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와이는 태평양(太平洋) 가운데 여러 섬이 모여 한 나라가 된 것입니다. 유구국(琉毬國)이나 우리나라의 제주(濟州)에 비교해 크지 않습니다.

믿음을갖자 2022. 11. 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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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26년 기축(1889) 7월 24일(무진) 맑음

26-07-24[08] 흥복전에서 미국 주재 전권대신 박정양을 소견할 때 우부승지 김춘희 등이 입시하였다

. 상이 이르기를,
“그 나라의 땅은 일본에 비교해 몇 배나 되는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그 나라의 땅은 우리나라의 이법(里法)으로 계산해 보면 동서(東西)가 8550리(里)이고, 남북(南北)이 4800리인데, 이는 지구전도(地球全圖)를 보고 안 것입니다. 매양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 들으면 강역(疆域)의 광대함이 아주(亞洲)의 중국이나 구주(歐洲)의 러시아보다 작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

상이 이르기를,
“그 나라의 땅이 이와 같이 광대하고 백성들 역시 매우 많은데 대통령의 관사는 별로 화려하지 않다고 하던데, 과연 그러한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대통령의 관소는 일반 백성들의 개인 주택과 구별이 없고, 부자의 집과 비교해 도리어 미치지 못하는 점이 많을 정도로 매우 검소합니다. 다만 개인 주택과 다른 점은 집의 제도가 모두 백색으로 칠해져 있으므로 백성들이 백옥(白屋)이라고 부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나라 남쪽은 칠레와 브라질과 이웃하였고, 북쪽은 영국과 러시아에 속한 땅과 경계하고 있으니, 이는 북미국(北美國)인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남북의 경계는 과연 성상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를 비록 북미합중국(北美合衆國)이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아메리카주를 전체적으로 말한다면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나라의 해군(海軍)과 육군(陸軍)의 제도는 그다지 정비되어 있지 않다고 하던데, 과연 그러한가? 또한 상비병(常備兵), 예비병(豫備兵), 후비병(後備兵)이 있는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그 나라의 상비 육군은 3만 명에 불과하고 각 진대(鎭臺)에 나누어 주둔하고 있으며 현재 워싱턴에 있는 병사도 수삼 백 명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그 나라 수준으로 그 병사를 비교해 보면 그다지 많은 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밖에 또 민병(民兵)이라 하는 것이 있는데, 국내 각 지방 각 촌려(村閭)마다 병학교(兵學校)가 있어서 백성들을 가르쳐 연습시켜 정부에서 군량미로 쓰는 것이 없이도 국난이 있을 때마다 천만의 정예로운 병사들이 즉시 모여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백성의 일상생활 속에 병사를 준비해 둔다는 것이니, 대개 그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관리나 백성들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병학교는 공립(公立)인가, 사립(私立)인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공립도 있고 사립도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연로(沿路)에 단향산(檀香山)이 있다고 하던데, 이는 어떤 곳인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이는 하와이에 딸린 섬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하와이는 작은 나라이다. 다녀오는 길에 과연 지났을 터인데, 그 땅은 얼마나 되던가?”
하니, 박정양이 아뢰기를,
하와이는 태평양(太平洋) 가운데 여러 섬이 모여 한 나라가 된 것입니다. 유구국(琉毬國)이나 우리나라의 제주(濟州)에 비교해 크지 않습니다. 신이 미국에 갈 때 배가 그 나라의 국경에 정박했었는데 밤이 깊어서 내릴 수 없었고 이튿날 새벽에 바로 출발했기 때문에 비록 자세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항구(港口)와 국도(國都)가 서로 접해 있는데 매우 조잔(凋殘)했습니다. 듣자니 40여 년 전에 천연두가 유행하여 백성들이 많이 손상되었으므로 근년에 구라파와 아시아의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