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이 있는데 사람 머리에 숨구멍 같이 되어서 그 주위는 20~30리나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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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 제2권 / 천지문(天地門)
백두산(白頭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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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전씨(田氏)란 손님이 와서 말하기를, “국내의 산천은 두루 다녀서 아무리 깊은 데라도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일찍이 백두산 절정에 올라가 보니 무산(茂山)에서 멀지 않더라.” 하면서 나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
상고해 보건대 《여지승람(輿地勝覽)》에, “백두산은 회령부(會寧府) 서쪽에 있으니 7~8일 길의 거리다. 이 절정에 못이 있는데 남으로 흐르는 것은 압록강(鴨綠江)이 되고, 북으로 흐르는 것은 송화강(松花江)과 혼동강(混同江)이 되고, 동북으로 흐르는 것은 소하강(蘇下江)과 속평강(速平江)이 되고, 동으로 흐르는 것은 두만강(豆滿江)이 되었다.”고 하였다.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에, “동으로 흐르는 것은 아야고하(阿也苦河)가 되었다.” 하였으니, 의심컨대 속평강으로서 분계강(分界江)이라고도 하는 것을 가리켜 말한 것 같다.
지금 홍세태(洪世泰)의 《유하집(柳下集)》에 있는 백두산기(白頭山記)를 보면, “장백산(長白山)을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이라 하는데, 중국과 우리 두 나라에서 산 위의 두 강을 놓고 경계를 정했다. 임진년 여름에 중국에서 오랄총관(烏喇總管) 목극등(穆克登) 등 몇 사람을 보내서 직접 가 보고 경계를 정했으니, 대개 이 산은 서북쪽에서 오다가 뚝 떨어져 큰 평원(平原)이 되었고 여기에 와서 갑자기 우뚝 솟았으니 그 높이는 하늘에 닿은 듯하여 몇 천만 길이나 되는지 모르겠고, 그 절정에는 못이 있는데 사람 머리에 숨구멍 같이 되어서 그 주위는 20~30리나 되고, 물빛은 시꺼머서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으며, 한여름에도 얼음과 눈이 쌓여서 바라보면 은해(銀海)와도 같다. 산 모양은 멀리서 바라보면 독을 엎은 것 같고, 올라가 보면 사방은 높고 중간은 쑥 들어가서 마치 동이를 젖혀놓은 것 같으며, 밖은 희고 안은 붉은 돌이 사면으로 벽처럼 에워쌌는데, 북쪽으로 두어 자쯤 터져서 물이 넘쳐나가 폭포가 되었으니 그것이 곧 혼동강이다. 동으로 3~4리쯤 내려와서 비로소 압록강의 근원이 생겼으니, 이는 샘이 구멍에서 콸콸 쏟아져 급류(急流)로 되었는데, 몇 천 보 내려가지 않아서 산이 잘라져 큰 구렁이 생긴 그 가운데로 흘러 들어간다. 여기서 또 동으로 조그마한 산을 넘어가면 샘물이 있는데 30~40보쯤 서쪽으로 흘러가다가 두 갈래로 갈라졌으니, 한 갈래는 흘러가다가 서쪽의 물과 합치고, 한 갈래는 동쪽으로 내려가는데 그 물은 아주 작다. 여기서 또 동으로 한 등성이를 넘어가면 또 샘이 있어서 동으로 백여 보쯤 흘러가다가 먼저 동으로 갈라져 내려오는 물과 합하였다. 극등은 물이 두 갈래로 갈라진 사이에 앉아서 말하기를, ‘여기는 분수령(分水嶺)이라 할 만하니 비석을 세워 경계를 정해야 하겠다. 그런데 토문강(土門江)의 원류가 중간에 끊어져서 땅속으로 흐르므로 경계가 분명치 않다.’ 하고, 이에 비석을 세우고 쓰기를, ‘대청(大淸)의 오랄총관 목극등은 명령을 받들고 변경(邊境)을 조사하다가 여기에 이르러 자세히 살펴보니, 서쪽은 압록강이 되고 동쪽은 토문강이 되었으므로 분수령에 돌을 세우고 글을 새겨 기록한다. 강희(康熙) 51년 5월 15일이라.’ 하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르기를, ‘토문강의 원류가 끊어진 곳에는 하류까지 연달아 담을 쌓아서 표시를 하라.’ 했다.” 하였다.
이 말은 세태가 직접 그때에 목격한 역관(譯官) 김경문(金慶門)에게서 얻어들은 것이니 거의 믿을 만하다. 토문강은 두만강이다.
옛날에 윤관(尹瓘)이 속평강까지 국경을 넓히고 그 일을 기록한 비석이 아직까지 그곳에 서 있는데 김종서(金宗瑞) 때에 와서 두만강으로 경계를 정한 것을 나라 사람들이 분하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윤관의 비를 가지고 따져서 경계선을 정하지 못한 것은 그 일을 맡은 사람의 잘못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함경도(咸鏡道)는 모두 말갈(靺鞨)의 땅이었다. 지금에 와서 경계를 정한 지가 오래되었고 우리 영토 안에 있는 폐사군(廢四郡)도 가끔 외적의 침범이 있어서 모두 이민을 시키고 비워두었는데 하필이면 다시 쓸데없는 땅을 가지고 외국과 분쟁을 일으킬 것이 무엇이냐? 지금의 국토는 금구(金甌)와 같이 완전하게 되었으니 아뭏든 손상을 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주-D001] 백두산(白頭山) :
《類選》卷1下 天地篇下 地理門. 《五洲》 卷29 白頭山辨證說. 《林下》 卷13 文獻指掌編ㆍ卷32 旬1編.
[주-D002] 금구(金甌) :
튼튼한 것을 비유한 말. 《남사(南史)》 주이전(朱异傳)에, “우리 국가는 금구와 같아서 조금도 손상이 없다[我國家 猶若金