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회월(淮月)’이라고

믿음을갖자 2022. 9. 16. 11:00

동문선 78 / () 

회월헌기(淮月軒記)

[DCI]ITKC_BT_1365A_0780_010_0050_2002_006_XML DCI복사 URL복사

권근(權近)

 

회월헌(淮月軒)은 중 진졸재(眞拙齋)의 편액인데, 무학옹(無學翁)이 명명한 것이다. 양촌자(陽村子)가 그 말의 뜻을 물으니 졸재가 말하기를, “공(空)은 큰 각(覺)에서 나오는 것인데, 바다의 한낱 물거품과 같고, 각체(覺體)는 두루 미치지 않은 데가 없고 공성(空性)은 없는 데가 없다. 온갖 동물과 물건, 온갖 빛깔이며 많은 형상들이 천만 가지로 다르고 차이가 있으나 모두 한 가지 각(覺) 속으로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달이 하늘에 있으면 모든 강물에 골고루 나타나며, 하나의 달이 강물에 있어서 모든 배에 나누어 비춤과 같다. 하나는 하늘에 있고 하나는 물에 있건만 위와 아래가 한 빛으로 섞이고 융합하며 분간이 없다. 남으로 가는 배는 달의 남쪽을 보고, 북으로 가는 배는 달의 북쪽을 보되 하나의 달의 본체는 남북이 없으니, 남북으로 나뉜 것을 달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고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진짜 달이라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나누어 비추는 그림자에 나아가 그 나누지 아니한 본체를 찾으면 진짜 달은 바로 그 나누어 비추는 가운데 있는 것이요, 두 가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온 천하의 물이 장강(長江)ㆍ회수(淮水)ㆍ황하(黃河)ㆍ한수(漢水)보다 더 큰 것은 없다. 황하는 북쪽에 있고 장강과 한수는 남쪽에 있는데 회수는 그 가운데에 있다. 회수를 거슬러 북으로 가면 황하에 도달하게 되고, 회수의 흐름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장강과 한수에 도달하게 된다. ‘회월(淮月)’이라고 말한 것은 역시 하나의 달이 가운데 있는데 남북으로 나뉘어 비춤을 말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헌호(軒號)를 명명한 뜻이니 그대가 글로 써 줄 수 있겠는가?” 하였다. 양촌이 말하기를, “물과 달의 분간이 없음이 지나치는구나. 달은 하늘에 있고 물은 땅에 있으니, 멀고 아득하여 마땅히 서로 끊어져서 서로 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물이 맑고 달이 밝으면, 위와 아래가 분간이 없다. 모든 만물의 같은 기류(氣類)끼리 서로 감응하는 데는 물과 달 사이와 같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