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화어라는 것은 모두 고음(古音)이라 지금 중국에서 쓰이는 말과 대부분 맞지 않는다.
고운당필기 제5권
순우리말 반 중국 말 반〔鄕語半華語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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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말은 순우리말과 화어(華語 한자어)가 반반이다. 천상의 것을 예로 들어 말해 보자면 천(天)을 ‘하’이라 하고, 일(日)을 ‘날’이라 하며, 월(月)을 ‘달’이라 하고 성(星)을 ‘별’이라 하니, 이것은 순우리말이다. 오성과 이십팔수의 이름은 순전히 중국 말을 쓴다. 다만 묘성(昴星)은 우리말로 ‘좀상[罩音上]’ ‘고혜옹(藁鞋翁 고양이)’이라는 이름이 있고 태백성(太白星)은 ‘구반료(狗飯瞭 개밥바라기)’라는 이름이 있다. 사물의 명칭이 모두 이런 식이어서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다. 만주, 몽고, 회자(回子 위구르)는 각 사물마다 자기 나라 말을 가지고 있고 왜인 역시 그러하다. 이것이 무슨 까닭일까?
우리나라는 한나라, 당나라 때에 내복이 되어 화어를 학습하여 우리말을 태반은 잊어버린 듯하다. 그러나 이른바 화어라는 것은 모두 고음(古音)이라 지금 중국에서 쓰이는 말과 대부분 맞지 않는다. 내가 우리말을 태반은 잊어버렸다고 한 것도 사실 억측해서 짐작한 것이 아니다. 숫자를 나타내는 조목을 보면 일에서 십까지는 모두 우리말이 있지만 백, 천, 만, 억, 조는 우리말이 없다. 예전에 백은 ‘온’이라 하였는데 지금 이 말을 쓰지 않으니, 천, 만, 억, 조에 해당하는 우리말도 어찌 잊어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반은 순우리말, 반은 중국 말이 나타나는 현상은 군례(軍禮)를 할 때 더욱 잘 드러난다. 머리를 숙이거나 동작을 취할 때에 내지르는 ‘야!’ 하는 소리는 중국 말이라 할 수 있다. 순령수(巡令手)를 부르면 ‘예!’라고 답하니 이것은 우리말이다. 북을 치며 행군할 때에 소리를 지르는 것은 또 중국 말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호령이 내려서 차례차례 전경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우리말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말은 만력 연간에 명나라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을 때에 배운 듯한데 평소에 쓰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말뿐만 아니라 공문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 관직에 있는 사람은 아무 일을 위하여 모름지기 관문(關文)을 보내니 잘 살펴보고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관문은 아무 아문에서 보낸 것임.[某職爲某事 須至關者 請照驗施行 右關某衙門]”
이처럼 중국의 공문서 투식이 아닌 것이 없지만 공문서 중간에 허다한 방언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이두(吏讀)라고 한다.
공문서뿐만 아니라 독서할 때에도 역시 그러하다. 본래의 장구(章句) 외에 별도로 군더더기 음을 만들었는데 이를 ‘토(吐)’라고 하여 전전긍긍하며 준수하여 감히 다르게 하지 못한다. 이는 홍유후(弘儒侯) 설총이 방언으로 경전을 해독한 것에서 기원한다. 신라 시대와 그 이전에 경전과 사서를 처음 학습할 때에야 괜찮았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주-D001] 오성(五星) : 금성(金星)ㆍ목성(木星)ㆍ수성(水星)ㆍ화성(火星)ㆍ토성(土星)의 다섯 별을 말한다.[주-D002] 이십팔수(二十八宿) : 하늘을 28개의 별자리로 구분한 것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쪽 분야(分野)의 각(角)ㆍ항(亢)ㆍ저(氐)ㆍ방(房)ㆍ심(心)ㆍ미(尾)ㆍ기(箕), 북쪽 분야의 두(斗)ㆍ우(牛)ㆍ여(女)ㆍ허(虛)ㆍ위(危)ㆍ실(室)ㆍ벽(壁), 서쪽 분야의 규(奎)ㆍ누(婁)ㆍ위(胃)ㆍ묘(昴)ㆍ필(畢)ㆍ자(觜)ㆍ삼(參), 남쪽 분야의 정(井)ㆍ귀(鬼)ㆍ유(柳)ㆍ성(星)ㆍ장(張)ㆍ익(翼)ㆍ진(軫) 등의 별자리를 가리킨다.[주-D003] 내복(內服) : 요순 시대의 제도로, 천자의 직할령인 왕기(王畿) 밖 500리마다 차례로 구역을 정하여 전복(甸服), 후복(侯服), 수복(綏服), 요복(要服), 황복(荒服) 등 5개의 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요복까지를 내복이라 하여 교화가 미치는 곳으로 간주하고 황복은 교화가 미치지 못한다 하여 도외시하였다.[주-D004] 전경(傳警) : 임금이 거둥할 때 좌우에서 시종하는 사람이 소리를 외쳐서 길을 비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주-D005] 아무 관직에 …… 것임 : 이 문구는 위계가 동등한 관청 상호 간이나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으로 보내는 공문서인 관(關)의 상용적 투식으로, 이 문서의 첫머리와 말미, 그리고 보낸 관청을 적는 부분을 초록한 것이다.
[問目]癸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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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34권 / 청비록 3(淸脾錄三)
한송정곡(寒松亭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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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장연우(張延祐)는 흥덕인(興德人)이다. 현종(顯宗) 때에 벼슬길에 나아가 벼슬이 호부 상서(戶部尙書)까지 이르렀으며, 또 다른 이름은 진산(晉山)이다. 그 당시의 악부(樂府)에 한송정곡(寒松亭曲)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 곡을 비파[瑟]의 밑바닥에 썼었다. 그 비파가 표류하여 강남에 이르자 강남 사람들은 그 가사(歌詞)를 해석하지 못하였다.
광종(光宗) 때에 장진산(張晉山)이 강남에 사신으로 갔었는데, 이때는 오월(吳越) 전씨(錢氏) 때인 듯하다. 강남 사람이 그 곡조의 뜻을 물으니, 장진산이 시를 지어 해석하기를,
한송정 깊은 밤에 달이 밝은데 / 月白寒松夜
경포대 가을에 파도도 조용하네 / 波安鏡浦秋
거기에 슬피 울며 오가는 것은 / 哀鳴來又去
오로지 신의 있는 갈매기라오 / 有信一沙鷗
하였다. 이 말을 고찰하여 보면 고려 때에도 마치 신라(新羅)의 이두(吏讀)와 조선(朝鮮)의 훈음(訓音)처럼 별도로 우리나라 글이 있어서 지방 말을 번역한 것 같은데 고증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