兵氣不揚, 虜氛倍惡, 不憚鴨江之險, 將翻鯨海之波, 爰走陪臣, 乞師上國。 朕仁弘字小, 義切扶危, 念爾往遭日本之憑陵, 幸邊境宴安, 得遣全軍拯救。 今遘天驕之蹂躪, 會封壃搖蕩, 僅用一旅周旋, 已屬經臣, 速遴偏師, 戍守寬奠, 以及鎭江, 竝資角之形, 各應援之勢, 保爾屬國, 固我外藩, 在此一擧。 玆特賜勅宣諭, 竝齎帑銀二萬兩, 犒爾將士, 用示醪纊之恩。 爾國文治有餘, 武功不競, 朕屢行申諭, 奚啻丁寧? 爾尙黽勉詰戎, 拮据禦侮, 鼓舞戰士, 令十可當千, 籌劃軍機, 須百不一失, 沿江要害, 設伏隄防, 傍塞關津, 嚴諜覘探, 虜進則或摧其鋒, 或挫其殿, 務使狼而不前, 虜退則或擊其惰, 或邀其歸, 勿致鹿挺而走險, 攻守互用, 奇正迭更, 立殲兇胡, 以雪國恥, 俾三韓不聳, 百濟攸寧。 惟爾國君臣, 與我文武將吏, 盟心戮力, 異域同舟, 以樹此不朽之令名, 無前之偉績, 爾其欽哉! 故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