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에 연경(連境)한 평안도ㆍ황해도ㆍ강원도를 5, 6길[道]로 나누어서 일시에 공격하여 들어가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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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13년 정해(1467) 5월 28일(임진)
13-05-28[04] 대사헌 양성지가 북방을 비어하는 사의를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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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헌(大司憲) 양성지(梁誠之)가 북방을 비어(備禦)하는 사의(事宜)를 올렸는데, 이르기를,
“1. 북방의 사람들이 처음에 순역(順逆)을 알지 못하고 미연(靡然)히 반적을 따랐으니, 모름지기 그 지방 사람으로 경성(京城)에 있는 자를 사서 어질고 어리석음을 가리지 말고 수십 인을 얻어, 북방과의 연경(連境)인 평안도의 3, 4처와 황해도의 1, 2처와 강원도의 2, 3처에 각각 유서(諭書) 두서너 통씩을 은밀히 주어 보내서, 산곡(山谷)을 몰래 다니거나, 혹은 곳곳에 방(榜)을 붙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효유(曉諭)하여 적을 멸망케 하소서. 만약 10인의 행차에 5인은 궤몰(潰沒)하고, 3인은 반적을 따른다 하더라도, 2인만이 조정의 뜻을 반적 가운데 전달한다고 하면, 어찌 크게 다행함이 아니겠습니까?
1. 금후로는 유서(諭書)에다 모름지기 반적을 잡으면 논상(論賞)한다는 조목과 협종(脅從)한 죄를 용서한다는 은전(恩典)을 기재하되, 만약 적의 괴수를 잡는 자는 비록 직상(職賞)은 없더라도 당상관(堂上官)의 직(職)으로써 곧 정원 무신(定遠武臣)의 호를 내려 주어 이로써 논상(論賞)하여 후하게 작명(爵命)을 가하고, 반적 중에서 스스로 서로 잡고 죽여서 이를 바치는 자는 모두 전죄(前罪)를 면제하고 다른 예(例)에 따라 상을 주며, 그 나머지 협종(脅從)한 사람도 아울러 모두 용서하여 주고, 원래부터 북방에서 사는 자라 하더라도 향화인(向化人)을 물론하고 또한 특별히 봉족(奉足) 1백 호(戶)를 내려 주시어, 이로써 통유(通諭)하소서.
1. 공명 공신(空名空身)을, 동반(東班)은 참판(參判)으로부터 좌랑(佐郞)까지, 서반(西班)은 동지중추(同知中樞)로부터 부사과(副司果)까지 수백 통을 써서 반적에게 함락된 주군(州郡)마다 수십 통을 보내어서, 토관(土官)ㆍ향리(鄕吏)ㆍ여수(旅帥)ㆍ대정(隊正) 등에게 주어 큰 공을 세우게 하여, 즉시 〈논상의〉 진실을 보이게 하소서.
1. 만약 반적 가운데 탈신(脫身)하여 성식(聲息)을 빨리 고(告)한 자와 조정의 지휘(指揮)를 받고 적중에 들어가는 자는 모두 차례를 어겨 행상(行賞)하여서, 그 나머지 사람들을 권장하소서.
1. 지금 군사를 조발(調發)하는 것은, 초운(初運) 3천 인 같으면 아무 날 회양부(淮陽府)에서, 2운(運) 5천 인은 아무 날 금화현(金化縣)에서, 3운(運) 7천 인은 아무 날 양주부(楊州府)에서 한꺼번에 모아 연속하여 징발하여서 만전을 기하게 하소서.
1. 금후로 군사를 조발할 때에, 만약 군사를 5분(分)할 것 같으면, 1분(分)은 유방(留防)하게 하고, 1분은 농사를 짓게 하고, 1분은 초운(初運)으로 하고, 1분은 2운(運)으로 하고, 1분은 3운(運)으로 하여, 이 같이 준례를 삼으소서.
1. 근일에 군사와 마필(馬匹)이 정제(整齊)되지 못하여, 혹은 도보(徒步)로 가고, 혹은 노자(奴子)에게 쌀을 짊어지게 하는 자가 있으니, 금후로는 제도(諸道)에서 징병(徵兵)할 때에 잘 헤아려서 봉족(奉足)을 넉넉히 주어 군장(軍裝)과 마필(馬匹)과 양료(糧料)를 넉넉히 갖추게 하소서.
1. 병사(兵士)가 무력(武力)이 있는데도 군장(軍裝)이 없는 자는 갑주(甲胄)와 궁시(弓矢)를 관(官)에서 지급하여 수용(收用)하소서.
1. 병사(兵事)는 기이(奇異)한 것을 숭상하는 것이니, 지금 제도(諸道)에서 징병하는 것을, 만약 1천 명을 징병하게 되면 1만 명이라고 성언(聲言)하고, 만약 1만 명을 징병하게 되면 10만 명이라고 성언하되, 실지로 징병하는 수는 사신(使臣)이 직접 밀지(密旨)를 받게 하고, 또 절도사처(節度使處)에 이문(移文)하는 것도 또한 실수(實數)에 따라 하게 하여 사기(士氣)를 더하고, 간세(姦細)를 그르치게 하며, 적심(賊心)을 두렵게 하소서.
1. 북방에 연경(連境)한 평안도ㆍ황해도ㆍ강원도를 5, 6길[道]로 나누어서 일시에 공격하여 들어가게 하고, 또 강원도의 영동(嶺東) 군사로써 흡곡현(歙谷縣)의 땅에 진수(進戍)하게 하소서.
1. 장수(將帥)는 모름지기 명망이 있고 노성(老成)한 사람을 가려서 미리 먼저 치부(置簿)하여 두었다가 때에 따라 즉시 〈임무를〉 제수하여 맡기고, 지금 〈먼저 간〉 선운(先運)의 제장(諸將)도 또한 더 정하여 들여보내소서.
1. 강원도에 비축된 군량이 혹 넉넉하지 못할까 두려우니, 모름지기 경기ㆍ충청도의 곡식을 급히 이송하여 불우(不虞)에 대비하소서.
1. 이제 참역(站驛)과 진도(津渡)를 곡진하게 포치(布置)를 가하여서 사려(師旅)를 건너게 하고, 사절(使節)를 통하게 하며, 간세(姦細)를 살피게 하소서.
1. 용병(用兵)은 모름지기 지도(地圖)를 안험(按驗)하고, 모름지기 토인(土人)의 향도(鄕導)를 쓰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향화(向化)한 장가로(將家老) 같은 것은 연하(輦下)에 둘 수가 없고, 또 전장(戰場)에 놓을 수도 없으니, 우선 기현(畿縣)에 두어서 야심(野心)을 방지하소서.
1. 의주(義州)와 강계(江界) 등지의 방수(防戍)를 배나 더 근신(謹愼)하게 하여, 삼포(三浦)의 왜인(倭人)이 있는 곳까지도 또한 북방에 이 성식(聲息)이 있는 것이 새지 않도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양성지를 불러 조목을 따라 그 계책을 묻고, 이르기를,
“너의 말한 것은 모두 우활(迂闊)하여 쓸 수가 없다.”
하고,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였다.
【원전】 8 집 80 면
【분류】 정론(政論) / 군사-관방(關防)
[주-D001] 직상(職賞) :
벼슬로 주는 상.
[주-D002] 향화인(向化人) :
야인으로서 귀화한 사람.
[주-D003] 봉족(奉足) :
조선조 때 정군(正軍)의 집에 주던 조호(助戶). 정군(正軍) 1명에 대하여 봉족 한두 사람을 지급하여 정군을 돕게 하고, 정군이 출역(出役)하였을 경우에는 그 집안 일을 돕게 한 급보 제도(給保制度).
[주-D004] 공명 공신(空名空身) :
이름이나 신분(身分)을 쓰지 않고 발행하는 직첩(職牒). 소위 공명첩(空名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